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세 인상 전 기준으로 부담금 부과
대법 “소급입법은 위헌” 원심 파기환송
대법원은 23일 혼인 무효 판례 외에도 별건 구속 피고인이 국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아야 한다는 새 판례도 정립했다. 대법원 전합은 대법원장이 재판장을 맡으며 대법관 전원(법원행정처장 제외한 12명)으로 구성된다. 대법원은 상고심 사건 중에서 사회적 파급력이 큰 중요 사건이거나 기존 판례를 변경할 필요가 있을 때 사건을 전합으로 회부한다. 이날 전합 선고는 지난해 12월 조희대 대법원장 취임 후 처음이기도 했다.

대법원은 이날 상해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3개월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했다. 대법원은 다른 사건으로 이미 구속된 피고인이 별도의 사건으로 기소된 경우, 변호인이 없으면 재판받을 수 없으므로 법원이 국선변호인을 선정해줘야 한다며 기존의 판례를 변경했다. 형사소송법 33조 1항은 구속된 피고인에게 변호인이 없으면 법원이 직권으로 국선변호인을 선정해야 한다고 정한다.
이때 이 규정을 ‘피고인이 재판받는 해당 사건으로 구속된 경우’에만 적용할지, ‘다른 사건으로 이미 구속된 채 별건으로 재판받는 경우’에도 적용할지가 쟁점이 됐다. 2009년 나온 기존 대법원 판례는 해당 사건으로 구속된 경우에만 이 규정을 적용하면 된다고 봤다.
그러나 이날 대법원 다수의견(10명)은 “피고인이 별건으로 구속영장이 발부돼 집행되거나 다른 형사사건에서 유죄판결이 확정돼 그 판결의 집행으로 구금 상태에 있는 경우도 포괄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동원·노태악·신숙희 대법관은 “별건으로 구속되거나 형 집행 중인 구금 상태까지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법 문언 및 체계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입법자의 의사에도 반한다”는 반대의견을 남겼다.

대법원은 또 담배 폐기물부담금을 인상하면서 인상 전 반출된 담배에 대해서도 높은 부담금을 물린 시행령이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결했다.
이 사건은 2014년 11월 정부가 이듬해부터 담뱃값 인상을 예고한 시점으로 거슬러 간다. 정부는 2015년 2월 시행령을 개정해 담배 한 갑당 부과되는 폐기물부담금도 7원에서 24.4원으로 올렸다.
이 과정에서 부담금 인상의 적용 범위를 ‘2015년 1월1일부터 제조장·보세구역에서 반출된 담배’로 정한 게 문제가 됐다. 대법원은 ‘1월1일부터 2월2일까지’의 구간이 헌법이 금지하는 소급입법이라고 보고 기존 7원의 부담금을 물려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 판결처럼 대법원은 명령·규칙의 위헌 여부를 전합을 통해 판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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