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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생 유급 시한까지 미뤄준 정부…총장들 "돌아오기만 한다면"

입력 : 2024-07-10 15:28:54 수정 : 2024-07-10 15:2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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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증원 정책에 반대해 1학기 내내 수업을 듣지 않고 있는 의대생들의 유급을 막기 위해 사실상의 '특혜'를 마련한 가운데, 대학들은 복귀 그 자체가 가장 큰 문제라는 반응이다.

 

의대를 운영하는 한 서울 지역 사립대 총장은 10일 뉴시스와 통화에서 "대학은 이미 의대생 수업 거부 문제에 대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고 했다.

10일 서울 시내 한 의과대학의 모습. 연합뉴스

이 총장은 "지금은 누가 잘했느냐, 못했느냐 이런 것을 따질 상황은 아니다"라며 "대학 입장에서는 이 문제가 해결이 되지 않으면 내년이 답이 없다"고 했다.

 

의대생들이 돌아오지 않아 예과 1학년생이 전원 유급 된다고 가정하면, 정원 기준 올해 3058명과 내년 증원에 따라 1500여명이 증원된 신입생까지 약 7600명이 함께 수업을 듣는 '지옥 학년' 우려를 언급한 것이다.

 

전공의들도 돌아오지 않으면 당장 전문의 수급에 차질이 우려되지만 의대생들은 돌아오지 않고 2학기 등록금 납부까지 거부할 경우 제적이 돼 구제할 방법이 없다. 이런 차원에서 복귀를 시켜서 수업을 듣도록 할 수 있다면 무슨 수단이라도 써야 한다는 반응이다.

 

교육부가 이날 발표한 '의과대학 학사 탄력운영 가이드라인'은 수업 거부 중인 의대생들이 유급을 면할 수 있는 가능한 수단을 총동원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옥 학년 우려를 방지하기 위해 예과 1학년의 경우 특례를 만들어서 가급적 진급을 할 수 있게 하라고 했다.

 

통상 의대생들은 한 과목이라도 낙제(F)를 맞으면 유급돼 다음 학년을 다시 들어야 한다. 그러나 이날 가이드라인에 따라 의대생들은 추가로 비용을 내지 않고 대학이 마련한 보충학기를 이수할 수 있게 됐다.

 

1학기 성적처리 기한은 학년 말까지 바꾸고 교육과정 운영 기간도 학기 단위가 아닌 학년 단위로 미루도록 했다. 즉, 이번 학년도가 끝나는 내년 2월 말까지 의대생 유급에 대한 처리 시한을 미루라고 권고한 셈이다.

 

예과 1학년은 F를 맞더라도 유급 요건을 한시적으로 적용하지 않고 일정 기준 이상 평점과 학점 이수량을 채우면 진급할 수 있도록 학칙 등에 별도의 특례 조치를 만들라는 권고도 담았다. '진급'이 원칙인 셈이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의과대학 학사 탄력 운영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휴학 승인 방침은 불가하다는 점도 재확인했다. 최은희 교육부 인재정책실장은 "동맹휴학 이런 부분은 저희가 법령에서 정한 정당한 휴학 사유라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의료계와 대학 교수들 일각에서는 휴학을 승인하라는 목소리가 있으나 대학 총장들과 처장들 사이에서는 교육부 권고를 따르겠다는 반응이 많다.

 

교육부는 정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를 다 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수업을 아예 듣지 않고 진급을 하는 일이 없도록 함으로써 최소한의 명분도 챙겼다. 정규 2학기 등록금은 납부하도록 했으나 보충학기로 인해 2학기 시작이 미뤄지면 납기도 미룰 수 있게 했다.

 

대학들은 보충학기 운영은 코로나19 유행 당시 전면 원격수업을 운영한 경험이 있으니 가능하다는 반응이다. 2학기 등록금 납부 거부 사태가 빚어지면 한 학교당 50~100억원을 잃을 수 있지만, 교육부가 늦게라도 납부하도록 조치하겠다 한 만큼 안도하는 모습이다.

 

한 수도권 대학 총장은 "의대생들이 돌아온다면 사실 시간은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그런 것보다는 정부가 의사들과 대화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 총장은 "의대생들에게 명분을 줘야 한다"며 "2025학년도 증원만 빼놓고는 정부도 양보를 했으니 좀 더 적극적으로 대화를 하면 좋지 않겠나"라고 했다.

의과대학 강의실이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반응처럼 이날 가이드라인은 의대생들이 복귀할 때 실효성을 발휘할 수 있다. 의대생들이 내년 2월 말까지 돌아오지 않으면 특례의 의미가 없어진다.

 

한 수도권 의대 학생 A씨는 "학생들 사이에서는 유급을 방지하는 대책은 유화책이 아니라 대학이 살기 위해 내놓은 방안이라는 반응"이라며 "복귀와 관계 없이 오히려 의대생들의 화를 돋우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아직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 단체가 2025학년도 의대 2000명 증원에 대한 원점 재검토를 포함한 '8대 요구안' 수용을 고수해 오고 있는 만큼 전향적인 반응이 나올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교육부 권고가 의대를 보유한 대학에서 이행될지를 놓고는 변수도 남아 있다. 의대생 유급 방지 특례를 학칙에 마련하는 일은 학칙 개정이 필요하다. 학년제 전환을 위한 내규 정정 조치도 있어야 한다.

 

앞서 5월 다수 대학에서 2000명 늘어난 의대 정원 증원을 학칙에 반영하는 절차를 두고 교수사회가 반발하면서 진통이 있었다. 학칙을 개정하려면 교수평의회나 교수회가 참여하는 대학평의원회 등을 거쳐야 하는데 학칙이 부결되면서 한동안 혼란이 빚어졌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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