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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준칼럼] 남북 무합의 시대의 안보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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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6-09 23:04:45 수정 : 2024-06-09 23:0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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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국제사회 대화서 사라지고
남과 맺은 각종 합의에서 이탈
현상변경적 정책 추구 명확해
초당적인 안보정책 형성 시급

지난 5월9일부터 10일까지 일본 도쿄에서 열린 동북아협력대화(NEACD)에 참석하였다. NEACD란 1990년대 후반부터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샌디에이고 분교가 주도하여 청설한 것으로 남북한을 포함하여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의 관료 및 학자들을 초빙하여 동북아의 평화협력문제를 논의해온 1.5트랙의 다자간 회의체이다. 이번 회의에서도 미국에서 국무부 한반도 담당 국장 및 인태사령부의 부사령관 등이 참석했고, 주최국 일본도 외무성과 방위성의 국장급 이상 고위 관료들이 회의 기간 내내 자리를 같이했다. 중국도 외교부의 한반도 담당 대사와 인민해방군 출신의 예비역 장군들이 참석했고,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 러시아에서도 아시아 전문가들이 화상회의와 현장 참석을 통해 자신들의 견해를 발표했다. 다만 수년 전까지 정부 대표단을 보냈다는 북한에서는 아무도 참석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각국 대표들은 이전 북한 측 대표로 참석했던 최선희 현 북한 외상에 대한 기억들을 소환하기도 했다. 일본 외무성의 국장은 수년 전까지는 같은 국장급으로 회의에 참석했던 최선희가 지금 외상으로 승진했지만, 자신은 여전히 국장급에 머물러 있다고 조크를 던졌다. 중국의 한 연구자는 이전에 개최된 회의 막간의 휴식 시간에 당시 최 국장과 맞담배를 피우며 중국어로 대화한 기억을 소개하기도 했다.

박영준 국방대학교 국가안보문제연구소장

이같이 국제사회에서 개최되는 다양한 대화의 무대에 북한 대표가 불참하는 현상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북한도 참가자격을 갖고 있는 ARF 국방대 총장회의에도 북한 측이 언제부터인가 불참하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스스로 고립의 길을 선택하고 있는 북한은 남북 간에 체결된 상호 합의들도 실질적으로 파기하는 노선을 걷고 있다. 이미 6차례의 핵실험을 실시하고, 2023년 9월에는 선제 핵사용의 5가지 유형을 제시한 핵무력법을 공포한 북한의 핵개발은 누가 보아도 1991년 남북한이 합의한 비핵화 공동선언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초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남북한이 더 이상은 같은 민족관계가 아니며, 교전상태하에 있는 적대관계라고 규정하였다. 이 같은 북한의 대남 관계 재규정은 명백히 남북한을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 있는 동족관계로 규정한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를 무효화하는 의미를 갖는 것이다. 게다가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이미 한국과 공동서명한 9·19 군사합의도 전면 파기한다는 결정도 내린 바 있다. 이로 인해 한반도는 무합의 시대를 맞게 되었고, 북한은 오물풍선 등을 날려보내면서 우리 사회를 위협하고 있다.

국제정치학에서는 개별 국가가 여타 국가들과 맺은 조약과 협정들을 파기하거나 국제사회의 보편적인 규범에서 이탈할 때, 현상변경적인 대외정책을 추구하고 있다고 파악한다. 그리고 이러한 국가들에 의해 공격적 전쟁의 발발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본다. 제2차 세계대전 이전 시기에 군국주의 일본과 히틀러 치하의 독일이 각기 국제연맹에서 이탈하고, 워싱턴 군축조약이나 로카르노 조약 등을 도외시하면서 결국 세계대전을 도발한 사례들이 이에 해당한다. 국제법 교과서들이 타국과 체결한 조약들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은 이 때문인지 모른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현재 국제사회 대화의 장에서 모습을 감추고, 우리와 체결한 각종 합의에서 이탈하고 있는 북한이 한반도와 국제질서에 대해 현상변경적인 정책을 취하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이러한 북한의 정책변화 및 그에 따른 위험성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가 우리의 안보정책에서 가장 큰 화두이다. 현실주의자들은 강력한 국방태세의 확립과 굳건한 동맹유지가 안보정책의 최우선순위라고 강조한다. 한편 자유주의자들은 적대국과의 대화 추진 및 공동의 규범 창출이 분쟁의 위험성을 낮출 수 있다고 주장한다. 마침 제22대 국회도 개원되었다. 산적한 국정 현안 가운데 무엇보다 대북 정책에 대한 초당적 논의를 통해 국민이 공감하는 안보정책을 형성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가 아닐까 생각된다.

 

박영준 국방대학교 국가안보문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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