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인줄 알았는데…’
발열이 심하지 않은데 기침이 점점 심해지면서 오래 간다면 ‘백일해’를 의심해봐야 한다. 최근 세계적으로 백일해 감염자가 크게 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전년 대비 크게 증가하고 있어서다.
질병관리청은 올해 백일해 환자가 이달 1일 기준 1365명으로 집계됐다고 7일 밝혔다. 최근 백일해가 유행했던 해는 2018년인데 이때 연간 환자 수인 980명을 이미 6개월 만에 넘어선 것이다. 지난해 6월1일 기준 백일해 환자가 13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05배 증가한 수치다.
연령대별로는 13-19세가 49.6%(617명), 7~12세가 37.5%(512명)로 7-19세 소아청소년이 전체의 87.1%(1129명)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교육시설에서 집단 발생이 보고되고 있는 경남(392명, 39.8%), 경기(143명, 17.4%) 부산(109명, 8.0%), 경북(90명,6.6%) 순으로 많이 발생했다.
급성 호흡기 질환 중 하나인 백일해는 백일(百日)동안 기침(咳)을 한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제2급 감염병으로 감염자의 기침이나 재채기를 통한 비말, 감염자의 타액 등이 묻은 물건을 통해 백일해균으로 불리는 보르데텔라균(Bordetella pertussis)이 전파되면 감염될 수 있다. 처음에는 일반적인 감기와 같이 콧물이나 경미한 기침으로 시작되다가 발작성 기침으로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매우 심한 기침이 하루 15회 이상 발생하고, 숨을 들이쉴 때 ‘훕’하는 소리가 난다면 백일해를 의심해봐야 한다.
올해 백일해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유행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중국의 경우 4월 감염자가 9만1272명이나 나왔고 사망자가 2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3월(2만7078명)과 비교하면 3.4배, 지난해 동기(1074명) 대비 83배나 늘어난 수치다. 미국의 경우도 지난달 25일 기준 감염자가 4864명으로 전년 동기(1746명) 대비 2.8배 늘었고, 필리핀은 4월27일 기준 2521명이 발생, 이중 96명이 사망했다.
질병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백일해 예방접종률이 1세 97.3%(DTaP 3차), 초등학교 입학생 96.8%(DTaP 5차) 수준으로 주요 선진국보다 높아, 감염 시 중증으로 진행할 수 있는 고위험군인 1세 미만의 감염 사례(4명)가 적고, 최근 10년간 사망사례도 보고되지 않았다. 다만 환자 수가 지속 증가할 경우 감염으로 인한 중증 합병증 또는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질병청은 설명했다.
질병청은 “백일해 예방을 위해서는 아직 총 6회의 예방접종을 완료하지 않은 경우 신속하게 접종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1세 미만 영아와 밀접한 접촉을 하는 부모, 형제, 조부모, 영아도우미 의료인, 산후조리원 종사자, 보육시설 근무자, 임신부 및 가임기 여성의 경우도 아이와 접촉하기 최소 2주 전에는 백일해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소아청소년이 백일해를 포함한 호흡기 감염병이 의심되는 경우 등교·등원을 중지하고, 병원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일상생활에서 손씻기, 기침예절을 실천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지영미 질병청장은 “정부는 백일해 발생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백일해가 가장 많이 발생한 경남도와 함께 임신부와 1세 미만 영아에게 백일해 전파 가능성이 있는 의료인 등을 대상으로 임시예방접종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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