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내 해결 안되면 유급 위기 현실화”
의대 수업이 3달 가까이 파행을 겪으면서 각 대학은 학생들의 유급을 막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일부 대학은 정부에 의사 국가시험(국시) 원서 접수를 연기하는 방안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12일 교육부에 따르면 의대를 운영 중인 전국 40개 대학은 최근 교육부에 학사운영 방안을 제출했다. 앞서 교육부는 각 대학에 탄력적 학사운영 추진 계획 등 의대생의 유급 방지책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대학들은 대부분 2과목(6학점) 또는 3과목(9학점)으로 묶여 있는 계절학기 수강 관련 규정을 풀어 학생들이 최대한 방학 중에 강의를 들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업을 계속 비대면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구한 대학도 있었다.
일부 대학은 본과 4학년 학생들을 위해 의사 국시 원서 접수 일정을 늦춰 달라고 요청했다. 의대를 졸업하는 본과 4학년 학생들은 실기시험과 별도의 필기시험을 보며, 원서 접수는 통상 7∼8월에 이뤄진다.
경북대의 경우 지난해 40주간 임상실습을 마쳐 올해 12주의 임상실습을 해야 하는데, 국시 신청 전 실습을 마치지 못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보고 국시 원서 접수 등 일정 연기를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대는 이달 20일 3∼4학년 임상실습을 재개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의료법은 평가인증기구의 인증을 받은 의대 졸업자나 6개월 이내에 졸업할 것으로 예정된 자가 국시에 합격했을 때 의사면허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어서 졸업이 불투명하다면 면허 취득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수 있다.
교육부가 탄력적인 학사운영 계획의 예로 들었던 ‘학년제’의 경우 실제 도입하겠다는 대학은 많지 않은 분위기다. 학년제는 현재 통상 15주씩 2학기로 운영되는 수업을 연간 단위로 변경하는 것이다. 고등교육법 시행령은 대학이 매 학년도 ‘2학기 이상’ 학기를 운영하고 수업일수는 ‘매 학년도 30주 이상’ 확보하도록 규정했는데, 학년제로 수업을 바꾸면 올해 8월부터 2024학년도가 끝나는 내년 2월까지 학기 구분 없이 연속 30주를 수업하면 된다.
이 경우 각 대학은 7월까지 수업을 미룰 수도 있다. 현재 의대생들은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며 수업을 거부하고 있어서 대부분의 의대 수업은 파행을 겪고 있다. 다만 이렇게 될 경우 쉬지 않고 수업을 하는 교수와 학생들의 부담이 큰 데다가, 타 전공 학생들 사이에서 의대생들만 출석 편의를 봐 준다며 형평성 논란을 제기할 수도 있다. 현재도 각 대학은 의대생들의 유급을 막기 위해 동영상 강의를 다운로드하기만 해도 출석으로 인정해 주는 등 출석 집계를 느슨하게 하고 있다.
현재는 대면 수업으로 출석 체크를 하는 대학이 거의 없는 데다가 대학·정부 모두 어떻게든 유급은 막는다는 방침이어서 당장 유급 위기가 현실화한 상황은 아니지만, 한 달 안에 사태가 해결되지 않으면 결국 의대생의 집단위기가 현실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대면 실습수업 등을 무한정 미룰 수는 없다는 것이다.
대학가에선 정부가 좀 더 적극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한 대학 관계자는 “대학 입장에선 수업에 안 들어오는 학생들을 기다리는 것 외에는 사실상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며 “지금은 대면 수업을 하지 않아서 유급 위기를 거론할 상황은 아니지만 이렇게 마냥 버틸 수는 없는 상황이다. 정부가 빨리 사태 해결을 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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