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여사 소환 둘러싼 갈등설 파다
“미온적 수사 시 국민 반발 살 것”
그제 전격 단행된 검찰 검사장급 인사의 후유증이 심상치 않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어제 대검찰청에 출근하면서 사전에 인사와 관련한 조율이 있었는지를 묻는 질문에 “어제 단행된 검찰청 인사는…”이라고 운을 뗀 뒤 약 7초간 침묵하다가 “이에 대해 더 말씀드리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검찰 인사 시점이나 규모를 예상 못 한 것이 맞느냐”, “용산 대통령실과의 갈등설이 알려졌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도 “더 말씀드리지 않겠다”고만 했다. 석연찮은 인사에 속 시원히 말 못 할 사정이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법무부가 고검장과 검사장급 39명에 대해 단행한 인사는 말 그대로 전격적이었다. 정부는 통상적 인사라고 했지만 보통 검사장급 인사는 1월 말∼2월 초 이뤄지는 게 관례다. 더군다나 이 검찰총장이 퇴임을 4개월 앞두고 있어 하반기 대규모 인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인사 면면을 들여다보면 석연찮은 대목이 한둘이 아니다.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은 물론이고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각각 지휘하는 김창진 1차장과 고형곤 4차장을 비롯해 서울중앙지검 1~4차장이 전부 교체됐다.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에는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일 때 대검 대변인을 지낸 이창수 전주지검장이 임명됐다. 검찰총장 참모진인 대검 간부 라인도 ‘친윤’으로 분류되는 양석조 반부패부장을 제외하고 모두 바뀌었다.
공교롭게 이 총장이 김 여사 의혹과 관련한 엄정 수사를 지시한 지 11일 만에 이뤄진 인사다. 명품백 몰래카메라 촬영자인 최재영 목사가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으면서 김 여사에게 다른 선물도 줬다고 주장한 날이기도 하다. 과연 국민적 관심이 큰 사안을 수사하는 검찰 수사지휘라인을 한꺼번에 교체한 적이 있었던가. 지난해부터 용산 대통령실과 검찰 간에 김 여사 조사를 놓고 갈등을 빚었다는 설이 파다했던 터다. 참외밭에선 신발 끈을 매지 않는 법이다. 김 여사 의혹 수사에 대한 용산 대통령실 의중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오해를 사기에 충분하다.
이 총장은 “인사는 인사이고 수사는 수사”라며 “어느 검사장이 오더라도 수사팀과 뜻을 모아 일체의 다른 고려 없이 오로지 증거와 법리에 따라서만 원칙대로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번 옳은 말이다. 검찰이 김 여사 관련 의혹을 철저하게 규명하지 않으면 국민적 반발에 부딪히고 야당 공언대로 특별검사제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다. 검찰은 명운을 걸고 흔들림 없이 수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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