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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역하는 팬텀, 데뷔 앞둔 KF-21…공군의 과거와 미래가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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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5-12 13:55:45 수정 : 2024-05-13 18: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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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공동취재단·구현모 기자

 

“고생 많으셨습니다. 조심히 복귀하십시오.”

 

지난 9일 전남 여수 상공. 데뷔를 앞둔 한국형 극초음속 전투기 KF-21 조종사가 퇴역을 앞둔 F-4 팬텀 조종사에게 한 말이다. 지난 55년간 대한민국 영공을 지켜왔던 대선배 팬텀 편대에 막내가 보내는 헌사와 같았다. 

 

KF-21은 퇴역을 앞두고 국토순례비행 중인 팬텀이 대구 기지를 이륙한 직후 경남 사천 하늘에서부터 편대비행을 함께했다. 수신기 너머로 KF-21을 뜻하는 ‘보라매’라는 콜 사인이 들리자 팬텀 편대 후방에서 KF-21이 모습을 드러냈고 델타(Δ) 대형을 이루며 대한민국 남해안을 가로지르며 비행했다. 대 선배를 21분간 함께 비행하던 KF-21 조종사는 우측으로 급선회하며 이탈하며 작별을 고했다.

 

퇴역을 앞둔 F-4 팬텀이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 KF-21과 편대 비행을 실시하고 있다. KF-21은 F-4와 F-5를 대체하기 위해 국내개발된 전투기로, 2026년부터 공군에 배치될 예정이다. 공군 제공

◆국민 방위성금으로 도입한 ‘필승편대’

 

대한민국 공군은 1969년 당시 세계 최강의 전투기였던 F-4D를 도입했다. 당시의 팬텀기는 지금의 F-35와 비견될 수 있는 미국 첨단 항공 기술의 집약체였다. 당시는 김일성 북한 주석은 중국을 방문했고 베트남이 공산화되는 등 안보 위기가 고조되던 시기였고 국민들은 부족한 국방 예산을 대신해 십시일반 방위성금을 모았다. 그렇게 모인 163억 원 중 71억 원으로 당시 최신 전투기였던 F-4D 5대를 구입했다. ‘필승편대’라는 이름이 붙은 것도 그때부터다. 이후 공군은 F-4의 개량형인 F-4E를 1977년부터 도입해 지금까지 운영해 왔다. ‘필승편대’라는 이름도 물려받았다.

 

2명의 승무원이 탑승하는 팬텀의 동체 길이는 19.2m, 날개 길이는 11.7m로 대형기인 F-15나 F-22와 비슷한 크기다. 이같은 크기에도 최대속도는 마하 2.23이며, 작전반경은 680㎞다. 

 

지난 9일 퇴역을 앞두고 국토순례 비행에 나선 F-4 팬텀 필승편대가 서해대교 상공을 지나가고 있다. 공군 제공
지난 9일 퇴역을 앞두고 국토순례 비행에 나선 F-4 팬텀 필승편대가 서해대교 상공을 지나가고 있다. 공군 제공

F-4E의 상징하는 미사일은 팝아이(Popeye)라고 불리는 AGM-142 공대지미사일이다. 약 100㎞ 떨어진 표적을 1m 이내의 오차범위로 정밀타격할 수 있다. 표적으로부터 5㎞ 지점부터는 조종사가 직접 미사일의 방향을 조절해 명중률을 높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유명 만화캐릭터의 이름인 ‘뽀빠이 미사일’로 불리기도 한다.

 

2002년 공군에 처음 도입된 AGM-142는 AGM-84H 슬램이알(SLAM-ER) 공대지미사일이 2007년 실전 배치되기 전까지는 원거리에서 평양의 목표물을 정밀타격할 수 있는 유일한 전략무기였다. 우리 공군에서 AGM-142를 발사할 수 있는 전투기는 F-4E가 유일하다. 팬텀이 퇴역하면서 팝아이 미사일도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지난 9일 국토순례 비행에 나선 F-4 팬텀 필승편대가 부산 해운대 상공을 지나가는 모습. 공군 제공

◆우리 기술로 만든 전투기 ‘KF-21 보라매’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인 KF-21 보라매는 설계부터 생산까지 국내 기술로 개발 중인 4.5세대급 전투기다. 한국형 전투기 사업(KF-X)은 2000년 11월 김대중 대통령이 2015년까지 우리 기술로 첨단 전투기를 만들겠다고 선언하면서 사실상 시작됐다. 총 8조8000억원이 드는 단군 이래 최대 규모 무기개발사업이다. 전 세계에서 전투기를 자체 개발할 수 있는 국가는 일부 선진국뿐이었고 현재도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우크라이나·중국 6개국밖에 없다.

 

F-4 팬텀과 KF-21이 날개를 나란히 하고 비행하다가 KF-21이 피치아웃을 하고 있다. 공군 제공

 

KF-21이라는 이름도 21세기 한반도를 지키는 국산 전투기라는 뜻을 지녔다. KF는 Korean Fighter의 약자이고 숫자 21은 21세기를 의미한다. 공군의 상징이기도 한 보라매(길들인 새끼 사냥 매)라는 명칭을 부여받은 것도 우리 기술로 만든 첫 번째 전투기, 대한민국 공군을 이끄는 주력 전투기가 될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기대만큼 우여곡절도 많았다. 2002년 11월 합동참모본부는 당시 주력기인 KF-16보다 상위급 전투기 120여대를 개발하는 것으로 장기 신규 소요를 결정했지만, 사업 타당성 평가에서 부침을 겪다 2011년이 돼서야 탐색개발에 착수했다. 방위사업청은 2015년 12월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본계약을 체결하고 이듬해 1월 체계개발에 착수했다.

 

2021년 4월에는 시제기 1호가 출고됐고 그다음 해 7월 첫 비행에 성공했다. 이후 다섯 달간 80여회 시험 비행을 거쳐 지난해 1월 첫 초음속 비행에 성공했다.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 프랑스, 스웨덴, 유럽 컨소시엄(영국·독일·이탈리아·스페인)에 이어 세계 8번째 초음속 전투기 개발국에 한 발 다가섰다. KF-21은 2026년까지 개발을 완료하고 공군에 배치될 계획이다. 


구현모 기자 li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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