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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로 2m 가로 1m80㎝ 가까운 거대한 캔버스에 종이를 뜯어 붙이고 물감을 흘렸다. 왼쪽 중간 부분엔 거리에서 주워온 어린이 그림을 배치했고, 아래쪽에 날개를 활짝 편 채 날고 있는 박제 독수리를 장식하고 그 밑에 버려진 베개를 끈으로 묶어서 매달았다. 마치 쓰레기장에서나 볼법한 물건 같다. 그런데 이것이 뉴욕 근대미술관에 소장품으로 버젓이 자리 잡고 있다.

로버트 라우션버그의 작품인데, 그는 무언가를 그리고 만들어내는 창작보다 일상 사물이나 쓰레기들을 끌어다 맞추고 구성해서 작품을 창작했다. 주변의 잡동사니나 일상 사물들을 결합해서 만들었다는 뜻에서 아상블라주로 불리기도 하고, 사물들 위에 회화적 구성요소인 색도 칠해서 합쳤다는 의미로 콤바인 페인팅으로 불리기도 한다.

로버트 라우션버그 ‘협곡’(1959)

무엇을 나타내려 한 걸까. 제목인 ‘협곡’을 참조해서 협곡 사이를 날아가는 독수리를 연상해 볼 수 있다. 쓰레기와 물감 얼룩들이 뒤섞인 모습에서 뒤죽박죽인 우리 현실의 협곡을 연상해 볼 수 있고, 그 현실의 벽을 뚫고 앞으로 헤쳐 나오는 독수리의 은유로 이해할 수 있다.

다른 해석도 있다. 당시 미술평론가들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질적인 것들이 모여서 동등한 가치를 갖게 되는 장소’라고 해석했다. 다양한 인종과 성격의 사람들이 모여서 살아가는 문화적 용광로 뉴욕이 그렇다는 의미이다. 많은 관광객이 찾는 대형미술관이란 곳이 그렇다는 뜻도 있다. 서로 다른 시대와 장소에서 제작된 서로 다른 성격의 작품들이 한곳에 모여서 본래의 의미를 잃은 채, 그저 동등한 미술작품이란 자격으로 전시되고 있다는 점에서다.

이런 것도 미술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까. 미술작품이 아름다운 것이어야만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우리를 향한 예술가의 발언이라고 생각하면 어떨까. 라우션버그는 한 사회의 성격이 그 사회에서 버려진 쓰레기들을 보면 드러난다고 말했다. 그것들이 모여서 결합된 작품의 풍경 속에서 그 사회의 속성이 짐작될 수 있다는 얘기다.


박일호 이화여대 교수·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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