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회 예산 빠듯… 외국인 힘들어
K리그 감독 정하면 팀 반발 문제
월드컵 예선 코앞… 고민 깊어져
“이런 말씀을 드려서 어떨지 모르겠지만 흠잡을 데가 없었습니다.”
정해성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2일 새 한국 축구대표팀 사령탑 후보를 추렸다고 발표하는 자리에서 황선홍 23세 이하(U-23) 대표팀 감독에 대해 이같이 강조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2026 북중미 월드컵 지역 예선 태국과 2연전을 앞두고 황 감독이 ‘탁구 게이트’로 혼란스러운 대표팀을 임시로 맡아 1승1무의 성적을 거둔 것에 대한 평가였다. 정 위원장의 발언으로 황 감독은 새 대표팀 후보로 급부상했다.

하지만 황 감독이 이끄는 U-23 대표팀이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아오면서 축구협회의 고민은 깊어지게 됐다. 축구협회는 5월 초, A대표팀 정식 감독을 선임해 북중미 월드컵을 위한 밑그림을 그릴 계획이었다. 후보는 11명(국내 4명·외국인 7명)으로 추려졌다.
황 감독은 축구협회에 맞는 카드였다. 우선 축구협회의 예산 문제로 여론의 눈높이에 맞는 외국인 감독을 선임하는 건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천안에 건립 중인 축구종합센터에 예산을 쏟아부은 축구협회는 클린스만 전 감독 위약금까지 내줘야 하기 때문에 여유가 없다. K리그 감독을 선임하자니 ‘사령탑 빼가기’에 대한 반발과도 마주해야 한다. 때문에 축구협회는 2002 월드컵 4강 신화 주역이자 축구협회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황 감독을 우선 고려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황 감독은 U-23 아시안컵에서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에 패해 명분을 잃게 됐다. 이로써 한국 축구는 1984년 로스앤젤레스(LA) 대회부터 이어온 올림픽 40년 연속 출전 기록을 중단하게 됐고, 황 감독은 한국 축구에 오점을 남겼다.
이런 황 감독에 무한 신뢰를 보낸 정 위원장 역시 새 감독 선임에 앞서 전력강화위에 대한 불신을 잠재워야 하는 숙제도 안게 됐다. 황 감독이 성적을 내지 못할 경우 “책임지겠다”고 밝힌 바 있는 정 위원장이 물러나도 골치다. 정 위원장이 떠난다면 축구협회는 새 위원장 선임작업부터 밟아야 한다. 이때 대표팀 감독 선임까지 시간은 더 길어지게 된다. 한국은 6월6일과 11일 각각 싱가포르, 중국과 월드컵 예선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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