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의 사회학/ 우에노 치즈코/ 조승미·이혜진·공영주 옮김 /오월의봄/ 4만8000원
한국은 2017년 고령사회(고령자 인구비가 전체 인구의 14% 이상인 사회)에 돌입했다. 그런데 이에 대한 대비를 우리 사회는 충분히 하고 있을까. 이에 1994년 한국보다 먼저 고령사회를 경험한 일본의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본을 대표하는 사회학자이자 페미니스트인 저자는 ‘집에서 혼자 죽기를 권하다’와 ‘누구나 혼자인 시대의 죽음’, ‘독신의 오후’ 등을 통해 일찍부터 ‘돌봄’ 문제, 즉 ‘돌봄의 사회학’을 고민해왔다. 그런 그가 이번 ‘돌봄의 사회학’에서 ‘고령자 돌봄’ 문제를 전면적으로 다룬다.

책은 2000년 4월 일본에서 시행된 개호보험제도로 시작한다. 개호보험은 일본의 노인장기요양보험으로, 저자는 이를 ‘가족혁명’이라고 부른다. 이 제도가 고령자 복지를 “온정주의에서 계약으로”, 또 “시혜에서 권리”로 극적으로 바꾸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고령자를 돌볼 책임을 가족의 책임에서 공적 영역으로 이전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개호보험이 도입된 이후 10여년 동안 일본 사회에 일어난 변화를 추적한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돌봄’에 대한 이론과 실천 면에서 모두 탁월하다는 점이다. 저자는 그간 이뤄진 ‘돌봄 이론’에서는 ‘젠더 편향’이 반복돼왔다고 비판하면서, 인권과 페미니즘이 가미된 정교한 이론적 전개를 펼친다. 즉 돌봄은 주로 여성이 해야 하는 노동으로 파악하는 논의가 주로 있었고, 여기에서 ‘여성의 관점’은 빠져 있다는 것이다.
10년 동안 행해진 돌봄 현장 연구 또한 장점이다. 저자는 다양한 현장 시설을 둘러보며 많은 관계자를 만났고, 이를 통해 ‘좋은 고령자 돌봄이란 무엇인가’, ‘고령자 돌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실천할 것인가’를 탐구한다. 모두가 개인실에서 생활할 수 있는 ‘유니트 케어’ 시설, 장애인·유아·고령자가 함께 거주하는 ‘공생 돌봄’ 시설 등은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노인요양시설은 4인실이 기준이며, 주로 ‘집단 돌봄’ 형태로 이뤄지고 있는 데 반해, 이 시설들은 이용자 중심이며 ‘개별 돌봄’이 이뤄지고 있다.
일본의 혁신적인 시설들에도 단점은 있다. 이 시설들이 돌봄노동자들의 낮은 임금으로 지탱되고 있기 때문이다. “왜 돌봄노동의 가격은 싼가? 왜 돌봄노동의 가격을 올리려고 하지 않는가?”란 질문을 던지며, 결국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돌봄의 미래는 어두울 것이라고 저자는 단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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