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국회 기후특위에 ‘힘’이 필요해 [기후가 정치에게]

관련이슈 디지털기획 , 세계뉴스룸

입력 : 2024-05-11 17:26:00 수정 : 2024-05-11 17:25:59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힘’ 없던 21대 국회 기후특위
회의 겨우 6차례에 불과
장관도 불참하고 의원들도 뒷전
8개 정당 당선자 10인 “상설화·권한 부여” 촉구
22대 원 구성 앞둔 원내대표 만나 호소 예정
“현재 우리 기후특위가 입법권이나 예산심사권이 없기 때문에 오늘 보다시피 환경부 장관님 외에는 장관님들이 (다 불참하시고)∙∙∙.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관심과 열의가 단적으로 드러나지 않냐.”
박정 국회 환노위 위원장이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국민의힘 환노위 의원들은 지난 2일 민주당 주도로 채상병 특검을 처리한 것에 대한 항의 차원에서 보이콧을 했다. 뉴스1

지난해 11월22일 국회에서 열린 기후위기특별위원회(기후특위) 회의 중 김정호 위원장의 발언이다. 그는 이 언급에 이어 “그래서 더욱 (기후특위) 상설화가 필요하고 또 입법권이나 예산심사권이 필요하다”며 “그건 우리 기후특위 위원들이 대체로 공감대가 있다”고 했다.

 

이날 회의에선 2024년도 기후대응기금운용계획안 보고 등이 진행됐는데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기획재정부·환경부·산업통상자원부·국토교통부·행정안전부 등 6개 관련 부처·기관 중 기관장이 참석한 건 탄녹위(김상협 민간위원장)·환경부(한화진 장관) 2개에 불과했다.

 

이는 김 위원장 말대로, 법을 만들거나 정부 예산을 심사하는 ‘힘’이 없는 기후특위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한 장면이다.  

 

기후특위엔 ‘힘’이 필요하다. 22대 국회 개원이 한 달도 남지 않은 가운데 이런 인식을 공유한 당선자들이 10일 목소리를 냈다. 4·10 총선을 통해 원내에 진입한 8개 정당 소속 당선자 10인(더불어민주당 이소영·박지혜, 국민의힘 김용태·김소희, 조국혁신당 서왕진, 개혁신당 천하람, 진보당 윤종오, 기본소득당 용혜인, 사회민주당 한창민, 새로운미래 김종민)이 그들이다. 21대 국회에서 임시로 운영됐던 기후특위를 상설화하는 동시에 기후 관련 주요 법률에 대한 심사권과 기후대응기금에 대한 예결산심의권을 달라고, 여야 정당을 초월해 한 목소리를 낸 것이다. 조만간 22대 국회 원 구성을 위한 양당 협상이 시작되는 만큼 민주당·국민의힘 당선자들은 각자 소속 정당 원내대표를 직접 만나 기후특위 상설화 등을 제안할 예정이다. 

제22대 국회의원들이 착용할 국회 배지. 공동취재사진

◆무력한 특위에 의원들도 ‘뒷전’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중립과 기후변화 적응이 ‘지상과제’가 된지 오래지만 우리나라 행정부 대응은 여전히 더디다. 온전히 탄소중립·기후변화 적응에 주력하는 부처가 사실상 부재한 탓이란 지적이 많다.

 

대통령 직속 탄녹위가 있지만 사실상 직접적인 정책 이행 수단이 부족한 터라 다른 부처의 ‘논리’에 휘둘리기 십상이다. 문재인정부 시절 탄녹위 민간위원장을 지낸 바 있는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가 가장 최근(2023년 12월28일)이자 21대 국회 임기 중 사실상 마지막 기후특위 회의에 기후특위 민간자문위원장으로 참석해 한 말을 들어보자.

 

“사실 탄녹위는 심의기구죠. 그런데 이행 수단이 별로 없습니다. (중략) 사실 부처 예산이나 조직이나 이런 여러 정책 이행에 관해 실질적으로 동원할 수 있는 수단이 많이 없기 때문에 탄녹위 자체가 갖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제안하고 야당도 환영한 ‘저출생대응기획부’처럼 기후위기에 대응할 ‘기후에너지부’ 신설이 뚝딱 추진된다면 좋겠지만, 그게 요원하다면 입법부라도 나서 행정부를 견제하고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방향으로 이끌어야 할 테고 그래서 필요한 게 기후특위다. 

 

여기서 짚어봐야 할 건 21대 국회 기후특위 탄생이다. 시작은 국회 임기 시작 3개월여 지나 결의된 ‘기후위기 비상 대응 촉구 결의안’이었다. 여기에 기후특위 설치가 담겼다. 실제 구성 이후 활동에 들어간 건 무려 2년 반이나 지나서였다. 그마저도 활동 시한이 2023년 11월30일까지로 명시돼 10개월 남짓 운영될 예정이었다가, 시민단체·언론의 비판이 이어지자 그 기간을 연장해 21대 국회 임기 종료 때까지로 늘려놓은 터다. 그 우여곡절 끝에 기후특위가 회의를 한 지금까지 6차례에 그쳤다. ‘비상한 대응’을 촉구하며 시작된 기후특위였지만, ‘힘’이 없단 한계 때문인지 위원으로 참석하는 의원들에게마저 뒷전으로 밀리는 수모도 겪었다.

