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첩보류·혐의자 축소 요청 날에도 통화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사건‘ 수사에 대한 대통령실의 외압 의혹이 커지는 가운데 박진희 당시 국방부 군사보좌관이 군 관계자에게 사건 자료 이첩 보류를 요청하기 전후로 대통령실 관계자와 수차례 통화한 사실이 드러났다. 대통령실이 군 관계자에게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짙어지면서 대통령실을 겨냥한 수사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이들을 포함해 대통령실과 군 관계자 간 ‘연결고리’ 역할을 한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가 먼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28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종섭 전 장관의 국방비서관이었던 박 전 보좌관은 해병대 수사단이 이 전 장관에게 초동 조사 결과를 보고한 지난해 7월30일부터 그 다음날인 7월31일까지 이틀 간 임기훈 당시 대통령실 국방비서관과 최소 8차례 통화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 전 보좌관은 7월30일 오후 5시39분쯤 임 전 비서관과 2분31초 동안 통화했다. 10분 뒤 박 전 보좌관은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에게 “오늘 보고드린 내용을 안보실에도 보고가 돼야 할 것 같다. 내일 아침엔 국방비서관에겐 인지가 돼야 할 것 같다”는 내용의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냈다. 여기서 ‘국방비서관’은 임 전 비서관을 가리키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 다음 날인 31일에는 낮 12시46분부터 3시50분까지 임 전 비서관과 최소 6차례 더 통화했다. 박 전 보좌관은 통화 전후 김 사령관에게 텔레그램으로 △이첩 보류 △혐의자 축소 등을 요청했다. “(이 전 장관이) 우즈벡(우즈베키스탄)에 있다. 빨라야 8월10일 이후 이첩할 수 있을 것 같다” “확실한 혐의자는 수사의뢰, 지휘책임 관련 인원은 징계로 하는 것도 검토해달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내 수사 인원을 한정하라는 등의 지침을 준 것이라는 의혹도 나온 바 있다. 임 전 비서관은 이날 김 사령관과도 통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이 전 장관도 대통령실 내선번호로 온 전화를 받아 168초 동안 통화한 것으로 확인됐는데, 이 전 장관은 이날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에 대한 언론 브리핑을 취소하고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
사건의 주요 국면마다 대통령실과 국방부가 긴밀히 소통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공수처는 대통령실로 수사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군 관계자들을 중심으로 소환조사를 하고 있는 공수처는 박 전 보좌관 등부터 불러 조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 사령관에 대한 3차 소환조사도 검토하고 있다. 이후 대통령실과 군 관계자 간 ‘연결고리’로 지목된 이시원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 임 전 비서관, 김형래 해병대 대령(대통령실 국가안보실 파견) 등에 대한 조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공수처의 수사가 윤 대통령까지 뻗칠 수 있을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윤 대통령은 해병대 수사단의 사건 기록이 경찰로 이첩됐다가 회수된 지난해 8월2일 개인번호로 직접 이 전 장관에게 수차례 전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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