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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미오와 줄리엣’ 주연 발레리나 서희 “해마다 줄리엣役 맡아 내공 쌓았지만… 할수록 질문 쌓여”

입력 : 2024-05-12 22:09:00 수정 : 2024-05-13 12: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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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발레단 창단 40주년 공연서
11년 만에 국내무대 올라 환상적 연기
첫 등장부터 유려한 발놀림으로 주목
한 치 흐트러짐 없는 몸의 언어 선보여
객석 “서희는 역시 서희” 감탄사 연발

“창단 40주년을 맞아 자주 보여드리지 못하는 대작을 무대에 올려 관객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고 싶었습니다.”(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 단장)

1984년 창단 이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민간 발레단으로 우뚝 선 유니버설발레단이 40돌을 기념해 ‘로미오와 줄리엣’을 무대(지난 10∼12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 올린 건 탁월한 선택이었다. 이 작품은 셰익스피어의 동명 희곡을 드라마 발레 거장 케네스 맥밀란(1929~1992)이 안무한 것이다. 러시아 작곡가 프로코피예프(1891∼1953)의 가슴 뭉클한 동명 음악에 인물의 심리를 극적으로 풀어내며 셰익스피어의 원전을 가장 잘 살려낸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영국 로열발레단이 1965년 영국 코벤트가든에서 초연했을 때 40분간 박수와 43회 커튼콜을 받기도 했다. 로열발레단의 1983년 내한 공연 이후 유니버설발레단이 2012년 국내 단체론 처음 선보였다. 이번 공연은 2016년에 이어 8년 만이다.

미국 아메리칸 발레시어터(ABT) 수석무용수 서희(중앙).

특히 세계 최정상급 발레단인 미국 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의 수석무용수로 줄리엣 역에 정통한 서희(38)를 초청해 더욱 빛난 무대였다. 2005년 ABT에 연수단원으로 입단한 서희는 이듬해 정단원이 됐고, 2009년 군무(코르 드 발레)임에도 ‘로미오와 줄리엣’의 주인공 줄리엣 역을 꿰찼다. 그렇게 2010년 솔리스트로 승급했고, 2012년 동양인 최초의 ABT 수석무용수가 되면서 세계적 발레리나로 거듭났다. 서희가 국내에서 전막 발레 공연을 한 건 2013년 유니버설발레단의 ‘오네긴’ 이후 11년 만이다.

 

서희는 지난 8일 기자간담회에서 “발레단(ABT) 공연 일정이 바빠서 한국에서 공연한 게 오래됐다는 사실도 잊고 있었다”며 “뉴욕에서 했던 ‘로미오와 줄리엣’을 한국 관객에게 보여 드릴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2009년부터 매년 ‘로미오와 줄리엣’을 공연하며 줄리엣 역에 대한 내공이 쌓였지만 하면 할수록 질문이 많아지는 역할 같다”고 덧붙였다.

총 5회 공연 중 두 차례(개막·폐막) 무대에 오른 서희는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오랫동안 자신을 기다려 온 관객들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세계적 발레단의 수석무용수는 아무나 될 수 없음을 차원이 다른 춤과 연기로 증명했다. 첫 등장부터 유려한 발놀림 등으로 관객을 사로잡더니 가장 마음에 들면서도 표현하기 어려운 장면이라고 한 ‘발코니 파드되(남녀 무용수의 2인무)’에서도 환상적인 연기를 펼쳤다.

로미오와 줄리엣이 서로의 사랑을 뜨겁게 확인하는 이 장면은 작품의 최고 하이라이트로 꼽힌다. “발레할 때 세상을 잠시 잊고 공연하는 그 순간에 빠져 있는 것을 좋아한다”던 서희는 진짜 첫사랑에 빠진 줄리엣이 돼 사랑하는 사람과의 애틋한 감정을 다채로운 몸짓과 표정으로 그려냈다. 고난도 동작이 이어지는데도 한 치의 흐트러짐 없는 몸의 언어로 줄리엣의 정서를 하나하나 생생하게 전달했다.

유니버설발레단 창단 40주년 기념작인 ‘로미오와 줄리엣’의 지난 10일 개막 공연에서 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 수석무용수 서희가 흠잡을 데 없는 독무를 보여주고 있다. 11년 만에 국내 전막 발레 무대에 선 서희는 세계적 발레단의 수석무용수답게 차원이 다른 춤과 연기로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상대역인 ABT 동료 수석무용수 다니엘 카마르고도 로미오 그 자체였다. 둘이 완벽한 호흡으로 발코니 파드되를 마치자 숨죽이며 지켜보던 관객들은 엄청난 박수갈채로 화답했다. 떠나야 하는 로미오를 애통한 마음으로 붙잡고, 마음에도 없는 귀족 패리스와의 결혼을 강요하는 부모에게 대들며, 자신이 죽은 줄 알고 자살한 로미오를 따라 죽는 등 줄리엣의 독무대를 방불케 하는 3막에서도 관객은 황홀경을 맛봤다. 15년 동안 같은 역할을 맡아도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려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묻고, 간결하면서도 강렬한 연기를 위해 작품을 분석할 때 문장보다 단어를 본다는 서희였기에 가능한 무대였다. 막이 내리자 객석에선 “서희는 역시 서희다”는 감탄사가 잇따랐다.

유니버설발레단 간판 수석무용수 강미선과 헝가리 국립발레단에서 활동하다 지난해 입단한 이유림도 줄리엣 역을 맡아 각각 수석무용수 이현준, 콘스탄틴 노보셀로프(로미오 역)와 함께 서희·다니엘 카마르고 짝과는 또 다른 느낌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보여줬다. 머큐쇼, 티볼트, 패리스, 캐퓰릿 영주 부부, 거리의 여인 등 조연을 비롯해 가면무도회와 칼싸움 장면 등에서 역동적인 근무를 한 무용수들의 춤과 연기도 돋보였다. 다만 커튼콜 때 공간 제약 탓으로 보이긴 하나 일부 주·조연 무용수만 나와 인사하고 박수받는 건 아쉬웠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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