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K팝 그룹들의 경우 외국 출신 멤버들이 섞여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일본이나 중국 현지에서 우리나라 기획사가 현지인들만으로 구성한 K팝 그룹도 존재한다. 심지어는 우리나라 기획사와도 상관없이 외국인들만으로 구성된 K팝을 표방하는 그룹도 있다. 우리나라 제작진과 배우들에 일본 감독이 연출한 경우는 어느 나라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제작진과 배우 연출 모두 한국인이지만 제작비는 미국 자본인 넷플릭스 드라마들은 K드라마일까. 제작 자본, 제작진 모두 미국 출신이고 감독이 한국계 미국인인 경우, 우리는 이 작품들을 K에 포함해도 될까?
K컬처의 K가 무엇인지를 찾으려 할수록 정작 우리가 마주하는 건 ‘한국성’이라는 모호한 기준 아래 끊임없이 변화하는 문화 현상들이다. 단일하고 고정된 실체를 기대했다간 K컬처의 매력을 놓치기 십상이다. K컬처의 흥미로운 점은 오히려 그 경계를 넘나드는 역동성에 있다. 생각해 보자. 전 세계인들이 한국이라는 상상의 공동체를 떠올리며 K드라마에 열광하고, K팝에 맞춰 흥겹게 춤춘다. 그들이 상상하는 한국의 모습은 제각각일 테지만, 그 다양한 이미지들이 모여 거대한 문화적 흐름을 이룬다. 주목해야 할 건 우리가 그려내는 K컬처의 경계가 아니라 그 경계를 뛰어넘는 무한한 가능성이다.
사실 K컬처를 구성하는 요소들은 한국성과 다양한 방식으로 연결되어 있다. 어떤 콘텐츠는 한국적 정서를 진하게 녹여내는가 하면, 또 다른 콘텐츠는 글로벌 트렌드를 주도하며 새로운 한국성을 만들어낸다. 우리가 K컬처를 바라볼 때 필요한 건 딱 떨어지는 기준이 아니라 그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열린 자세다. 물론 K컬처를 관통하는 공통점을 찾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그건 획일적인 잣대를 들이대기 위해서가 아니라 K컬처 특유의 창의성과 도전정신을 발견하기 위해서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건 정해진 틀에 갇힌 한국성이 아니라 그 틀을 뛰어넘는 역동적인 상상력이다.
결국 K컬처의 매력은 고정된 정의에 있는 게 아니라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에 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주어진 경계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나가는 K컬처의 모험에 동참하는 것이다. K컬처의 다양한 색채와 에너지 속에서 우리 시대의 문화적 흐름을 만나는 순간 우리는 살아 숨 쉬는 K컬처의 현재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그 역동적인 여정에 함께 하는 것, 그것이 바로 K컬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즐거운 도전이 아닐까.
이지영 한국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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