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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래

천장에 백열전구가 매달려 있다

누군가 한 번이라도 들여다본 것은
어디에서든 혼자 빛난다

모르는 집 창문에서 노란빛
사라지는 것을 본다
누군가의 머리 빗는 손을 생각해 본다

빛을 다 흘리고 난 전구들은
유령처럼
마음속의 온 도시를 떠도는데


누가 살아 있어서
그중의 하나를 만나면

어떻게든 한번은
반짝,

빛을 내본다고 하는데

늦은 저녁 골목을 산책하다 보면 집집이 밝힌 빛들이 눈길을 붙든다. 그 선연한 빛, 빛들에 깃든 온기란 얼마나 강력한지. 시린 마음을 다독이는 것만 같아, 나도 모르게 한참을 올려다본다. “모르는 집 창문”에 걸린 “노란빛”을 보려고 일부러 저녁 산책을 나서는 건지도 모르겠다. 훗날 때가 되면 그 빛들도 하나둘 사라지겠지만. 수명을 다한 빛들은 어디로 가나. 시인의 말 대로 “마음속의 온 도시”를 떠돌려나. 정말 그럴지도. 한번 마음에 스민 빛은 쉽사리 꺼지지 않는 법.

 

내가 올려다본 빛들도 그러면 좋겠다. 빛을 다 흘리고 난 뒤라 해도, 누군가 자신으로 인해 시린 마음을 다독였음을 떠올리면 좋겠다. 빛을 담았던 창문들, 집들, 사람들도. 근심과 불행을 만나 시시각각 허물어지더라도 ‘온기의 기억’을 되짚으며 어떻게든 반짝, 힘을 내기를. 감은 눈을 뜨기를.

 

아직 눈동자는 살아 있다. 저녁의 골목은 환하고, 기도하듯 오늘은 여느 때보다 더 천천히 걷는다.

 

박소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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