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앞두고 지지층 확대 노려
트럼프도 對中 관세부과 경쟁
中 미래 산업 성장 막기 계산도
“중국은 부정행위를 하고 있다. 미국이 피해를 보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17일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 있는 미국 철강노조 본부를 찾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21분간의 연설에서 ‘중국’이라는 단어를 26번 언급했다. 1분에 한 번꼴로 중국을 외친 셈이다. 그는 “2000년대 초반, 중국산 철강이 시장에 넘쳐나기 시작하면서 펜실베이니아와 오하이오주 전역의 철강 도시들이 큰 타격을 입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바이든 대통령이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하자, 노조 관계자들이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그리고 중국산 철강 및 알루미늄 수입에 대한 관세율을 세 배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의 통상전문가, 업계 관계자 등은 바이든 대통령의 연설을 두고 “고도로 계산된 정치적 연설”이라고 평가했다. 현재도 충분히 높은 관세 부과로 중국산 철강 등의 수입이 막힌 상황에서 관세를 3배 이상 높인다고 해도 즉각적인 변화는 없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현재 미국이 수입하는 철강 및 알루미늄에서 중국산 비중은 2%에 불과하다. 워싱턴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중국산 철강 수입 규모에 대해 “있으나마나 한 수준”이라고 했다.
다만 11월 대선을 결정지을 경합 주 중 한 곳인 펜실베이니아주, 그중에서도 미국 철강 산업의 핵심인 피츠버그에서 중국산 철강 관세를 3배나 높이겠다는 발표는 유권자들의 환호를 끌어내기에 충분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연설에서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반대 입장을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펜실베이니아는 2016년 대선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2020년 대선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을 뽑았다.
피츠버그 연설이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은 지난 14일, 바이든 행정부는 올해 안에 중국산 특정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관세를 현재 0∼7.5%에서 25%로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2018년 당시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확장법 232조로 부과한 관세 25%에다가 바이든 행정부의 통상법 301조에 따른 관세 25%가 별도로 부과돼 중국산 철강에 부과되는 관세는 50%에 달하게 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으로부터 미국 근로자와 기업 보호’라는 제목의 연설에서 중국이라는 단어를 모두 37차례 외쳤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도 현재 25%에서 100%로 대폭 상향하기로 했다. 미국의 중국산 전기차 수입 비중은 1% 안팎으로 철강과 마찬가지로 관세를 4배로 올린다고 해도 즉각적인 변화가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장기적으로 중국산 전기차의 미국 시장 진입을 막는 데는 영향이 있겠지만, 관세 100%라는 수치 자체가 정치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바이든 행정부는 리튬 이온 전기차 배터리와 배터리 부품, 태양전지에 대한 관세율 인상도 예고했다.
재선에 성공하면 중국산 수입품에 60% 이상의 관세를 매기겠다고 예고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의 대중 관세 부과 조치가 부족하다고 맞받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성추문 입막음’ 의혹 재판에 들어가면서 바이든 행정부의 관세 부과 발표에 대해 “그들은 오래전에 그렇게 해야 했다”면서 “더 많은 품목에 관세를 더 부과해야 한다”고 했다. 대선을 앞두고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중국 때리기’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물론 미국의 관세 부과 조치를 포함한 대중 통상 전략을 단순한 정치적 조치로만 해석해선 안 된다. 바이든 행정부의 관세 부과 조치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자국 경제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규정한 ‘신(新)성장동력’ 산업인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분야를 집중 겨냥했다. 2018년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정부가 2015년 발표한 ‘중국 제조 2025’ 전략을 겨냥해 무더기 관세를 매겼다면,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이 올해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예고한 신성장동력 산업에 ‘정밀 폭격’을 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관세 조치가 즉각적인 효과는 미미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중국의 핵심산업 성장을 억누르기 위한 조치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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