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56조원의 세수펑크가 발생한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국세수입 결손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주요 대기업의 실적이 악화해 법인세가 덜 걷히면서 올해도 세수가 당초 계획한 전망치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건전재정 기조를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세수입 감소는 올해는 물론 내년 정부의 지출 여력을 위축시킬 수 있다. 최근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2%대 중반으로 상향 조정되고 있지만 장기화하고 있는 고물가·고금리에 소상공인, 저소득층은 여전히 경기 회복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각종 정부 지출마저 줄어들 경우 서민 경제 타격이 클 수 있다는 지적이다.
1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3월까지 누계 국세수입은 84조9000억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2조2000억원 줄었다. 국세수입의 감소는 법인세가 견인하고 있다. 지난해 12월말 결산 법인의 사업실적이 저조했던 것으로 나타나면서 법인세(18조7000억원) 납부액이 5조5000억원 감소했다. 수조원의 법인세를 냈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않은 여파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주요 기업의 성과급 감소에 따라 3월말까지 소득세도 27조5000억원 걷혀 작년 동기와 비교해 7000억원 줄었다.
국세수입의 감소는 건전재정도 위협하고 있다. 정부가 올해 1분기 신속집행 사업 규모를 역대 최대로 확대해 총지출이 작년 186조8000억원에서 올해 212조2000억원으로 증가한 상황에서 세수마저 예측보다 덜 걷히면서 나라살림 적자 증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 1분기 기준 총수입(147조5000억원)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64조7000억원을 기록했고,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기금(10조6000억원)을 추가로 차감한 관리재정수지는 75조3000억원 적자를 나타냈다. 정부가 올해 계획한 관리재정수지 목표치(-91조6000억원)에 바짝 다가선 것이다.
세수결손은 여러 부문에서 각종 부작용을 초래한다. 작년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정부는 본예산을 편성하면서 당초 세수가 400조5000억원 걷힐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세수펑크가 발생하면서 실제 들어온 국세수입은 344조1000억원에 그쳤다. 이에 따라 지난해 총지출은 610조7000억원으로 본예산(638조7000억원) 대비 약 28조원 줄었다. 정부가 총지출을 크게 줄였음에도 지난해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87조원까지 치솟아 목표치(58조2000억원)를 훌쩍 넘겼다. 또 예산현액에서 총세출과 이월액을 차감한 결산상 불용액도 45조7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예상치 못했던 대규모 세수펑크에 국회가 확정한 정부 지출도 제대로 집행하지 못하고, 건전재정 기조도 제대로 지키지 못했던 셈이다.
문제는 올해 역시 세수 전망이 밝지 않다는 점이다. 정부는 올해 일정 정도의 세수 결손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작년 7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할 때만 해도 ‘상저하고’를 예상했는데, 반도체 경기가 너무 늦게 살아나 실제로는 ‘상저하중’ 정도에 머물렀다는 것이다. 아울러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않은 기업들이 올해 받지 못한 공제 혜택을 추후에 받게 되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 이후 법인세 전망도 밝지 않다는 전망이다.
최근 들어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잇따라 상향 조정되고 있지만 소상공인이나 서민층의 경우 여전히 이를 체감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실제 실질임금은 2022년 2분기부터 2023년 4분기까지 7개 분기 연속 전년 동기 대비 하락했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1분위 비소비지출 중 이자비용은 지난해 3분기와 4분기에 각각 전년 동분기 대비 3.8%, 2.8% 늘었다. 지난해 4분기의 경우 1분위 가구의 흑자액(처분가능소득-소비지출)은 –29만1000원을 나타내 적자 살림을 꾸린 것으로 파악됐다.
전문가들은 건전재정 기조 속 국세수입 감소는 복지지출을 줄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나원준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최근 열린 ‘윤석열정부 2년 노동·사회정책 평가 토론회’에서 “감세는 긴축으로 이어졌다. (지난해의 경우) 국회에서 지출 승인이 이뤄졌으므로 반드시 지출돼야 했던 예산 가운데 40조원 넘게 불용 처리됐다”면서 “그 과정에서 적지 않은 복지 지출 삭감이 이뤄졌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나 교수는 “재정지출을 적정 범위 내에서 늘리고 실질임금을 끌어올리지 않는 이상 회복은 지연되고 민생의 어려움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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