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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불출석 패소’ 권경애 변호사, 5000만원 배상”

입력 : 2024-06-11 19:20:28 수정 : 2024-06-11 21:5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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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폭訴 1심 후 세 차례 재판 ‘노쇼’
피해 학생 모친, 손해배상 소송
法 “의뢰인에 법무법인 공동 지급”

학교폭력 피해자를 대리하며 재판에 불출석하고 패소 사실도 숨긴 권경애(사진) 변호사가 의뢰인에게 50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5단독 노한동 판사는 11일 학교폭력 피해학생 모친 이기철씨가 권 변호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법원은 이씨가 청구한 2억원의 손해배상 중 5000만원을 권 변호사와 그가 속한 법무법인이 공동으로 지급하라고 했다.

권경애 변호사. 연합뉴스

재판부는 “권 변호사의 잘못으로 이씨로서는 ‘항소심이나 상고심으로부터 판단을 받아본다’는 법으로 보장된 기회를 상실하게 됐다”며 “관련 민사사건의 승패를 떠나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이므로 피고는 이를 금전으로나마 위자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위자료 액수에 대해선 “딸의 사망 경위를 밝히고 관련자에게 책임을 묻고자 6년 동안 이어온 소송이 허망하게 끝나 허탈감과 배신감이 심대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권 변호사가 내년까지 총 900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이씨에게 준 이행각서 등도 판결에 고려했다.

 

권 변호사는 2015년 학교폭력 피해를 당하다 숨진 박모양의 유족을 대리해 가해학생 부모 등 38명과 학교법인, 서울시교육청을 상대로 5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2022년 2월 1심은 가해자로 지목된 한 학생의 부모에 대해서만 배상책임을 일부 인정하고 나머지에 대해서는 모두 기각했다.

 

권 변호사의 ‘잘못’은 항소심 과정에서 발생했다. 그는 2022년 9월과 10월, 11월 3차례 재판에 잇달아 불출석했다. 그 결과 이씨의 항소는 취하됐다. 민사소송법상 재판 양쪽 당사자가 3회 이상 출석하지 않으면 소를 취하한 것으로 간주한다. 권 변호사는 패소 사실을 뒤늦게 알고 4개월간 이를 유족에게 알리지 않았다. 그사이 대법원 상고 기간이 지나 패소 판결이 확정됐다.

학교폭력 피해자인 고 박모양의 어머니 이기철씨가 1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권경애 변호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의 1심 선고가 끝난 뒤 심경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이씨는 지난해 4월 권 변호사의 불성실한 변론으로 재판받을 권리와 상고할 권리 등이 침해됐다며 2억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이씨의 청구 중 재산상 손해는 인정하지 않았다. 이는 앞선 민사사건에서 이씨가 승소했을 개연성이 낮다고 봤기 때문이다. 가해 학생 측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소멸시효가 대부분 지난 상태였고, 1심에서 유일하게 승소한 부분도 항소심에서 패소로 뒤집힌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이날 선고 결과에 대해 이씨는 “실낱같은 기대가 있었는데 너무 실망이 크다”며 항소할 뜻을 밝혔다.


이종민 기자 jngm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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