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에서 무 농사를 짓고 있는 고모(60)씨는 무 밭을 보면 속이 타들어간다.
봄 무가 풍작을 이뤘지만 가격이 하락세를 면치 못해 밭을 갈아 엎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치솟는 배추와 무 가격 안정을 위해 정부가 비축량을 푸는 것과는 상반된 현상이다.
4일 제주시와 농가 등에 따르면 올 들어 봄 무 자율폐기에 참여한 농가는 143곳, 축구장 250개 규모인 185ha(헥타르)에 달한다.
실제로 기자가 찾은 제주의 한 무밭은 무꽃이 활짝 피었다. 축구 경기장 크기의 무 밭 곳곳에는 뽑혀진 무가 썪어가고 있었다. 이 무 밭은 수확을 포기, 방치된 상태였다.

60대 농민 양모씨는 “5000여 평(1만 6600㎡)에 봄 무를 재배했지만 매기가 없는데다 가격마저 폭락해 인건비도 건지기 어려워 수확을 포기했다”며 “무청에 핀 무꽃을 보면 가슴이 무너진다”고 하소연했다.
무에서 하얀 꽃을 피는 것을 ‘추대 현상’이라고 불리는데 수확에는 치명적이다. 무꽃이 피면 영양분이 꽃으로 가 생육이 멈추고, 상품 가치도 크게 떨어진다.
제주에서는 특정 작물이 과잉 생산돼 수확을 포기하고 산지에서 폐기하는 사례가 해마다 되풀이 되고 있다.


한편 정부는 치솟는 무 가격을 안정하 하기 위해 정부 비축분을 푼다.
기획재정부는 전날 매일 배추 110t과 무100t의 정부 비축분을 방출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농수산물 가격이 급등하자 비축분 공급으로 가격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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