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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점 위탁판매 계약 위해 기존 계약 갱신 거절한 본사…“불공정행위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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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5-07 06:00:00 수정 : 2024-05-06 21:3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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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시스’ 대리점들 가처분 신청 기각
재판부 “소명 부족…대리점 이익도”
“선례 많지 않은 상황서 나온 결정”

본사가 대리점들과 거래 구조를 위탁 판매 방식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기존 재판매 계약 갱신을 거절한 것은 공정거래법상 불공정 거래 행위가 아니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재판장 김상훈)는 지난 3월 사무용 가구 업체 퍼시스 대리점 15곳이 퍼시스를 상대로 제기한 불공정 거래 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이 같은 취지로 기각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전경. 연합뉴스

이들 대리점은 적게는 8년, 많게는 29년간 본사에서 제품을 구매해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재판매’ 방식으로 운영됐다. 본사는 2022년 8월 대리점들에 제품 판매를 위탁해 본사 명의로 판매하는 ‘위탁 판매’ 방식으로 거래 구조를 바꾸겠다고 알린 뒤 약 70곳의 대리점 전체를 상대로 간담회, 설명회 등을 10여차례 진행했다. 올해 1월 기존 계약 만료를 2개월여 앞두고 위탁 판매 계약을 새로 체결하겠다고 안내한 뒤, 지난 3월 계약서 초안을 보내 계약 체결 요청을 공지했다.

 

이에 일부 대리점들은 올해 2월 ‘사인의 금지 청구권’을 못 박은 공정거래법 제108조 1항을 근거로 “채무자(본사)는 본안 사건의 1심 판결 선고 때까지 기존 계약 갱신 거절, 위탁 판매 계약 체결 요구 등의 행위를 해선 안 된다”며 가처분을 신청했다. 사인의 금지 청구란 불공정 거래 행위 피해자들이 직접 법원에 해당 행위의 금지를 청구할 수 있는 제도로, 2021년 말 도입됐다.

 

이들은 본사가 위탁 판매 계약 체결을 강요하며 기존 계약의 갱신을 거부하는 건 공정거래법상 불공정 거래 행위인 ‘부당한 거래 거절’, ‘거래상 지위 남용으로 이뤄진 불이익 제공’이라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채권자(대리점)들이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이 사건 갱신 거절이 채권자들의 거래 기회를 배제해 그 사업 활동을 곤란하게 할 의도로 이뤄졌다는 점이 소명되지 않고, 신의칙(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다고 볼 만한 사정에 관한 소명도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채무자가 설정하려는 최소 판매가(위탁 판매 원가)에 미달하는 가격으로 판매해 온 대리점들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 그 가격과 위탁 판매 원가의 차이는 얼마나 되는지 등을 확인할 자료가 없어 구체적인 가격 경쟁 제한의 정도가 소명되지 않는다”며 “경쟁 제한의 결과가 대리점들 이익, 소비자 후생 증대, 신규 대리점 진입을 통한 경쟁 확대 등 효과보다 더 크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본사가 각 대리점이 동일한 수량의 제품을 팔았을 때 재판매 방식보다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위탁 판매 수수료를 정한 것으로 보이는 등 대리점들 이익이 상당 부분 존재한다는 설명이다. 대리점들이 항고하지 않아 이 결정은 지난달 초 확정됐다.

 

퍼시스 본사를 대리한 법무법인 대륙아주의 권대현(변호사시험 2회) 변호사는 “위탁 판매 방식의 대리점 계약이 정상적으로 거래하는 대다수 대리점에 자금 조달 비용, 영업이익 등 측면에서 더 이익이 된다는 점, 위탁 판매 방식에서 자유로운 가격 경쟁이 이뤄지고 대리점들 간 경쟁이 활성화될 수 있다는 점 등을 적극 주장했다”면서 “2021년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도입된 사인의 금지 청구권을 피보전(보전될) 권리로 하는 소송의 선례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나온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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