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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미

쿠키를 찍어내고 남은 반죽을

쿠키라 할 수 있을까

 

뺨을 맞고

얼굴에 생긴 구멍이 사라지지 않을 때

 

슬픔이 새겨진 자리를

잘 구워진 어둠이라 불렀지

 

분명하고 깊은 상처라 해서

특별히 더 아름다운 것도 아닌데

 

마음이 저버리고 간 자리에 남은 사람을

사람이라 부를 수 있나

 

(중략)

 

우리는 통증으로부터 흘러나와

점차 흉터가 되어가는 중이지

 

부푸는 것을 설렘이라 믿으며

구워지는 쿠키들처럼

시인은 쿠키를 구우면서도 온전히 구워진 쪽보다 남은 반죽, 도려내진 잔해에 더 마음이 쓰였나 보다. 그게 마치 “마음이 저버리고 간 자리에 남은 사람”처럼 보였으려나. 소중한 것을 잃고 신음하는 사람처럼.

 

펄펄한 상처가 아물기까지 얼마나 긴 시간이 지나야 할까. 얼마나 많은 날들을 피 흘려야 할까. 그 긴긴 날들을 견디기 위해서는 어떤 믿음이 필요할지도. 이대로 잘 구워지고 있다는, 스스로를 위한 일종의 주문 같은 것.

 

그러고 보면 상처가 아문 뒤 생긴 흉터는 하나같이 뚜렷한 색과 모양을 띤다. 좀처럼 지워지지 않는다. 통증은 어느 정도 사그라졌다 해도 여전히 “분명하고 깊은 상처”인 것. 시인이 이야기한 대로 이제는 이것을 “잘 구워진 어둠”이라 불러 볼까. 마치 쿠키 같은. 남은 반죽으로, 도려내진 잔해로 기어이 구워낸 나의 쿠키.

 

박소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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