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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미술관 운영자들의 생각이 바뀌고 있다. 예전에는 ‘우리가 소장한 유물 또는 작품을 하나라도 더 보여줘야지’였다면 이제는 그렇지 않다. 관람객이 정말 원하는 전시물이라면 단 한 개라도 제대로 감상할 기회를 줘야 한다는 쪽이 대세인 듯하다. 국내에선 2021년 말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2층에 문을 연 ‘사유의 방’이 그 계기가 됐다. 440㎡(약 133평) 면적의 독립 공간 안에 국보 ‘반가사유상’ 두 점만 세워 놓았다. 얼핏 ‘썰렁할 수도 있겠다’ 싶지만 정작 사유의 방을 다녀온 이들은 “제대로 된 힐링(치유)을 경험했다”고 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같은 중앙박물관 내 ‘손기정 기증 청동 투구’ 전시실은 또 어떤가. 144㎡(약 43평) 규모의 방 안에 전시물이라곤 청동투구 딱 하나뿐이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 수상자인 손기정에게 부상으로 주어진 투구의 이력을 소개한다. 고대 그리스에서 만들어진 투구가 한국의 문화재(보물)로 지정된 점도 흥미롭지만, 손기정의 국적이 왜 일본으로 기재될 수밖에 없었는지 관련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동영상 등 시청각 자료가 눈길을 끈다.

외국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2021년 10월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재개장한 뭉크 미술관이 대표적이다. 기존 미술관을 13층짜리 신축 건물로 옮기며 노르웨이 국민 화가 에드바르 뭉크의 대표작 ‘절규’만 전시하는 방을 새롭게 개설했다. 오직 ‘절규’를 직접 대하고 싶은 마음 하나로 오슬로, 그리고 미술관을 찾는 세계 각국 관람객들을 위한 나름의 배려일 것이다.

그제 프랑스 매체에 따르면 파리 루브르박물관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명화 ‘모나리자’를 전시할 독립 공간 마련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서양 미술사 최고의 걸작으로 꼽히는 ‘모나리자’는 “세계에서 가장 실망스러운 예술작품”이란 오명도 동시에 갖고 있다. 하루 2만명씩 몰려드는 인파 탓에 그림 곁으로 가까이 다가가는 것 자체가 어려울뿐더러 차분한 감상은 아예 꿈도 못 꾸기 때문이다. 다만 뭉크 박물관이 ‘절규의 방’을 따로 만들었어도 입장객이 너무 많아 여유 있는 관람은 여전히 힘들다는 점을 루브르 측이 참작할 필요는 있을 듯하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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