 

마지막 회의만 해도 그렇다. 당시 단 하나뿐이었던 의사일정인 기후특위 민간자문단의 정책 제언 보고가 끝나자마자 위원들 사이에선 ‘질의 없이 회의를 마치자’는 목소리가 나왔고 회의 종료 여부를 실랑이가 벌어졌다. 같은 날 예정된 양당 의원총회 때문이었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당시 회의에서 “안 그래도 형식적으로 설립만 돼 있을 뿐 실질적 성과가 없다는 비판을 국민들에게 받고 있는 기후특위가 또다시 양당 의총을 이유로 이렇게 보고만 받고 제대로 된 질의를 진행하지 않는 건 이해받을 수 없는 일”이라고 성토했다. 

지난 4월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기후 헌법소원 공개변론 기자회견에 참석한 어린이가 빠른 판결을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뉴스1

◆‘규칙’ 만들고 ‘돈’ 나누는 기후특위

 

“기후특위 상설화뿐 아니라 특위에 실질적 권한이 부여돼야 의미있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8개 원내정당 소속 당선자 10인은 10일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기후특위에 ‘힘’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기후특위 상설화 같은 경우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지난 총선에서 공통 공약을 제시한 터다. ‘상설화’라고 하지만 다른 상임위원회처럼 22대 국회뿐 아니라 23대, 24대 등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국회법을 개정하는 건 현실성이 높지 않은 상황이다. 대신 본회의 의결을 거쳐 22대 국회 임기 내내 기후특위를 운영하도록 하는 동시에 그 의결을 위한 안건에 ‘실질적 권한’을 명시해 ‘힘 있는 기후특위’를 만들자는 게 이들 당선자 10인의 주장이다.

 

그 권한은 두 가지다. 하나는 기후위기 관련 주요 법률에 대한 법안심사권이다. 당선자 10인이 기후특위 심사 대상으로 직접 언급한 탄소중립기본법은 환경부 소관 법률로 현재 환경노동위원회에 심사권이 있다. ‘탄소중립 사회로의 이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경제·환경·사회적 불평등 해소하며 녹색기술과 녹색산업의 육성·촉진·활성화를 통해 경제와 환경의 조화로운 발전을 도모’(탄소중립기본법 제1조 중)하는 이 법의 심사를 환노위에 맡겨 놓는 건 분명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탄소중립기본법 외에도 21대 때 발의됐다가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 예정인 ‘탄소세법안’(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대표 발의)이나 현행법인 배출권거래법도 기후특위 심사 대상이 될 필요가 있단 목소리가 나온다. 기후특위 상설화 촉구 기자회견에 참여한 민주당 이소영 의원은 통화에서 이같은 의견을 내며 “특위를 설치할 때 일단 탄소중립기본법이랑 한 2∼3개 법률을 적시해서 심사 권한을 부연한 이후에, 추후에 발의되는 제정안이나 개정안에 대해서는 국회의장과 교섭단체인 양당 원내대표 간 합의을 통해 기후특위에 추가로 권한을 부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소영 의원을 비롯한 제22대 국회 여야 당선인들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상설 기후특위 설치 합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당선자 10인이 기후특위에 달라고 촉구한 다른 권한은 기후대응기금 예결산심의권이다.

 

탄소중립기본법에 따라 2022년부터 운영 중인 기후대응기금은 매년 지출 규모가 2조원 이상이다. 단순히 규모만 클 뿐 아니라, 기후위기가 범부처 대응이 필요한 사안인 터라 그 기금 성격 또한 복잡하다. 기재부가 기금 전체 분야 선정 등 기금 사업을 총괄하지만 실제 집행은 산업통상자원부·환경부·국토부 등 17개 부처(2024년 기준)이 세부사업을 실제 집행하는 구조 때문이다.

 

정부재정 연구기관 나라살림연구소는 구체적으로 각 부처별 소관 사업의 기후대응기금 이관·재이관 사례를 지적하며 “기후대응기금으로 사업이 이관되며 신규 예산으로 집계돼 마치 사업 규모가 증가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전년도 사업 규모보다 축소돼 실 사업 예산은 감액된 경우도 있다. 착시효과 방지를 위해 예산 심의위원들은 세부사업 설명자료를 자세히 검토해야 한다”(‘2024년 기후대응기금 운용계획 지출 사업 분석’)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소영 의원 또한 “기획재정위원회에서 기후대응기금을 심의하고 있는데 예산소위 회의록을 보면 기후대응기금에 대해서는 아무도 관심이 없어서 발언을 찾아보기 어렵다”며 “(기후위기에 대한) 전문성도 없고 그 용어 자체도 다 생소하니까 위원들이 관심이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참고자료

 

논문 ‘기후대응기금의 효과성과 책임성을 위한 행정법적 과제’(2023년 9월·이국현 충북대 법학전문대학원 부교수)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 회의록(2023년 11월22일·12월28일)

 

2024년 기후대응기금 운용계획안 지출 사업 분석(2023년 11월·김수나 나라살림연구소 책임연구원)

 

정치가 기후에 답하는 그 날까지 씁니다, 기후가 정치에게.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하이키 휘서 '미소 천사'
  • 하이키 휘서 '미소 천사'
  • 에버글로우 아샤 '깜찍한 미소'
  • 뉴진스 민지 '볼하트 여신'
  • 하이키 휘서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