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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 마! 너 죽는다”…물에 잠긴 어머니 구한 아들 사연에 ‘울컥’

입력 : 2024-07-11 16:07:07 수정 : 2024-07-11 22: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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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죽는다. 오지 마.”

 

처마 끝 기둥을 잡고 물 밖으로 목만 내민 어머니가 자신을 구하러 오는 아들을 향해 외쳤다. 어머니는 죽음이라는 공포 앞에서도 자신의 목숨보다 아들이 더 중요했다. 

 

폭우가 쏟아진 지난 10일 새벽 대전에서는 호우 피해가 잇따랐다. 특히 서구 용촌동 정뱅이 마을은 전체가 물에 잠기며 주민 36명이 고립됐다. 이때 마을로 달려가 어머니를 구출한 아들 김중훈씨의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 10일 오전 대전 서구 정뱅이마을이 밤사이 내린 폭우로 잠겨 있다. 연합뉴스

1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김씨는 “어제 새벽에 나가보니까 사람이 지나다니지 못할 정도로 (도로가) 강물이 됐다”며 “1987년에도 큰비가 왔는데 그건 게임이 안 될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대전 시내에 거주하는 그는 “‘잠을 못 잘 정도로 시끄럽게 비가 온다’고 생각했을 뿐 큰 피해를 입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때 김씨는 형수에게 ‘어머니가 안보인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는 곧장 어머니가 사는 정뱅이 마을로 향했다.

 

그는 “둑이 터져서 물이 동네로 유입되고 있었는데 민물인데도 그 물이 태평양에서 밀려오듯 파도가 쳤다”며 “그 둑에서 어머니 집이 보이는데 처마 밑까지 물이 차서 ‘살려달라’고 하는 어머니 목소리가 들렸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김씨는 물살을 뚫고 수영해서 어머니 집으로 향했다. 하지만 도착한 곳은 어머니 옆집이었다. 그는 “그곳에서도 미처 대피하지 못한 아주머니가 목까지 물에 잠긴 채 기둥을 잡고 있었다”며 “떠 있는 수레를 이용해 아주머니를 지붕 위에 올려놓고 어머니에게 향했다”고 전했다.

지난 10일 새벽 강한 비가 쏟아져 마을 입구 도로가 모두 물에 잠긴 대전 서구 용촌동 정뱅이 마을에서 소방대원들이 주민들을 고무보트에 실어 나르고 있다. 연합뉴스

비로소 김씨는 어머니를 발견했다. 그는 “어머니가 처마 끝 기둥을 잡고 목만 내놓고 버티고 계셨다”며 “내가 가니까 ‘너 죽는다. 오지 말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이야기하던 김씨는 “오지 말라고. 너 죽는다고”라며 어머니가 했던 말을 되뇌며 울음을 터트렸다.

 

이어 그는 “지붕을 타고 넘어갔다”며 “어머니 집 담이 어디 있는지 알고 있으니까, (물속에 잠긴) 담을 잡고 발을 지탱할 수 있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어머니를 당기려고 하니까 기운이 빠져서 (지붕에) 못 올리겠더라”고 했다.

 

마침 소파가 김씨를 향해 떠내려 왔다. 그는 “소파를 이용해 지붕 위로 어머니를 올렸다”며 “자꾸 미끄러지는 옆집 아주머니에게 ‘조금만 버티라’고 말하는 순간 119구조대가 보트를 타고 왔다”고 했다.

11일 오전 전날 내린 폭우로 침수된 대전 서구 용촌동 정뱅이마을의 한 가정집에 집기가 널브러져 있다. 전날 오전 5시쯤 정뱅이마을 전체가 침수되면서 27개 가구 주민 36명이 고립됐다가 구조됐다. 연합뉴스

김씨는 “어머니와 옆집 아주머니를 대피시키고 보니까 두 분이 목 내밀고 있던 공간이 10분 사이에 완전히 다 잠겨버렸다”며 “10분만 늦었더라도 돌아가셨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김지호 기자 kimja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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