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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광 이어 또 '탐욕의 끝판왕'…황정민, '맥베스'로 연극 무대 복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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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5-10 20:00:00 수정 : 2024-05-10 18:4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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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베스 역 황정민 “구청장인데 대통령 될 거란 예언 듣고 탐욕 끝에 파멸하는 인물”
“허투루 살지 않도록 원동력이 된 ‘학전’ 폐관 가슴 아파…김민기 선생님·‘학전’ 정신 잘 품을 것”
양정웅 연출 “욕망과 죄책감에서 허덕이는 인간 본성의 원형 표현하도록 할 것”

“한 마을의 영주였는데 ‘왕이 된다’는 말도 안 되는 예언에 현혹돼 욕망의 끝을 향해 가는 인물입니다. 마지막에 죽음을 앞두고 ‘내가 왜 여기까지 왔지’라며(후회하며) 뒤를 돌아보지요. 요즘에도 통할 얘기입니다.”

 

7월 개막할 연극 ‘맥베스’에서 멕베스 역으로 무대에 서는 황정민(54)이 작품 속 맥베스를 이렇게 소개했다. 황정민은 10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맥베스는) 비유하면 구청장인데 대통령이 될 거란 말에 탐욕의 끝으로 내달아 결국 자기 무덤을 파는 인물”이라고도 했다.

배우 황정민과 김소진이 10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열린 연극 맥베스 제작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햄릿’, ‘오셀로’, ‘리어왕’과 함께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1564∼1616)가 쓴 4대 비극 중 가장 마지막 작품인 ‘맥베스’는 인간의 욕망과 파멸, 운명이 빚어내는 비극을 다룬다. 스코틀랜드의 장군 맥베스가 마녀의 예언에 따라 국왕을 살해하고 권력을 차지한 뒤 서서히 파멸해가는 이야기다.

 

황정민은 ‘리차드3세’(2018∙2022년)에 이어 셰익스피어 작품으론 두 번째 타이틀롤(작품의 제목과 이름이 같은 주인공)을 맡았다. 그는 연극을 놓지 않는 이유에 대해 “타이틀롤을 맞는 게 부담이 되나 연극 작업을 할 때가 개인적으론 힐링하는 시간이고 무대에선 오롯이 배우로서의 행복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리차드3세’와 ‘오이디푸스‘(2019년)에 이어 ‘맥베스’까지 잇달아 고전극을 선택하는 건 “의미가 굉장히 함축적이고 후세대들이 재해석하거나 공부할 여지가 많기 때문”이라며 “(신인 때) 기본을 알고 배울 수 있도록 해준 고전극이 정말 좋다는 걸 아는데 요즘은 별로 없어서 당분간 고전극을 하고 싶다”고 했다. 

 

특히, 대학로 ‘학전’ 소극장이 지난달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을 안타까워한 황정민은 “제가 지금도 허투루 살지 않는 원동력이 ‘학전’이다. 기본적으로 겸손함 등 (배우로서의 자질을 ‘학전’에서)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학전’은 없어졌지만 김민기 선생님의) 좋은 정신을 잘 품고 있으면 된다고 생각해요. (아내와 함께 운영하는) 샘컴퍼니 소속 배우들을 열심히 뒷바라지 하는 것도 그런 이유 중 하나입니다.” 그는 1995년 극단 ‘학전’ 1기 단원으로 김민기(73) 대표와 인연을 맺었고, 설경구, 김윤석, 장현성, 조승우와 함께 ‘학전 독수리 5형제’로 불린다.

연극 '맥베스' 맥베스 역의 배우 황정민이 10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제작발표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맥베스의 아내로 남편이 왕을 죽이고 권좌에 앉도록 부추기는 레이디 맥베스 역은 김소진(45)이 맡았다. 출연 배우 중 유일한 여성이다. 김소진은 “맥베스가 비극적 파멸로 이르게 되는 데 큰 영향을 미치는 인물”이라며 “자신의 욕망을 쟁취하기 위해 행동하는 강한 의지와 그로 인한 불안과 두려움, 죄책감 등 (레이디 맥베스의) 복잡한 감정 변화를 관객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연기할 것”이라고 했다. 

 

맥베스의 충직한 부관이었지만 아들을 지키기 위해 맞서다 살해 당한 뱅코우 장군은 인기 드라마 ‘주몽’으로 유명한 송일국(53)이 연기한다.

 

믿었던 맥베스의 칼에 죽는 왕 덩컨 역은 송영창(66)이, 가족의 복수를 위해 맥베스와 맞서는 맥더프 역은 남윤호(40)가 각각 맡는다. 남윤호는 영화 ‘서울의 봄’에서 전두광(황정민 분) 세력의 쿠데타를 저지하려는 이태신(정우성 분) 수도경비사령관의 오른팔인 강동찬 역으로 열연했다. ‘맥베스’에서도 황정민과 대척점에 선 인물을 연기하는 셈이다. 

배우 황정민(왼쪽부터)과 김소진, 양정웅 연극연출가, 송일국이 10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 연극 '맥베스' 제작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맥베스'는 스코틀랜드의 장군 맥베스가 마녀의 예언을 듣고 국왕을 살해한 뒤 서서히 타락해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황정민이 맥베스를 연기하며 김소진, 송일국, 송영창, 남윤호가 출연한다. 뉴스1

연극 ‘한여름 밤의 꿈’으로 10회 그단스크 셰익스피어 페스티벌에서 대상을 받은 양정웅(56)이 연출한다. 양정웅은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중 가장 마지막에 쓰여) 완성도가 높은 ‘맥베스’는 브레이크 없는 욕망이나 쾌락에 손을 대는 순간 헤어나오지 못한 채 끝으로 치닫고, (그 과정에서 생기는) 상실감과 죄책감, 양심 등 문제를 인간의 원형으로 잘 집어 표현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작품을 준비하면서 우리 현대인도 (각자) 욕망과 죄책감에서 얼마나 허덕이는지 공감했다”며 “셰익스피어의 아름다운 대사와 마지막 비극의 맛을 잘 살리면서 ‘맥베스’에 담긴 상징적인 인간 본성들을 표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연은 7월13일부터 8월18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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