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타인마이어 현 대통령 임기 2027년 3월 종료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갑자기 ‘여성 대통령 대망론’을 꺼내들어 눈길이 쏠린다. 히틀러의 나치 독일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망한 뒤 1949년 출범한 현 독일연방공화국은 이제껏 12명의 대통령을 배출했는데 모두 남성이었다. 다만 독일은 의원내각제 국가인 만큼 모든 실권은 총리에게 있고 대통령은 상징적인 국가원수일 뿐이다.
13일(현지시간) dpa 통신에 따르면 숄츠 총리는 독일 잡지 ‘슈테른’(Stern)과의 인터뷰에서 “2027년 여성이 뵐뷔궁(Bellevue Palace)에 입성한다면 나는 무척 기쁠 것”이라고 말했다. 베를린에 있는 뵐뷔궁은 원래 독일 황실이 쓰던 저택으로, 동·서독 통일 이후인 1994년부터 대통령 관저로 이용되고 있다. 따라서 ‘여성이 벨뷔궁에 입성한다’라는 말은 여성 대통령이 탄생한다는 의미다.
숄츠 총리의 발언은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2027년까지 3년 가까이 남은 시점에서 나와 주목된다. 독일 헌법상 대통령 임기는 5년이며 1차에 한해 중임이 가능하다. 2017년 3월 취임한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2022년 재선에 성공해 추가로 5년 임기를 보장받았다.
독일은 총리가 사실상 국가 정상인 의원내각제 국가다. 헌법상 대통령은 외국 대사로부터 신임장을 받고 의회를 통과한 법률안을 공포하며 총리의 제청에 따라 장관 등 주요 공직자를 임명하는 것 같은 의례적 역할만 수행한다. 다만 의회에 확고한 다수 세력이 없어 총리를 선출하지 못하는 등 국정이 혼란에 빠졌을 경우에는 일종의 중재자로서 정치에 개입할 수 있다.
앞서 여성인 앙겔라 메르켈(70)이 2005년부터 2021년까지 무려 16년간 독일 총리를 역임한 바 있다. 자연히 장차 독일에서 여성 대통령이 배출된다면 메르켈 전 총리가 가장 유력한 후보라고 여길 이가 많을 것이다. 그런데 독일 역사상 총리를 지낸 이가 대통령에 오른 경우는 없다. 역대 독일 대통령 12명은 모두 직업 정치인 출신으로 의회 의원이나 장관 등 경력은 있어도 총리를 역임하진 않았다. 콘라트 아데나워 초대 총리(1949∼1963)가 대통령직에 도전한 전례가 있긴 하나 실패하고 말았다. 아무래도 독일에 ‘메르켈 대통령’이 등장할 가능성은 낮다고 봐야 하겠다.
그렇다면 눈길이 가는 인물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65) 현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다. 마침 그는 2013~2019년 메르켈 총리 밑에서 국방부 장관을 지낸 경험이 있다. 2019년 장관직을 마치고 독일 정계를 떠나 임기 5년의 EU 위원장에 취임했다. EU를 이끄는 양대 거두인 독일과 프랑스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였다. 다만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이 연임 도전 의사를 밝힌 점은 변수다. 그가 재선에 성공하면 EU 위원장에서 물러나는 시점은 2029년이어서 중도 사퇴하지 않는 한 2027년 독일 대통령에 취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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