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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 반복 관람은 기본, 리뷰·인증글은 필수

입력 : 2024-07-08 06:00:00 수정 : 2024-07-07 21:5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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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예술계도 팬덤 확산… 특성 분석해보니

연 4회 이상 유료 관람객 마니아 분류
공연 장르별 관람자 ‘뮤지컬’ 가장 많아
사전 정보 확인·기념품 구매 성향 강해
30%는 온·오프라인 커뮤니티 활동도
공연 예술 시장 저변 확대에 도움 기대
일각선 양극화·상대적 박탈감 우려 시각

지난달 28일 싱가포르 에스플러네이드 콘서트홀. 피아니스트 임윤찬(20)이 국내 순회 연주회를 마친 후 돌입한 해외 투어 일정의 첫 공연이 열렸는데,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 대부분이 한국인이었다. ‘운 좋게’ 표를 구해 다녀왔다는 한 공연계 인사는 “70% 이상이 한국 관객인 것 같았다”고 했다. 이 중 상당수는 현지 교민 외에 한국에서 직접 날아간 임윤찬 열성팬들로 알려졌다. 국내에선 눈 깜짝할 사이에 표가 매진돼 임윤찬 공연을 현장에서 보기가 쉽지 않으니 해외 공연장도 마다치 않고 찾는 것이다. 피아니스트 조성진(30)의 공연 때도 비슷한 현상이 벌어지기 일쑤다. ‘클래식계 아이돌 스타’로 불리는 이들의 해외 연주 관람을 포함한 여행 패키지 상품이 나올 정도다. 두 피아니스트의 인기와 팬덤(열성팬 무리)이 대단함을 보여준다.

지난달 7차례 국내 공연 전석 매진을 기록한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첫 무대였던 7일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연주를 마친 뒤 인사하자 관객들이 일어나 박수와 환호를 보내고 있다.

K팝 스타 중심이었던 팬덤 문화가 클래식과 연극, 뮤지컬 등 공연예술계에도 확산하고 있다. 동시에 특정 장르나 인물(출연자)에 애착을 보이고 관련 정보와 지식도 전문가 못지않은 ‘공연 마니아 관객’도 느는 추세다. 특히 마니아 관객은 온라인 공간에서 일반 관객의 공연 선택이나 관람을 위한 정보 제공 등 작품에 대한 길잡이 역할을 하고, 일반 관객에 비해 공연 기획·제작·유통·소비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다.

7일 예술경영지원센터의 ‘2023 아트코리아랩 관객개발 중점과제 공연시장 마니아 관객 성향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마니아 관객은 △선호하는 작품과 출연진 공연에 대한 반복 관람 △사전 공연 정보 확인 △공연 리뷰나 관람 인증 글 게시 △공연 관련 기념품 등 부가 상품 구매 성향이 강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 조사는 지난해 인터파크와 세종문화회관 홈페이지 접속자 중 설문 응답자 4840명(여성 3613명, 남성 1227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응답자 중 90.6%(4386명)가 최근 1년(2022년 11월~2023년 10월) 이내 유료 공연을 관람한 적 있고, 절반(2430명·50.2%)가량이 연 4회 이상 유료 공연을 관람했다고 답했다. 공연 장르별 관람자(중복 응답)는 뮤지컬이 2608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연극 1655명, 음악(클래식·오페라) 1642명, 무용(현대무용·한국무용·발레) 496명, 국악 298명 순이었다.

해당 보고서에서 마니아 관객으로 분류한 연 4회 이상 유료 공연 관람객은 월평균 2.1회 공연을 봤다. 심층 면접조사에 응한 주부 A(47)씨는 “마음에 드는 뮤지컬이 있으면 한 번에 여러 캐스팅 조합으로 다회 차 입장권을 구매하고, 공연을 본 후 괜찮은 작품이라고 판단되면 자녀들 것까지 사 함께 반복 관람을 하기도 한다”며 “좋아하는 특정 예술가의 대만·일본 공연 관람을 위해 표를 사 다녀온 적도 있다”고 말했다. 여성 회사원 B(29)씨는 “유명하지 않지만 좋은 작품은 홍보 목적으로 블로그에 후기를 남기고, 인스타그램 등 다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관람 인증을 주로 한다”고 했다. 리뷰, 관람 인증 등 온라인 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편이라고 한 C(43)씨는 “괜찮은 작품을 본 경우 (제작사) 대표나 배우한테 후기를 남기기도 하면서 관계 맺기를 지속한다”고 답했다.

마니아 관객 중 30.2%는 공연 정보 습득과 관람 경험에 대한 공유 등의 목적으로 온·오프라인 커뮤니티(모임) 활동에 참여하고, 월평균 유료 공연 5회 이상 관람자와 30만원 이상 관람 비용 지출자의 경우 참여 비중(40% 이상)이 더 높았다. 아울러 마니아 관객 중 특정 예술가(출연진)나 스태프, 제작사, 단체의 팬클럽(팬덤)으로 활동하는 비율은 28.8%였고, 월평균 5회 이상 관람자(49.8%)의 활동 비율은 1회 미만 관람자(17.1%)보다 3배 가까이 높았다.

워너뮤직코리아 조희경 이사 겸 프로듀서는 지난 5일 ‘클래식 팬덤의 이해’를 주제로 한 포럼에 나와 “음반사 입장에서 팬덤은 소중한 고객이다. (주요 소비자층일 뿐 아니라) 특정 음악과 아티스트에 대해 우리보다 더 잘 알기도 하고 우리가 놓치고 있는 부분에 대해 의견을 주기 때문”이라며 “시장을 의식해서라도 팬덤의 의견이 타당할 경우 (음반 제작 과정에) 적극 반영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공연계는 팬덤 문화에 대해 공연 예술 시장 저변 확대에 도움이 될 것이라거나 특정 스타 배우와 연주자 등 극소수에게만 집중돼 양극화와 상대적 박탈감을 심화시킬 것이란 의견이 분분하다. 조 이사는 “(클래식 분야만 해도) 양극화 해소가 안 될 경우 관련 산업 기반이 다져지지 않아 무너져 버릴 수 있다”며 “많고 다양한 음악과 공연을 즐기려면 팬덤이 일방적으로 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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