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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권 무력화’ 고비 넘긴 與… “22대 재발의” 벼르는 野 [‘채 상병 특검법’ 부결]

입력 : 2024-05-28 18:47:33 수정 : 2024-05-28 18:5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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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본회의 재표결 안팎

국힘, 본회의 직전 ‘부결’ 당론 정해
공개찬성 5명 외에 이탈표 없는 듯
추경호 “단일대오로 당론 함께했다”

민주서 오히려 반대·무효표 나온 듯
예상보다 적은 與 반란표 셈법 복잡
野6당, 부결 규탄대회 열고 與 비판

28일 국회 본회의에 재상정된 채 상병 특검법이 부결됨에 따라 여당은 일단 한숨을 돌렸다. 정부·여당 리더십이 치명상을 입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22대에서 192석으로 불어난 범야권이 재발의를 벼르고 있는 데다 원 구성 협상이나 민생법안 처리 등도 이와 연계될 수밖에 없어 앞으로도 당분간 ‘안갯속 정국’을 이어갈 전망이다.

결국 폐기 수순 21대 국회 임기 종료를 하루 앞둔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재표결한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한 투표 결과가 적혀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국회로 돌아온 채 상병 특검법은 이날 부결되면서 자동 폐기됐다. 최상수 기자

◆“탄핵열차 피했다” 한숨 돌린 與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3시15분 본회의 표결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긴장의 끈을 늦추지 못했다. 전날 김근태 의원이 특검 찬성 입장을 밝히면서 ‘이탈 대오’가 5명으로 늘어난 데다 최근 잇따른 군내 사망사고가 채 상병 특검 여론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 첫머리에서 강원 한 육군 신병교육대에서 군기훈련을 받은 뒤 훈련병이 사망한 사건을 언급하며 “군 당국과 경찰은 신속히 조사해 사유를 명확히 밝혀주기 바란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본회의 직전 의원총회를 열어 부결 당론을 채택한 데 이어 당내에 남아 있는 ‘탄핵 트라우마’를 자극했다. 유상범 비상대책위원은 본회의에서 반대 토론자로 나서 “고인(채 상병) 영결식에도 불참하며 최소한의 성의조차 보이지 않던 민주당은 전 해병수사단장이 대통령실 외압 의혹을 언급하자 태도가 급변해 이 사건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며 “대통령 탄핵의 교두보 마련을 위해 자기 입맛에 맞는 수사 결과를 내도록 민주당이 단독 추진한 이 특검법은 정치적 이익을 위해 삼권분립 정신을 훼손하고 공정한 사법작용을 마비시키려는 다수당의 폭정”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오전 안철수 의원이 “국민의힘의 전국정당화를 위한 혁신과 재건의 첫걸음으로써 채 상병 특검 수용을 충언한다”고, 김웅 의원이 “그깟 해병대원 한 명으로 이렇게 난리 칠 일이냐고 말하는 것이, 대통령 탄핵 음모라고 공격하는 것이 2020년 9월 (해수부 공무원 서해 피격 사건을 월북 몰이한) 민주당과 뭐가 다르냐”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며 찬성 입장을 재확인했지만, 당내 이탈표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았다.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채상병 특검법(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재의의 건) 부결되자 여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은 오후 2시45분쯤 재적 의원 113명 전원이 본회의 참석을 완료했다. ‘재적 의원 과반 출석,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의 가결 기준선을 낮추지 않기 위한 당 지도부의 독려에 모두 응한 것이다.

특검법은 재적 296명 중 294명이 출석한 가운데 찬성 179표, 반대 111표, 무효 4표로 부결됐다. 자유통일당 황보승희, 무소속 하영제 의원을 포함해 범여 성향 의원이 115명임을 고려할 때 안철수·김웅·유의동·최재형·김근태 의원 외의 추가 이탈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찬성표가 많아야 가결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에서 이들 일부가 막판에 마음을 바꿨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들이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고 가정한다면, 오히려 야권 출석 의원 179명 중 5명이 반대나 무효표를 던진 것으로 볼 수도 있다.

4·10 총선 낙선·낙천·불출마 의원이 58명에 달하고, 무기명 비밀투표로 이뤄져 추후 반란자 색출 작업조차 쉽지 않았던 이날 표결에서 여당 의원들이 이같이 똘똘 뭉친 것은 윤석열 대통령의 당내 장악력이 여전히 확고하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우리 의원들께서 당론으로 정한 사안에 대해 어긋남이 없이 단일대오에 함께해주셨다”고 평가했다. 반대로 개혁신당 이준석 전 대표는 “그렇게 갈취당하고, 얻어맞으면서도 엄석대의 질서 속에서 살겠다고 선언한 학생들”이라고 꼬집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 등이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21대 마지막 본회의에서 논의하고 있다. 뉴스1

◆22대서 재추진 벼르는 야

야권은 22대 국회에서 채 상병 특검법을 재추진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이날 여당 반란표 규모가 예상보다 적게 나오면서 셈법이 복잡해졌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부결 직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 간절한 의지를 국민의힘 의원들께서 꺾어버리셨는데 참으로 옳지 않은 처신”이라며 “나라를 지키기 위해 헌신한 장병 (사망의) 진상을 규명하자, 또 수사 과정에 외압이나 조작 의혹이 있는지 규명하자는 것에 대해 왜 이렇게 격렬하게 반대하는지 도저히 납득되지 않는다. 결국 진실을 은폐하는 것이 이익인 상황이란 점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야6당은 국회 로텐더홀에서 특검법 재의 부결 규탄대회를 열고 여권을 비판했다. 윤 대통령 탄핵 언급도 나왔다. 조국혁신당 황운하 원내대표는 “윤석열 정권이 마침내 탄핵열차에 연료를 채우고 시동을 걸고 말았다”며 “매우 통탄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채 상병 특검법을 22대 국회 첫 번째 통과 법안으로 만들자”며 “야권의 7개 정당과 정의·양심의 편에 선 국민의힘 의원들과 함께 공동 발의로 200명을 넘겨보자”고 했다.

22대에서는 야권이 192석이어서 여당에서 이탈표가 8표만 나와도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이 무력화한다. 그러나 이날 표결에서 여당 이탈표가 야권 예상보다 많지 않았던 까닭에 야권의 고심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현재 국민의힘 소속 22대 당선자 중에서 특검 찬성 입장을 밝힌 인사는 안 의원과 김재섭·한지아 당선자 3명뿐이다.


유태영·김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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