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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2021년 7월 특집기사에서 자국 조선업의 심각한 상황을 분석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전 세계 상선 4만4000여척 가운데 미국 선적은 200척 미만으로 집계됐다. 자국 선적 상선이 담당하는 해외 교역 물동량은 채 1%가 안 됐다. 매년 1000척 이상을 ‘찍어내는’ 중국과 달리 미국 조선소의 연평균 선박 건조량은 10척 안팎에 불과하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만 하더라도 군함과 수송선 수천 척을 찍어낼 정도로 눈부셨던 미국 조선업의 현실이다.

 

미국 조선산업이 몰락의 길을 걷게 된 것은 한국, 일본, 중국 등 경쟁국의 성장 탓이다. 1920년 자국 내 선박 건조를 의무화한 ‘존스법’(Jones Act)도 발목을 잡았다. 존스법 영향으로 나눠먹기식 물량 배정에 비싼 인건비 등이 맞물리면서 시장에서 경쟁력을 상실해갔다. 급기야 2000년대 초반부터 미국 주요 조선사는 자국 해군과 해안경비대가 발주하는 특수선 사업만으로 연명하는 처지로 전락했다. 이 추세대로라면 해상 패권이 중국으로 넘어가는 것도 시간문제다.

카를로스 델 토로 미국 해군성 장관이 이달 초 미국 해군연맹이 주최한 행사에서 “한국, 일본 같은 동맹국은 미국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이지스 구축함을 포함한 고품질 선박을 건조하고 있다”며 “배를 만드는 상황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며, 언제 인도될지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고 감탄사를 연발했다고 한다. 그는 지난 2월 방한해 국내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조선소를 둘러봤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앞선 (한국) 조선사를 유치해 미국 조선소에 투자할 기회가 있다”고도 했다. 이 말이 현실화하리라 기대한 이가 많았을까 싶다.

한화그룹이 21일 미국의 필리(Philly) 조선소 지분 100%를 인수하는 계약을 했다고 밝혔다. 1997년 미 해군 필라델피아 국영 조선소 부지에 설립된 이후 미국에서 건조된 상선과 다목적함의 약 50%를 공급해온 곳이다. 한화는 연간 20조원에 달하는 미 해군 MRO(유지·보수·정비) 사업 진출의 발판으로 삼겠다고 했다. K방산의 미국 진출,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아메리칸 드림’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박병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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