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2월 아르헨티나가 프랑스를 누르고 카타르 월드컵에서 우승한 직후의 일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당시 아르헨티나 대통령에게 축하의 뜻을 전했다. 그러면서 “메시는 선수 생활을 더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카타르 월드컵에서 맹활약을 펼쳐 조국 아르헨티나에 우승 트로피를 안긴 리오넬 메시(36)를 극찬한 것이다. 바이든의 기대에 부응하듯 메시는 “다음 월드컵에서도 뛰고 싶다”고 말했다. 미국·캐나다·멕시코 3국이 공동 주최하는 북중미 월드컵이 열리는 2026년 메시는 불혹에 가까운 나이가 된다. 메시의 출전이 현실화하면 북중미 월드컵은 노장의 마지막 투혼을 보려는 이들로 역대급 흥행을 기록할 것이다.
바이든의 메시 응원을 놓고 정치적 해석도 나왔다. 1942년 11월 태어난 바이든은 카타르 월드컵 당시 80세 생일을 맞았다. 미국 역사상 80대 나이에 대통령직을 수행한 이는 바이든이 처음이다. 일각에서 “대통령을 하기에는 너무 고령인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바이든은 4년 임기 완주는 물론 차기 대선에서 연임에 도전하겠다는 뜻이 확고하다. “메시는 선수 생활을 더 할 수 있다”는 바이든의 언급에서 ‘나도 대통령으로서 4년간 더 일하는 게 가능할 만큼 충분히 건강하다’라는 강렬한 메시지가 읽힌다.
오는 11월로 예정된 미국 대선이 다가오면서 본인을 둘러싼 ‘고령 리스크’ 논란이 더욱 신경 쓰이는 걸까. 이달 초 바이든은 ‘수영 여제(女帝)’로 불리는 케이티 레데키(27)에게 미국 스포츠를 빛낸 공로로 대통령 자유훈장(Presidential Medal of Freedom)을 수여했다. 레데키는 앞서 런던, 리우데자네이루, 도쿄 3차례 올림픽에 출전해 총 10개의 메달(금 7, 은 3)을 따냈다. 물론 개인차가 있겠으나 수영 선수에게 27세는 은퇴를 고민해야 할 나이다. 그런데 레데키는 7월 파리 올림픽에 다시 미국 대표팀으로 나설 예정이다. 바이든은 레데키를 격려하며 “어떤 이들은 (27살이면) 수영선수를 하기에 나이가 많다고 하지만, 내 생각에는 나이가 누군가의 장애물이 되어선 안 된다”고 했다. 이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이 또한 바이든이 스스로에게 하는 말처럼 들려 청중 사이에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19일 총상금 13억원이 걸린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SK텔레콤 오픈 최종 라운드에서 올해 54세의 최경주가 1위를 거머쥐었다. 이는 KPGA 투어 최고령 우승 기록에 해당한다. 조카나 아들 같은 젊은 선수들과 겨뤄 당당히 이긴 것이다. 이로써 최경주의 KPGA 투어 우승은 통산 17차례로 늘었다. 16번째 우승 이후 11년 7개월 만에 일군 값진 성과다. 마침 이날 54회 생일을 맞은 최경주는 소감을 묻는 질문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가 눈물까지 글썽였다. 노장의 투혼에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만약 바이든이 최경주를 알았다면 이렇게 말하지 않았을까. “그것 보세요. 내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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