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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노쇼’ 변호사의 잊힐 권리 부정하는 母…“당연히 항소, 대법도 가겠다”

입력 : 2024-06-11 13:54:35 수정 : 2024-06-11 13:5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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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불출석 패소’ 권경애 변호사가 원고에 5000만원 지급하라고 판결
권 변호사, 학폭 항소심 세 차례 불출석으로 패소…유족 ‘재판받을 권리 침해됐다’ 주장
학교폭력 피해자 모친 이기철씨가 11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권경애 변호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을 마친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학교폭력 관련 소송 불출석으로 유족 패소를 초래한 권경애(59·사법연수원 33기) 변호사가 유족에게 5000만원을 배상하라는 법원 판결이 11일 나온 가운데, 유족은 권 변호사의 ‘잊힐 권리’를 거부하며 이 악물고 상고심까지도 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5단독 노한동 판사는 이날 오전 학교폭력 피해자 모친 이기철씨가 권 변호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에서 ‘5000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다만, 같은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 2명에 대한 청구는 기각했다. 권 변호사는 이날 선고에 출석하지 않았다. 민사소송은 형사재판과 달리 당사자의 출석 의무는 없다.

 

앞서 권 변호사는 학교폭력에 시달리다가 2015년에 숨진 박모양 어머니 이씨를 대리해 이듬해 가해자들에게 민사소송을 제기, 1심에서 일부 승소했다. 하지만 2022년 9~11월 항소심 변론기일에 세 차례나 연달아 불출석하면서 민사소송법에 따라 패소했고, 이러한 사실마저도 이씨에게 알리지 않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패소 사실도 몰랐고 상고조차 하지 못한 이씨는 권 변호사의 불성실한 변론으로 재판받을 권리와 상고할 권리가 침해됐다며, 권 변호사와 소속 법무법인 그리고 같은 법인 소속 변호사 2명을 상대로 지난해 4월 총 2억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같은 해 10월 조정기일을 열어 ‘강제조정’을 시도했지만, ‘돈이 중요한 게 아니라 권 변호사와 이야기를 하고 싶을 뿐’이라며 이씨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정식 재판으로 이어졌다.

 

권경애 변호사. 뉴시스

 

패소 사실을 알리지 않아 유족의 상고가 제때 이뤄지지 못한 와중에도 권 변호사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정치 관련 글을 꾸준히 게시했다. 권 변호사는 이른바 ‘조국 사태’를 비판적으로 분석한 저작물인 이른바 ‘조국 흑서’의 공동 저자다.

 

이씨는 선고 후 만난 취재진의 ‘오늘 재판도 불출석했다’는 말에 “사람의 무책임함이 어디까지 가는지를 제가 두 눈으로 똑똑히 보고 있는 것 같다”며, ‘그동안 권 변호사의 사과가 있었나’라는 질문에는 “제가 바라는 사항이었지만 ‘살면서 저한테 민폐 끼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던 말을 지키지 않고 있고, 저에게는 어떠한 해명이나 사과도 하지 않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권 변호사가 ‘사람이 도리를 해달라’던 자신의 호소마저도 듣지 않고 그냥 숨어 있다면서, 이씨는 ‘권 변호사에게 떨어진 정직 1년 징계는 충분하다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에도 “절대로 충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같은 맥락에서 “변호사협회는 도대체 뭘 보고 정직 1년 징계를 하고 대단한 징계를 했다고 말하나”라며 “권경애라는 이름 앞에 변호사라는 단어도 되는 기간이 (곧) 시작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대한변호사협회가 권 변호사에게 내린 정직 1년 징계는 이달로 끝난다.

 

이씨는 특히 권 변호사의 ‘잊힐 권리’를 막아서는 듯 했다. 그는 “하루에도 수십건의 사건이 터지고 시끄러운 이 나라에서 사건이 터졌을 때만 관심이 집중하고, 뒤돌아서면 다 잊어버리는 게 당연시된다”며 “잊히지 말아야 하고, 피해 입은 사람에게 무릎 꿇고 당연히 사과해야 한다고 저는 이야기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당연히 항소도 할 거고, 항소를 담당하는 판사가 어떤 태도로 재판에 임하는지 보겠다”며 “그걸로도 안 되면 대법원까지도 갈 것”이라고 했다. 이씨는 “그 과정이 힘들고 제가 쓰러질 수 있지만, 쓰러지지 않도록 독하게 혀 깨물고, 입술도 악물고 그렇게 가겠다”고 강조했다.

 

권 변호사 측은 지난해 10월 조정에 앞서 “원고(이씨)가 항소를 취하한 것으로 간주해 원고의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했고, 2심 패소 판결을 고지하지 않아 상고할 권리를 침해했다는 원고 측 주장은 전반적으로 인정한다”면서도 원고의 청구를 기각해달라는 취지의 답변서를 제출했었다.

 

답변서에서 권 변호사 측은 “원고로부터 받은 수임료 900만원에 대해서만 피고의 과실 정도에 따라 손해배상 범위를 판단해야 한다”며 “정신적 위자료 지급과 관련해선 원고가 이 사건을 언론에 공표해 피고가 받은 정신적 충격도 고려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급격한 건강악화로 다른 변호사에게 재판 출석을 부탁하는 정도의 간단한 업무도 처리가 어려운 상태였다고 항변도 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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