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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기분 나빠서 신고할게요”… 무고성 신고에 고통받는 교사들 [오늘의 정책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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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6-15 07:48:43 수정 : 2024-06-16 10: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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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교사들끼리 얘기할 때 ‘기분 상해죄’를 조심하라고 하죠. 우스갯소리지만 그게 현실이거든요.” 경기의 한 초등학교 교사 A씨는 지난해 한 학부모로부터 ‘정서적 아동학대’로 민원을 넣을 것이란 이야기를 들었다. 수업시간에 모둠 활동을 진행했는데, 자녀가 친하지 않은 아이들과 같은 모둠이 됐다는 이유에서였다. 모둠을 바꿔달란 요구를 거절하자 해당 학부모는 A씨의 행위가 ‘정서적 아동학대’라며 몰아세웠다. A씨는 “정서적 아동학대 범위가 워낙 넓고 아이의 감정에 대한 문제이다 보니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아니냐”며 “교사들 사이에선 ‘운 나쁘면 신고당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정당한 교육활동과 학생생활지도는 아동학대로 보지 않는다’는 법안이 통과되면서 교사에 대한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가 줄 것으로 기대됐으나 현장에선 여전히 무고성 ‘정서적 아동학대’ 신고로 고통받는 교사가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정서적 아동학대는 학생의 ‘정서’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학생의 기분을 상하게 했다는 이유로 신고당하는 일도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교사들은 정서적 아동학대의 규정을 구체화해야한다고 주장한다. 

 

◆‘고소 두려움’ 시달리는 교사들

 

15일 교사노동조합연맹에 따르면 올해 스승의날을 앞두고 전국 유·초·중등·특수교육 교원 1만1359명을 조사한 결과 84.2%가 ‘최근 1년간 정서적 아동학대 고소를 걱정해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교사 사이에서 정서적 아동학대에 대한 두려움이 높은 것은 정서적 아동학대 개념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동복지법 17조 5호는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를 해선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정서적 아동학대의 개념이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이라고만 설명돼있어 교사 사이에선 학대 개념이 모호하고 포괄적이라는 불만이 나온다. 학생의 기분을 상하게 하면 아동학대로 신고당할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충청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학생의 정서에 심각한 해를 끼친 교사는 당연히 아동학대로 신고해야겠지만, 지금은 단순히 ‘아이가 마음의 상처를 받았다’는 이유로 신고하는 사람도 있는 것이 문제”라며 “학부모들도 규정이 모호하다는 것을 잘 알아서, 일부 학부모는 정서적 아동학대 신고를 교사를 괴롭히는 수단으로 쓰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백승아 의원과 교사노조 소속 교사들이 지난 12일 교사에 대한 무고성 정서적 아동학대 신고 피해 문제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교사노조 제공

◆교사 괴롭히려 신고…교사들 고통

 

최근 더불어민주당 백승아 의원과 교사노조가 개최한 ‘정서적 아동학대 악성 민원 피해교사 간담회’에는 무고한 정서적 아동학대 신고로 피해를 본 교사 8명이 참석했다. 피해 교사들은 정당한 교육활동 및 생활지도를 했음에도 학생이 단지 ‘감정적으로 불편했다’는 이유로 교사를 신고한다고 입을 모았다. 학교폭력위원회, 교권보호위원회 등에 회부된 뒤 협박성 또는 보복성으로 아동학대 신고를 한 사례도 있었다. 

 

교사들은 아동학대 신고를 당했을 경우, 교육청과 경찰, 검찰 등의 조사를 수차례 받으며 교사가 ‘정당한 생활지도’였음을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 점을 어려움으로 꼽았다. 결국 무혐의를 받더라도, 오랜 조사 과정에서 큰 고통을 겪는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무혐의가 나올 것을 알면서도 그저 교사를 괴롭히기 위해 신고를 남발하는 경우도 있다. 아동학대는 현행법상 누구든 ‘의심’만으로도 신고가 가능해 무혐의 처분이 내려지더라도, 고소인이나 신고자가 무고로 처벌되기 어렵다. 

 

교사노조는 “학교 현장에서 교권 침해 사례 발생 시 학부모가 해당 교사를 정서적 아동학대로 신고 위협하거나 신고하는 보복성 행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정서적 아동학대 법안이 교사를 공격하고 학교 생활지도 시스템을 파괴하는 무기로 작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런 무고성 신고는 교사들에게 큰 상처를 남긴다. 피해 교사들은 신고 후 정신적인 충격을 받고, 교사로서 정상적인 교육활동을 하기 어려워졌다고 호소했다. 무고성 신고로 1년 이상 트라우마 치료를 받고 있다는 한 교사는 “타인과의 만남이 두려웠고, 처음 교단에 섰을 때 꿨던 꿈이 무너졌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교사들이 마음 놓고 아이들을 지도하고 가르칠 수 없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교사는 “소명의식이 사라지고 스스로 교사로서 사망 선고를 내렸다”고 밝히기도 했다.

 

◆교사들 “법 개정해 요건 구체화를”

교원단체들은 현행 아동복지법이 교사들의 교육활동을 위축시키고 있다며 무고성 신고에 대한 보호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정서적 아동학대의 범위와 정도를 구체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의 특수성을 고려해 교사의 아동학대는 가정에서의 아동학대와 구분해서 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초등교사노조는 “교육적 행위를 자신의 요구와 기분에 반한다는 이유로 정서적 아동학대라며 방해하고 침해하는 악성 민원인들로 교육과 사법 당국의 행정력이 낭비되고 있다”며 “교육부는 관계부처와 협의해 정서적 아동학대 구성 요건 명확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 의원은 교사들의 의견을 수렴해 ‘정서적 아동학대 악성 민원 방지 법안’을 발의한다는 계획이다. 중등교사노조는 백 의원과의 간담회에서 법령과 제도 마련에 힘써 줄 것을 당부하는 전국 교사 6243명의 서명 운동지를 백 의원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원주현 중등교사노조 위원장은 “학교와 교사를 향한 악성 민원과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 공교육이 흔들리고 있다”며 “법령과 제도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백 의원은 “교사 출신으로서 간담회에서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마음이 아팠다”며 “선의의 교육과 지도가 아동학대로 신고돼 교사들이 억울하게 고통받는 사례가 더이상 없도록 제도 개선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세종=김유나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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