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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정원 결정, 법이 정한 보건의료기본계획 수립부터 살펴야 [알아야 보이는 법(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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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4-15 13:00:00 수정 : 2024-04-12 19:3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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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은 끝났지만, 의과대 정원 증원을 둘러싼 의료현장의 혼란은 두 달이 되어가는 현재까지 해결 기미가 없다. 비록 정부에서 의대 정원 증원 규모의 조정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당장 해결책이 될지는 알 수 없다. 법적으로 바람직한 방향에 대해 의견을 제안해 본다.

 

보건의료기본법 제15조 제1항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보건의료발전계획을 수립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보건의료발전계획의 내용 중 하나로 같은 조 제2항 제3호를 보면 ‘보건의료자원의 조달 및 관리 방안’이 있다. 그리고 제17조에서 시·도지사 및 시·군·구청장은 보건의료발전계획에 따라 지방자치단체 실정을 감안한 지역보건의료계획을 수립하게 되어 있다.

 

위 규정은 보건의료기본법이 제정된 2000년 당시부터 명시됐었다. 그런데도 현재까지 위 조항에 따른 보건의료발전계획 및 지역보건의료계획은 한 번도 수립된 적이 없다. 이번에 복지부에서 의대 정원 증원을 결정하기 전 거친 보건의료기본법에 따른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의 심의사항 중 가장 첫 번째에 있는 것(제22조 제1호)이 보건의료발전계획임에도 그렇다. 요컨대 보정심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24년째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보건의료발전계획과 달리 국가에서 실제로 수립하고 있는 계획으로 병상수급 기본시책이 있다. 보건의료발전계획에서 정해야 할 사항 중 하나로 지역별 병상 총량의 관리에 관한 시책 내지 보건의료의 제공 및 이용체계 등 보건의료의 효율화에 관한 시책(보건의료기본법 제15조 제2항 제4호, 제5호)이 규정되어 있으므로, 병상수급 기본시책은 보건의료발전계획의 하부 계획이 되는 게 체계적으로는 적절하다 할 것이다. 병상수급 기본시책은 의료법 제60조 제1항에 따라 수립되고 있다. 2023년 8월 3차 시책이 발표된 바 있는데, 여기에서도 같은 조 제2항에 따라 시도지사가 작성해야 할 병상수급 및 관리 계획은 작년 12월 기준으로 17개 시·도 중 6곳만 규정을 지켰다. 그것도 작년에 처음으로 수립된 것이라고 한다. 이 조항은 현재 의료법 제60조에 규정되어 있지만 사실은 2002년 제정된 국민건강보험재정건전화특별법에서부터 있었다. 즉 2002년부터 수립되었어야 할 시도별 병상수급관리계획도 20년 넘게 제정되지 않은 셈이다.

 

시도별 병상수급관리계획이 중요한 이유는 병상 수가 필요한 의료인력의 규모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일본의 의사인력 수급 추계 중 임상 부분은 외래 수요와 입원 수요로 구분되는데, 상당수의 입원 관련 추계는 지역별 의료계획에 따른 병상 수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의료법 제30조의4에 따라 후생노동성이 의료공급체계에 관한 기본방침을 작성하고, 또 제30조의4는 그에 따라 도·도·부·현별로 의료계획을 작성하게 되어 있다. 기본시책과 의료계획 모두 의사의 확보에 관한 사항(의료법 제30조의3 제2항 제8호, 제30조의4 제2항 제11호)을 정하도록 하고 있어 그 일부로 의사 확보계획이 작성되는 셈이다.

 

참고로 일본은 2024∼2029년 제8차 의료계획을 시행 중이다. 그리고 의료계획에서 장래에 필요한 병상 수도 정하도록 하고 있고, 병상 수는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필요한 의사 수와 직결되는 만큼 의사의 수급 추계 및 정원에 관련된 논의에서도 의료계획에서 정한 사항이 반영되고 있다.

 

의사 정원은 병상 수 등 의료공급체계와 연결되어 결정되어야 한다. 그런 점을 감안해 보건의료기본법 보건의료발전계획 및 지역보건의료계획에 보건의료자원의 조달 및 관리 방안이 포함된 것이다.

 

그런데도 보건의료발전계획 및 지역보건의료계획은 24년간 한 번도 작성된 적 없이 이번 의대 정원 증원이 결정되었다.

 

앞서 살펴본 의료법에 따른 병상수급 기본시책에는 ‘병상 공급 증가에 따른 공급자 유발 수요’가 명기되어 있다. 의료공급체계 중 병상 증가가 공급자 유발 수요로 연결된다면, 마찬가지로 의료공급체계 중 의사 정원의 증가도 공급자 유발 수요로 연결될 가능성은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일본에서 의대 정원을 다시 감축해야 한다는 논의가 나온 배경 중 하나도 의사 수의 증가에 따른 공급자 유발 수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었다. 수십년간 통계적으로 국민의 의료기관 이용 빈도와 1인당 의료기관 이용 일수 내지 횟수는 계속 감소함에도 환자 1인당 날마다 지출되는 의료비는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물론 같은 정도의 치료를 하더라도 물가 상승 등의 이유로 치료비 자체가 증가한 것일 수도 있지만, 여러 요인별로 환자 1인당 매일 지출되는 의료비가 증가하는 정도를 비교해본 결과 의사 수 증가가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 구조상 18세 의대 진학자의 비율이 계속 높아진다는 것도 정원 감축 논의에 영향을 주었다.

 

결론적으로 무엇보다 보건의료기본법에 따라 의무적으로 작성되어야 하는 보건의료발전계획 및 지역보건의료계획이 수립될 필요가 있다. 법률상 의무라는 것 외에도, 현재 문제 되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관련된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여러 이해관계자의 연구 및 토론도 이루어질 것이고, 그러한 과정을 거쳐 사회적 갈등도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해결 방안이 수용 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고 보인다. 아무쪼록 보건의료발전계획 수립 방침을 확고히 해 현재의 혼란이 수습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하기를 바란다.

 

김경수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kyungsoo.kim@barunlaw.com


황계식 기자 cul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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