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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왕’ 입력하니 만주족 생성… AI 영화, 한국형 데이터 학습 시급

입력 : 2024-07-09 20:30:00 수정 : 2024-07-09 20: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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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국내 현주소 진단

韓, 프라이버시권 규제… 데이터 적어
일본·중국풍보다 이미지화 곤란해
AI, 저비용 강점… 산업 경쟁력 올려
“검열·저작권 등 법·제도 정비를” 지적

넷플릭스 드라마 ‘살인자ㅇ난감’부터 영화 ‘원더랜드’까지 최근 영화·드라마에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적용한 사례가 늘고 있지만 국내 AI 영화가 발전하려면 한국 관련 이미지 학습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해외 AI 모델은 한국 이미지 학습량이 적다 보니 한국 전통 이미지를 만들어달라 하면 일본·중국풍을 내놓는 등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AI가 만들어낸 이미지에 대한 검열 수위, 저작권 규제 등 법·제도가 정비돼야 AI 영화 산업이 날개를 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권한슬 감독이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만든 영화 ‘원 모어 펌킨’(왼쪽) 과 부천국제영화제 AI 영화 경쟁 부문인 ‘부천 초이스: AI 영화’에 출품된 ‘만사형통’. 부천국제영화제 제공

◆“세종대왕 넣으니 만주족이…”

14일까지 열리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F)는 올해 화두를 ‘AI와 영화’로 잡았다. 국내 국제영화제 중 처음으로 ‘AI 영화 국제경쟁 부문’을 신설했고, 관련 워크숍과 국제콘퍼런스를 열었다.

지난 5일 경기 부천아트센터에서 열린 ‘BIFAN+ AI 국제콘퍼런스’에서 권한슬 감독은 국내 영상업계의 AI 도입 사례를 발표하며 한국시장에 던져진 과제로 ‘한국형 이미지 학습’을 들었다.

 

스튜디오 프리윌루전 대표인 권 감독은 “미드저니나 스테이블 디퓨전 같은 해외 AI 이미지 생성 모델은 한국형 이미지 학습이 적게 돼 있어 한옥이나 한복 같은 한국형 이미지 결과물이 생성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어 “이미지를 생성한다 해도 중국·일본 느낌의 건축물이 나오거나 명령어로 세종대왕을 입력하면 만주족이 나오기도 한다”고 밝혔다. 권 감독은 “현대적 이미지도 마찬가지로, 미국 금문교를 입력하면 멋있게 잘 나오지만 마포대교를 입력하면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콘퍼런스에 앞서 지난 3일 열린 ‘BIFAN+ AI 필름 메이킹 워크숍’에서도 같은 문제가 포착됐다. 워크숍에서는 일반 지원자를 모집해 3일 동안 AI로 영화 한 편을 제작했다. 참여한 16개팀 중 하나인 ‘준세리’팀이 화재에 휩싸인 주택 영상을 AI로 뽑아보니, 한국보다는 미국 단층 주택이 연상됐다.

이승무 한국예술종합학교 융합예술센터 A&T랩 연구소장은 “영어권과 한국어권의 데이터양이 차이 나다 보니 문제가 생긴다”며 “한국은 프라이버시권을 규제하나 중국은 그렇지 않다 보니 이런 면에서도 학습 데이터가 차이 난다”고 설명했다. 권 감독은 “(학습 이미지 데이터 부족을) 해결하려면 한국형 이미지 데이터셋을 만들기 위한 국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AI 관련 법·제도 정비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권 감독은 “AI 모델 미드저니로 이미지를 만들면 피범벅인 잔인한 장면을 표현할 수 없지만 개방형 모델인 스테이블 디퓨전을 쓰면 가능하다”며 “AI 이미지의 폭력성·선정성이 어느 수위로 허용될지 정해져야 AI 기술을 안전하게 창작에 사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1년 내 100% AI 영화 나올 것”

AI 영상은 아직 미비점이 많지만 발전 속도는 무서울 정도다. 부천영화제에 모인 AI 전문가들은 “영화인들이 AI 기술을 빨리 받아들여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입 모아 말했다.

AI로 영상을 만들 때 강점은 비용과 속도다. 권 감독은 “실제 AI로 웹 광고를 만들면 실사로는 1편도 만들기 힘든 예산으로 3편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앞서 AI로 5일간 만든 3분짜리 단편영화 ‘원 모어 펌킨’으로 올해 2월 두바이 국제 AI 영화제에서 대상과 관객상을 받았다. 그는 “(실사 영화와 비교해) 전체 영화 제작비의 90% 이상을 절감했다”고 밝혔다.

미국 유명 AI 영화 감독 데이브 클락은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이 보통 1년에 2, 3편을 제작하는 데 AI를 사용하면 12편까지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클락은 미국감독조합(DGA)에 소속된 유일한 AI 영화 감독이다. 어릴 때 곤궁해 필름카메라가 아닌 폴라로이드로 스토리보드를 만들었다는 클락 감독은 “AI가 빈곤한 지역의 영화 지망생에게 더 많은 기회를 가져다줄 수 있고, 이곳에서 다음 세대의 스티븐 스필버그, 크리스토퍼 놀런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AI 영화는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다. 워크숍과 콘퍼런스에서 크게 지적된 문제는 일관된 영상을 만들기 힘든 점이다. 뒤로 갈수록 주인공의 외모나 영상의 색감, 분위기가 미묘하게 달라지는 일이 빈번하다. 원하는 이미지를 얻기까지 수없이 클릭해야 하며, 마음대로 미세하게 조정하기 힘들기도 하다. 이 때문에 아직은 호흡이 짧은 광고나 단편영화, 영화의 프리비즈 영상(영화 투자를 위한 사전설명 영상) 등에 쓸 때 강점이 있다. 다만 광고에서도 정확한 제품 이미지·로고를 반영하기 쉽지 않다.

그럼에도 AI가 영상 문화의 판도를 바꾸리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클락 감독은 “‘포레스트 검프’ ‘백 투 더 퓨처’의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이 새 영화 ‘히어’에서 톰 행크스의 20대 젊은 시절을 AI로 구현해 예산을 확확 줄였다”며 “월트 디즈니 컴퍼니도 자신들의 대표 모델을 AI에 훈련시켜 AI 영화를 내놓으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향후 1년 안에 100% AI로 생성한 어마어마한 작품이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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