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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눈] 은퇴했지만 더 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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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4-17 01:45:12 수정 : 2024-04-17 01:4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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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생에 생산연령인구 감소
노인부양 경제적 부담 늘어가
정년 연장·폐지 논의 지지부진
경사노위 중심 본격적 시작을

X세대인 아내와 나는 요즘 대화 도중 ‘노후 불안’을 부쩍 자주 입에 올린다. 자영업자인 아내는 더욱 노심초사한다. 12년간 손을 놨던 주식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즐겨 듣던 정치 팟캐스트 대신 경제 뉴스를 찾아 듣더니 어느날 ‘서학 개미’가 됐다며 소액의 주식 포트폴리오를 읊어대기도 했다. 새로 자격증을 따겠다며 저녁때마다 책상 앞에 앉고, 주말에도 틈틈이 책과 씨름한다. 이런 일상을 제쳐놓고 며칠씩 멀리 바람 쐬러 나가는 일은 언감생심이다. 은퇴가 그리 머지않은 월급쟁이 남편, 10대인 두 아이와 어린이집에 다니는 막내까지 다섯 식구 가족의 미래를 혼자 짊어진 것 같아 가슴이 먹먹하다.

나와 아내의 바람대로 과연 아이들은 20년 후 우리 세대만큼 큰 탈 없이 잘살 수 있을까?

황계식 경제부장

우리나라 장래인구추계를 살펴보면 걱정은 더 커진다. 통계청이 지난 11일 발표한 ‘2022년 기준 장래인구추계를 반영한 내·외국인 인구추계’에 따르면 내국인 생산연령인구(15~64세)는 해마다 큰 폭으로 줄면서 2042년에는 100명당 부양해야 하는 내국인 유소년·노인이 81.8명으로 늘어난다. 2022년 41.8명에서 2배 수준으로 부담이 커진다고 한다. 20년 후 성년이 될 내 아들과 딸은 70세를 바라보는 부모 등을 먹여 살리고자 지금보다 2배 수준의 경제적 부담을 짊어진 채 살아야 한다는 얘기다. 저출생 여파로 2022~2042년 내국인의 유소년 부양비는 12~17명에 머물지만, 노년 부양비는 65세 이상 고령인구 증가 탓에 2022년 25.2명에서 2042년 67.0명으로 두 배 넘게 급증한다는 전언이다. 2022년과 2042년 내국인의 연령별 구성비를 보면 생산연령인구 비중은 70.5%에서 55.0%로 내려앉고, 65세 이상은 17.8%에서 36.9%로 오른다고 한다.

내국인에 더해 귀화, 이민자 2세, 외국인 등 이주배경인구가 함께 부양에 나서겠지만 미래는 그리 밝지 않다. 중위추계 기준 우리나라 총인구(내국인+외국인)는 2022년 5167만명에서 2042년 4963명으로 감소한다. 그 와중에 외국인 인구도 빠르게 늙어 2035년에는 고령층이 전체의 10.3%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 추세대로라면 외국인 유입에도 우리 경제를 뒷받침할 생산연령인구의 감소는 돌이킬 수 없는 미래인 셈이다.

앞서 정부는 2022년 6월 고령화·저출생에 맞물린 생산연령인구 급감을 막고자 정년 연장·폐지 등에 대해 노·사·정이 함께하는 사회적 논의를 시작한다고 선언했으나 여태껏 감감소식이다. 극심한 노정 갈등에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최고 의결기구인 본위원회가 지난 2월에야 윤석열정부 들어 처음으로 개최됐다. 경사노위에서 정년 연장·폐지 등을 다룰 ‘인구구조 변화 대응 계속고용위원회’는 출범조차 못 한 실정이다.

청년층의 극심한 반발과 세대 갈등을 불러올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인 데다 정부가 추진 중인 연금제도 개편과도 맞물리는 만큼 쉽사리 진척되기 어려운 게 현실이지만, 여당의 총선 패배 여파로 사회적 대화마저 실종되는 것은 아닐지 걱정부터 앞선다.

당장 노동계는 올해 임금·단체협약의 핵심 조건으로 65세 정년 연장을 밀어붙이겠다는 태도라 사회적 논의에 앞서 갈등부터 크게 불거지지 않을지 우려된다. 사용자 측도 정년제도 개편 필요성에는 동의하고 있으나, 임금제도의 개편 없이는 수용할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앞서 2016년 법정 정년을 58세에서 60세로 일률적으로 확대한 결과 노동시장이 경직되는 바람에 생산성이 후퇴하는 결과만 빚었다고 호소한다.

노사 현장의 갈등이 극대화하기 전에 경사노위를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사회적 논의에 들어가야 할 것이다.

‘백약이 무효’라는 출산율 높이기는 이제 근본적인 정책 혁신이 필요한 상황이다. 단기적으로 효험을 볼 수 있는 뾰족한 대책을 내놓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게 현실이다. 은퇴를 늦춰 생산연령인구 부족에 대처할 수 있도록 하루라도 빨리 사회적 합의에 이르러야 하는 또 다른 이유다.

의료계에서는 ‘100세 수명시대’를 넘어 ‘120세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주위에도 은퇴 후 재취업해 보람찬 노년을 보내는 베이비붐 세대 선배들이 적잖다. 그들은 외친다. “은퇴했지만, 아직 나는 청춘이고 더 일하고 싶다”고.


황계식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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