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토류 무기화로 각국 통제 압박
美·호주·베트남… 대체 생산국 부상
中 수출 감소·대기업 순익도 급감
글로벌 공급망을 장악해 희토류를 무기화했던 중국의 영향력이 각국의 공급망 다각화 노력으로 흔들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2일 각국의 희토류 탐사가 활발해짐에 따라 세계 최고의 희토류 공급국인 중국의 지위가 흔들릴 수 있다고 전했다. 2012년 세계 희토류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90%였지만 2022년에는 70%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미 지질조사국(USGS)이 밝힌 바 있고, 지난해 중국 내 희토류 대기업들의 수익률이 악화한 데서도 이런 경향이 확인된다고 SCMP는 설명했다.
희토류는 땅속에 있는 희소 금속으로 스마트폰과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반도체용 연마제, 석유화학 촉매 등 첨단산업부터 전투기, 미사일 등 군수산업까지 폭넓게 사용되는 필수 소재다.
전기차, 풍력발전 등 친환경 산업에 필수적인 네오디뮴 영구자석의 핵심 원료이기도 하다.
희토류는 농축된 광물 형태가 아니라 원소 단위로 흩어져 있어 채굴·농축·분리 과정에서 화학약품을 써서 수많은 정제 작업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환경 오염이 심각하다. 이 과정에서 라듐이나 우라늄 등 방사성 물질도 나온다. 1980년대까지 세계 1위 희토류 생산국이었던 미국은 이 때문에 이후 생산을 꺼렸고, 유럽도 마찬가지였다.
중국은 이 틈을 타 느슨한 환경규제와 저가 공세로 단숨에 세계 시장을 석권했다. 특히 미·중 무역전쟁이 시작되면서부터는 희토류를 무기 삼아 수출 통제 조치로 수년간 세계 각국을 압박했다. 하지만 미국·호주·미얀마에 이어 라오스·말레이시아·베트남 등이 대체 생산국으로 떠오르면서 중국 입지가 위협받게 됐다. 각국은 최근 희토류 광산 지분 확보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기도 했다.
SCMP는 “세계적으로 희토류 수요는 증가 추세지만 생산국이 다양해지면서 중국의 점유율이 점차 줄고 있으며 중국 지위가 도전받고 있다”고 짚었다. 중국 네이멍구에 있는 북방희토는 지난 19일 발표한 연례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순이익이 전년 대비 62.6% 감소했다고 밝혔다.
다른 희토류 생산업체 중국 샤먼텅스텐도 같은 날 “희토류 글로벌 공급 패턴의 다각화가 본격화했다”며 “서방 국가들이 희토류에 중요성을 더 부여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희토류 공급 국가들이 늘어나면서 중국 기업 입장에서는 더 적은 이윤을 남기고 팔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 것이다.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 이후 한국도 핵심 광물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데 주력해 왔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네오디뮴 영구자석의 중국 수입 비중은 지난해 84.7%로 전년의 87.5%보다 소폭 감소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또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공급망 협정이 국내에서 발효된 17일 ‘신통상 라운드테이블’ 회의를 개최하고 요소, 흑연, 희토류 영구자석의 수입 다변화 등을 IPEF 공급망 협정 이행과 연계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다만 이 같은 각국의 공급망 다변화가 중국의 희토류 1위 자리까지 위협하지는 않으리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일본 국제문제연구소의 스티븐 나기 방문연구원은 희토류 광물을 광범위하게 보유한 중국은 관련 산업의 전문 지식을 갖고 있을뿐더러 채굴·농축·분리·정제 작업을 위해 환경 오염을 감내할 의지도 있다는 점에서 희토류 관련 중국의 지위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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