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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교수·전공의·의대생 한자리서 ‘의대 증원’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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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5-11 19:10:15 수정 : 2024-05-11 23:2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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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의정갈등 현재와 미래 심포지움’ 개최
“현 정부 ‘짐이 곧 국가다’로 변할지 몰라 우려”
“교육의 질 하락 외면한 채 제 갈 길만 고집해”

전국 의대교수들이 동시 휴진(외래진료·비응급 수술 중단)에 나선 10일 의대 교수와 전공의, 의대생이 한자리에 모여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정책을 비판했다. 

 

연세대 의대 교수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서울 서대문구 의과대학에서 ‘2024년 의정갈등 현재와 미래’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참석자들은 윤석열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과 필수의료 정책패키지 추진 절차가 잘못됐다고 한목소리로 지적했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평의회가 10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연 '2024년 의정갈등 현재와 미래' 심포지엄에서 참석자들이 행사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안덕선 고려대 의대 명예교수는 정부가 의대 정원 증원을 졸속 추진했다고 짚었다. 그는 “대학 총장한테 희망 정원 조사를 했다는데 난감한 총장들은 학장을 불러 ‘학교 세를 불리는 데 얼마가 있음 좋겠는가, 우수한 학생이 많이 들어오면 좋지 않은가’ 그런 생각으로 숫자를 써낸 것”이라고 했다. 

 

안 교수는 교수 1명당 학생 1.6명을 담당하는 한국 의대와 비교해, 미국 하버드대 의대의 경우 학생 1명당 교수 비율이 14.6명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미 과로한 직무를 호소하는 교수진인데, 정원의 2∼3배도 끄떡없다는 배짱은 어디서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외국 의사 면허 소지자를 국내에서 의료 행위를 할 수 있게 하는 정부 정책도 비꼬았다. 그는 “아무리 힘들어도 밀고 나가서 외국에서 의사라도 수입해서 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여줬다”며 “(박민수 보건복지부) 차관님은 정신과적 분석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의 정책 추진 방식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안 교수는 “국가에서 하는 일이 항상 옳다는 전제가 있다면 따라가겠지만 그게 아니다”라며 “지금 상황에서 더 나아가면, ’대통령이 곧 국가다’, ‘짐이 곧 국가다’로 변할지 몰라 상당히 우려된다”고 부연했다.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를 대표해 김은식 세브란스병원 전공의협의회장도 목소리를 냈다. 김 회장은 2022년 대한전공의협의회 전공의 실태조사를 인용하며 의대 정원 증원으로는 이 같은 노동 환경을 개선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당시 실태조사에 따르면 4주 평균 주 80시간을 초과해 근무했다고 응답한 전공의의 수는 52%였다. 응답자의 약 66.8%는 주 1회 이상 24시간 초과 연속 근무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9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와 의료진이 오가고 있다. 뉴스1

김 회장은 각 수련병원이 인건비가 저렴한 전공의 인력에 의존해 겨우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직장으로 따지면 수습사원에 불과한 인턴 레지던트가 업무를 중단했을 뿐인데, 소위 빅5를 포함한 많은 대학병원이 경영난에 시달리며 비상경영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을 광경을 모든 국민이 목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결과적으로 만성적인 저수가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2016년 연세대학교 산학협력단의 연구에 따르면 종합적인 우리나라 의료 수가는 원가의 78.4% 수준에 불과하다”며 “한국 의료 시스템이 사상누각과도 같다는 것은 이번에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남으로써 여실히 드러났다”고 했다.

 

김 회장은 전날 윤석열 대통령의 기자회견 발언을 인용하며 “의사 인력에 대한 과학적인 추계의 필요성, 의사 수 증가에 따른 의료비 증가, 교육의 질 하락의 문제 등이 제기됐지만 이를 외면하고 ‘뚜벅뚜벅 제 갈 길만’ 가기를 고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수업이 재개된 서울 시내 한 의과대학에서 가운을 입은 한 학생이 사물함에서 물건을 넣고 있다. 연합뉴스

의대생을 대표해서는 김민성 연세의대 학생회장이 나섰다. 그는 정부를 향해 8가지 요구안 발표했다. 요구안에는 의대 정원 정책 전면 백지화를 비롯해 휴학에 대한 사유를 정부가 자의적으로 해석할 수 없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그는 ‘의대 2000명 증원’ 정책을 발표한 후 바이탈(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 분야 진출을 고려하는 의대생이 크게 줄었다는 설문 조사 결과를 언급했다. 전국 의대생·전공의 단체 ‘투비닥터’의 조사로 3월20일부터 25일까지 ‘의대 증원 및 필수의료 패키지 정책과 의대생 진로 선택’ 설문을 한 것이다. 조사에서 전공의 수련이 필수라고 생각하는 학생 비율은 91.4%에서 32.4%로, 바이탈과 전공을 진지하게 고려했던 학생의 비율은 83.9%에서 19.4%로 각각 약 60%포인트씩 줄었다. 김 회장은 “남들이 어렵다고 만류하는 길을 사명이라는 이름하에 걷고자 했던 의과대 학생들의 다짐은 이렇게 하루하루 무너져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지민 기자 aaaa3469@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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