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 침체 따른 실적 부진
최태원 회장 이혼 판결 따른 우려
경영근간 SKMS로 리밸런싱 추진
임직원도 “SKMS 실천 필요” 응답
그린·바이오 사업 내실 경영 전환
반도체 등 디지털 사업 적극 확장
中 지리그룹과 전략적 협력 나서
SK그룹이 이달 말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석하는 경영전략회의를 연다. 최근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실적 부진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이혼 항소심 판결 등으로 그룹 안팎의 우려가 커진 가운데 진행되는 이번 회의에서 그룹 사업 재편 방향의 윤곽이 그려질지 주목된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28일과 29일 이틀간 경기 이천 SKMS연구소에서 경영전략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SK이노베이션 수석부회장,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등이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은 2015년부터 이어왔던 확대경영회의를 올해 경영전략회의로 개편했다. 8월 이천포럼, 10월 CEO세미나와 더불어 SK그룹 최고 경영진이 모여 경영 전략을 논의하는 중요 연례행사다.
이번 회의에서는 SKMS(SK Management System) 기본정신 회복과 그룹 내 각 사업 리밸런싱 방향성이 주요하게 다뤄질 예정이다.
성공적인 리밸런싱을 위해 SKMS가 기반이 돼야 한다는 것이 SK그룹의 판단이다. SKMS는 SK그룹의 경영 체계로, 고 최종현 선대회장이 1979년 처음 정립한 이후 지난 45년간 경영환경 변화에 맞춰 개정을 거듭해왔다. SK는 SKMS가 1990년대 외환위기, 2000년대 글로벌 금융위기 등 어려운 경영환경에 처했을 때마다 SK그룹이 위기를 극복하는 기업문화의 근간 역할을 해왔다고 보고 있다.
최근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SKMS 실천에 대한 인식조사’에서도 임직원들은 ‘리더와 임직원이 SKMS를 바탕으로 사내에서 소통하려는 노력이 가장 필요하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직원이 높은 수준의 자발성과 의욕으로 더 큰 목표에 도전하고 성장하는 자세를 내부적으로 ‘패기’라고 표현하는데, 과거에 비해 이러한 용어를 중시하고 사용, 실천하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SK그룹은 SKMS 내부 전파를 주요 경영진과 각 계열사의 연중 추진 과제로 선정할 방침이다.
그룹 사업 포트폴리오 점검 및 재조정 방안도 논의한다. SK그룹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SK실트론 등 다수 자회사의 매각을 검토 중이다. 각 계열사가 보유하고 있는 다른 회사 지분도 일부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최 회장은 최근 수펙스추구협의회 회의에서 “그린·바이오 등 사업은 ‘양적 성장’보다 내실 경영에 기반한 ‘질적 성장’을 추구하고, 반도체 등 디지털 사업 확장을 통해 ‘인공지능(AI) 리더십’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업 경쟁력 강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SK는 이날 중국 저장지리홀딩그룹(지리그룹)과 전기차 배터리, 차량용 전장 부품 등 친환경 모빌리티 분야에서 ‘전략적 사업 협력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약을 토대로 SK가 가진 사업개발 역량과 지리그룹이 갖춘 모빌리티 전문성을 결합해 그린 비즈니스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배터리 기업인 SK온과 지리그룹 산하 자동차 브랜드 간 협력이 예상된다.
1986년 설립된 지리그룹은 세계적 모빌리티 테크 기업으로, 산하에 지리자동차, 스웨덴 볼보,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 영국 고성능 차량 로터스 등 10여개 브랜드를 두고 있다.
장용호 SK㈜ 사장은 “양사는 이번 관계 구축을 통해 글로벌 전기차 시장과 친환경 에너지 분야를 선도하며 미래 모빌리티 영역에서 단단한 입지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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