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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생존자 상처 보듬은 보금자리… “명예 되찾은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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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5-12 19:12:35 수정 : 2024-05-12 21:4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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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부상제대군인에 ‘영웅청년주택’ 사업

국가 위해 헌신 불구 미래 흔들려
제대 후 떠돌던 삶에 한줄기 ‘빛’
“나라에서 보살피는 것 같아 희망”
다시 사회 일원으로 재기 기회돼

주거 열악 보훈대상자 아직 많아
“헌신한 분들 편안한 환경 제공을”

2010년 3월26일. 해군 부사관으로 국가를 위해 헌신하던 A씨의 삶이 송두리째 흔들린 날이다. 당시 그는 천안함에 승선해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한밤중 벌어진 북한의 기습 어뢰 공격에 가까스로 목숨은 건졌지만 몸과 마음에 큰 흉터가 남았다. 요추 골절상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진단을 받았고, 그토록 명예롭게 생각했던 군 복무를 끝내 마무리지었다. 전역 후에는 방 안에 멍하니 누워만 있는 일이 늘었다. 주변 사람들과는 점점 멀어졌다. 한때는 국가가 밉기도 했다. 해외로 잠시 떠나기도 했으나, 결국 지쳐 한국으로 돌아왔다. 제대로 정착하지 못한 채 떠돌던 그에게 한 줄기 빛이 된 건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영웅청년주택’이다. 국가유공자로 선정되지 못한 부상제대군인을 위해 마련된 특화주택으로, 지난해 말 처음 공급이 이뤄졌다. 그는 이제 조금 덜 힘들고, 덜 외로운 미래를 꿈꾸고 있다.

서울 양천구 영웅청년주택 일반 유형 실내 모습. LH 제공

A씨는 “나라에서 보살피고 있다는 취지의 사업들은 저처럼 오랜 세월 정신적으로 지친 분들에게 희망이고, 명예를 되찾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한다”며 “이러한 사업이 보상의 개념이 아닌 당연한 시스템이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부상제대군인 B씨에게도 영웅청년주택은 ‘재기의 기회’가 됐다. 국가로부터 버려졌다는 생각마저 들었던 적도 있지만, 이제는 그가 나라를 위해 복무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고마워하는 이들이 있다는 마음에 새 희망을 품게 됐다. 아픈 몸으로 곰팡이가 핀 반지하에서 살다 새 보금자리로 옮겨 온 그는 “사회의 일원으로 재기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준 것에 대해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오른쪽)과 윤형주 한국해비타트 이사장이 지난 4월 17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에서 진행된 ‘명예를 품은 집(명품집) 제1호 주택 현판식’ 뒤 명품집 사업을 통해 개보수된 국가유공자 이종국씨 집 내부를 살펴보고 있다. LH 제공

◆몸·마음 상처에 경제적 어려움까지

 

영웅청년주택은 군 복무 중 부상을 입고 전역했지만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사회 복귀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사업이다. 지난해 서울 양천구의 한 역세권 신축 건물에 총 7호가 마련됐으며, 입주자들은 시세보다 최대 70% 저렴하게 거주할 수 있다.

 

LH는 서울시 청년부상제대군인 상담센터에서 지원 중인 이들 가운데 반지하·쪽방 등 열악한 환경에서 살거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부상제대군인들을 입주자로 선정했다.

 

지난해 LH 서울지역본부 소속으로 영웅청년주택 사업을 기획한 배햇님 LH 팀장은 12일 “군대에서 지붕 제설작업을 하다 낙상 사고로 골절되면서 손목 부분에 영구 장애가 발생한 경우 등 다양한 사례들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배 팀장이 만나본 부상제대군인들은 나라를 위해 봉사하다 다쳤는데도 그간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했다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고 한다. 신체·정신적 장애로 사회 진출이 힘들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다수였다.

 

배 팀장은 “부상제대군인을 기사로만 접하다 (사업을 진행하며) 현실에서 딱 마주쳤는데,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그냥 평범한 청년들이었다”며 “그 청년들이 마음속에 상처를 크게 안고 있어서 (그들과) 이야기하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많이 갖게 됐다”고 말했다.

 

입주자들은 서울시 청년부상제대군인 상담센터에서 법률·보훈 상담 및 취업 연계 등 종합 서비스도 지원받고 있다. 센터 관계자는 “(부상제대군인들은) 치료나 아픔을 관리하는 데 신경을 써야 하다 보니 경제활동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부상제대군인들이 정상적으로 사회에 복귀하기 위해서는 주택 지원도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열악한 국가유공자 주거 현실

 

부상제대군인뿐만 아니라 국가유공자 및 보훈가족을 위한 주거 지원도 계속 필요한 상황이다. 국가유공자 이종국(76)씨는 지난해 7월 집중호우로 마을 하천이 범람해 거주 중인 주택이 침수되는 피해를 입었다. 이에 LH는 국가유공자 소유 노후주택을 새로 단장하는 ‘명예를 품은 집’(명품집) 사업을 통해 해당 주택의 폐기물 처리와 도배·장판 전면 교체, 단열 및 난방공사, 내·외부 도장공사 등을 진행했다.

 

국가유공자 김정석(93)씨는 준공 시기를 알 수 없는 집에서 살며 집중호우 때마다 흙벽이 무너지고, 슬레이트 지붕 사이로 비가 들이치는 열악한 환경을 견뎌왔다. LH는 명품집 사업을 통해 슬레이트 지붕을 새것으로 교체하고, 기울어진 흙벽과 화장실을 보수했다. 난방시설, 거실 창호도 새로 마련했다.

 

김씨는 “집이 기울고 집중호우 때마다 비가 들이쳐 불안해도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아 그냥 살아왔는데 덕분에 여생을 편하게 지낼 수 있어 감사한 마음”이라고 전했다.

 

김씨처럼 불안정한 주거 환경에서 지내는 보훈대상자는 아직 우리 사회 곳곳에 남아 있다. 국가보훈대상자 생활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비거주용 건물이나 비닐하우스, 판잣집 등에 거주하는 보훈대상자는 전체의 1.8%(2021년 기준) 수준이다. 조사를 담당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비정형주택 거주자의 경우 70대 이상에서 많이 나타났다”며 “특히 70대가 비닐하우스, 판잣집, 비거주용 건물 등에 거주하는 비율이 높았다”고 짚었다.

 

◆“정부 예산 꾸준히 확대해야”

 

전문가들은 국가를 위해 헌신한 이들이 보다 편안한 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국가가 주거 지원 등에 힘을 써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보훈포럼 회장을 맡고 있는 김태열 영남이공대 교수(보건의료행정과)는 “(예우를 위한 예산을) 점차 많이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국가보훈처가 국가보훈부로 격상됐기 때문에 예산 확보가 전보다 쉬워진 만큼 (예산을) 확대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022년 당시 국가보훈처(현 국가보훈부)의 대국민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가에 헌신한 분들을 존경하는 문화가 잘 정착돼 있지 못하다’는 응답이 42.1%로, ‘잘 정착돼 있다’(31.9%)는 응답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은 상황이다.

 

LH 관계자는 “국가유공자 보유 주택의 개보수를 지속해서 추진하는 한편 청년영웅주택 같은 특화주택 발굴을 통해 국가를 위해 헌신했던 분들의 주거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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