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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통제 강화·금융사고 예방 기대 … 실효성엔 ‘물음표’ [심층기획-'금융판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입력 : 2024-07-11 05:50:00 수정 : 2024-07-11 03: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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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책임자 명시한 ‘책무구조도’ 도입
은행권 대규모 횡령·배임, 불완전판매 등
하급자 위법행위 때 임원 처벌 근거 마련

소관책무 범위 넓어 적확한 구분 어렵고
단순기술 땐 선언적 성격 그쳐 취지 퇴색
일각 “금융사 제재 도구로 변질” 우려도

이른바 ‘금융판 중대재해처벌법’으로 불리는 책무구조도가 도입되면서 금융권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책무구조도는 금융사 주요 업무의 최종 책임자와 그의 책무를 특정함으로써 금융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도입됐다.

 

당장 금융권에서는 ‘내부통제 강화’와 ‘금융사고 사전 예방’이라는 취지엔 공감하지만, 제도의 실효성을 둘러싸고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넓은 책무를 적확하게 구분하기가 어려울 뿐 아니라 다른 임원에게 책무가 집중 배분되면 은행장 등 최고경영자(CEO)는 법적 책임을 덜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전문가들은 CEO 등 대표이사의 총괄 관리 의무를 더욱 명확히 하는 한편 책무를 구체적으로 기술해 내부통제 시스템으로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개선 작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반복되는 사고 책무구조도로 해결?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3일부터 책무구조도 도입을 핵심으로 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금융사지배구조법) 개정안 시행에 들어갔다.

 

책무구조도는 은행권 등의 대규모 횡령·배임 사고부터 불완전판매가 드러난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손실 사태 등 반복되는 금융사고를 막기 위해 도입됐다. 앞서 2019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당시에는 지배구조법상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만 있을 뿐 준수 의무는 없었다. 법정에서 내부통제 기준 준수가 미흡하더라도 임원을 처벌할 근거가 없다는 판결이 내려져 금융당국의 제재가 취소되기도 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임원별 내부통제 책임을 명확히 하는 책무구조도 도입을 천명했다.

 

개정 지배구조법에 명기된 책무는 ‘금융사 또는 금융사 임직원이 준수해야 하는 사항에 대한 내부통제 및 위험 관리의 집행 및 운영에 대한 책임’을 가리킨다. 책무구조도를 통해 책무를 부여받은 임원에겐 소관 책무와 관련해 내부통제가 적절히 이뤄지도록 기준의 적정성·임직원의 준수 여부, 위반 및 미흡 사항 등을 상시 점검하는 관리 의무가 발생한다. 내부통제 관련 사항을 심의·의결 대상에 넣고, 산하 내부통제위원회를 신설하는 등 이사회의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개정 지배구조법 시행에 따라 금융사는 내년부터 정해진 시기에 맞춰 책무구조도를 마련해 금융당국에 제출해야 한다. 가장 먼저 제출을 앞둔 곳은 은행 53곳과 금융지주회사 10곳이다. 이들 기업은 내년 1월2일까지 내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5대 금융그룹(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이미 초안을 작성한 뒤 보완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의 은행과 금융지주사는 연말쯤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마감 기한까지 계속해서 보완·수정작업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초안은 이미 만들어놓은 상태”라며 “처음 도입되는 제도인 만큼 신중하게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제도는 “OK”… 실효성은 “글쎄”

 

전문가들은 앞으로 책무구조도가 금융사고 예방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도입 이전에는 내부통제 책임의 주체가 불명확했을 뿐 아니라 ‘하급자의 위법행위를 알 수 없었다’는 이유로 금융사고 책임을 회피하는 임원이 많았었다.

 

다만 제도가 실질적으로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치밀한 운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태록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책무구조도 도입의 의의 및 향후 과제’ 보고서를 통해 “내부통제를 위한 책무가 임원 간 빠짐없이 적절히 배분되려면 먼저 모든 업무영역에서 금융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운영위험 요인에 대한 세부적인 인식과 분류가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감독 당국은 앞으로 제출될 책무구조도를 통해 금융기관이 운영위험 요인을 어느 정도로 구체적으로 인식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책무 기술 및 배분의 적절성을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책무 기술이 너무 단순화되면 사실상 선언적 성격에 그칠 수 있어 책무구조도 도입 취지가 퇴색되고, 유사시 책임을 명확히 묻기 어려운 기존의 한계가 다시 나타날 수 있다는 게 오 연구위원의 우려다.

 

오 연구위원은 또 “책무구조 외에도 각종 사고 발생을 상정한 시나리오 분석 등 금융기관의 운영위험 식별의 구체성 및 관리 여부를 판단할 만한 방안이 함께 모색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책무구조도가 ‘금융사 제재 도구’로 변질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책무구조도 도입에 따라 금융당국은 회사 대표이사 등이 내부통제 총괄 관리 의무를 위반하면 최대 해임까지 요구하는 등 제재를 가할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표이사가 ‘상당한 주의’를 다했다면 금융사고에도 면책해주는 조항이 있지만, 그 기준이 추상적이고 모호하다”며 “해임요구 제재가 나와 당사자가 소송 등을 통해 다툰다면 그사이 금융사가 입는 피해는 회복 불가할 정도로 클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책무구조도 도입은 내부통제를 자율적으로 하라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도입 취지에 맞게) 효과를 낼지 의문”이라며 “높은 연봉을 받고 그만큼 책임을 져야 하는 은행장이 책무구조도에 따라 책임 소재가 (이전보다) 줄어든다면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책무 분배로 책임이 모호해지지 않기 위해서 우선 포괄적으로 은행장의 책임을 묻는 형태로 책무구조도가 작성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미영 기자 my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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