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원 “‘횃불을 계속 들고 가라(Keep carring the torch)’던 선생님 말씀은 내 삶의 이정표”
츠요시 산토리홀 대표 “한국이 주목받지 못하던 시절에 ‘한국을 주목하라’고 말씀…미래에 강국될 것 예견하신 듯”
마르티나 슈칸, 마르크 코페이 등 제자와 차세대 첼리스트 한재민, 미치아키 우에노 등 한 자리
“‘단순한 엔터테이너가 아니라 인류 유산을 지키고 발전시키는 예술가라는 점을 항상 잊지 말라’고 하셨어요.”(양성원)
“‘연주와 교육은 자동차의 두 바퀴 축이어서 하나라도 없으면 움직일 수 없다’고 강조하시면서 바쁜 연주 스케줄에도 교육에 헌신적이었어요.(츠요시 츠츠미)
한국과 일본의 대표적 첼리스트인 양성원(57) 연세대 음대 교수와 츠요시 츠츠미(82) 산토리홀 대표가 떠올린 스승 야노스 슈타커(1924~2013)에 대한 기억이다. 두 사람은 20세기 첼리스트 거장 슈타커에게 각각 1960년대(츠요시 대표)와 1980년대(양 교수) 사제의 연을 맺었다.
한·일 양국에서 열릴 ‘야노스 슈타커 탄생 100주년 기념 첼로 페스티벌’(7월 3~5일 롯데콘서트홀·5~7일 일본 도쿄 산토리홀) 공동 예술감독을 맡은 양 교수와 츠요시 대표는 지난 14일 기자간담회에서 “선생님의 교육 철학과 음악에 대한 자세를 기리기 위해 이번 페스티벌을 구상했다”고 밝혔다. 이어 “전 세계 어딜 가든 슈타커 선생님의 제자들이 있는데 모두 부를 수 없어 우선 각 대륙에서 한 두 분씩 모시게 됐다”고 덧붙였다. 두 사람을 비롯해 마르티나 슈칸 취리히 음대 교수, 마크 코소워 밤베르크 심포니 수석, 마르크 코페이 파리음악원 교수 등 슈타커에게 직접 배운 제자들이 함께한다. 한·일 차세대 첼리스트 한재민과 미치아키 우에노 등 슈타커와 간접적으로 연결되는 젊은 연주자도 모여 무반주 첼로 독주, 앙상블, 오케스트라 협주곡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헝가리 출신의 슈타커는 7살에 리스트 음악원에 입학해 11살 때 데뷔 독주회를 여는 등 어려서부터 신동으로 이름을 떨쳤다. 하지만 유대인이어서 가족과 함께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큰 고통을 겪었고, 1948년 미국 이주 후 댈러스 심포니,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시카고 심포니 등에서 수석 첼리스트로 활약했다. 1958년부터 미국 인디애나대 음대 교수로 일하며 많은 제자를 길러냈다. 힘들이지 않고 쉽게 첼로를 연주할 수 있게 한 ‘왼손 주법’ 개발 등 첼로 연주 기술 발전에도 크게 기여했다. 1998년 그래미상을 받은 바흐의 ‘무반주 첼로곡 모음곡’ 등 음반 150여 장을 남겼고, 1967년 첫 내한을 시작으로 2005년까지 8차례 내한 공연을 했다.
양 교수는 “‘횃불을 계속 들고 가라(Keep carring the torch)’는 선생님의 말씀은 내 삶의 이정표가 됐다”며 “클래식 음악의 전통을 지키면서 후대를 위해 길을 밝혀야 하는 책임을 의미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츠요시 대표는 한국이 가난했던 1960∼70년대 시절 슈타커가 ‘한국을 주목하라’고 했던 얘기를 전하며 “한국이 지금은 클래식을 비롯한 모든 영역에서 강국으로 성장했다. 선생님은 진작에 (잠재력을 지닌) 한국인 연주자들의 미래를 직감하신 것 같아 놀랍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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