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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병주의역사저널] 문화향기 그윽한 서원 답사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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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4-12 22:40:53 수정 : 2024-04-12 22:4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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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9곳 유네스코 세계유산 지정
안동·영주에 조선 유교문화 가득

지난주 건국대학교 사학과에서 진행하는 춘계 학술 답사를 다녀왔다. 매 학기 지역을 달리하여 답사를 진행하는데, 이번 학기는 경상북도 지역이었다. 문경새재에서 시작하여 의성, 경주, 영덕, 안동, 영주의 주요 역사 유적을 답사하는 일정이었다. 경주가 신라 문화를 대표한다면, 안동과 영주에는 조선시대 유교문화를 대표하는 서원들이 남아 있다. 영주시 순흥면에 있는 소수(紹修)서원은 최초의 서원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중종 때 풍기군수 주세붕(周世鵬)이 안향을 배향하기 위해 세운 서원인데, 안향(安珦)은 고려말 우리나라에 최초로 성리학을 도입해 온 인물이다. 처음 이름은 주자가 세운 백록동(白鹿洞) 서원에 착안하여 백운동(白雲洞) 서원이라 이름하였다.

명종 때 풍기군수 이황(李滉)은 편액을 하사받은 후에 이름을 소수서원으로 고쳤다. ‘이미 무너진 유학을 이어서 닦게 한다.’는 구절에서 ‘소수’를 딴 것이다. 편액을 하사받은 서원을 사액(賜額)서원이라 하는데, 사액서원이 되면 국가로부터 토지, 서적, 노비 등의 지원을 받았다. 안향을 모신 사당인 문성공묘(文成公廟), 강당인 명륜당, 교수의 숙소인 일신재와 직방재, 유생들의 거처로 요즈음 대학교 기숙사와 같은 학구재와 지락재 등의 건물로 구성되었다. 강당이 앞에 있고 사당이 뒤에 있는 일반적인 서원과 달리 동쪽에 강당이 있고, 서쪽에 사당이 있는, 동학서묘(東學西廟)의 형식을 취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유생들이 휴식을 취하던 정자인 경렴정에 올라서면 서원 옆을 흐르는 죽계(竹溪) 건너편에 ‘경(敬)’자와 ‘백운동(白雲洞)’이 새겨진 바위를 발견할 수가 있다.

신병주 건국대 교수·사학

이황을 배향한 안동시 도산면 도산서원에 들어서면 최고의 명필 한석봉이 쓴 ‘도산서원(陶山書院)’ 편액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이황 생전에 있었던 도산서당, 역락서재(亦樂書齋), 농운정사(?雲精舍), 열정(洌井) 등은 선생의 체취를 직접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선생 사후 도산서당은 도산서원이 되었으며, 서원 가장 높은 언덕에는 이황과 제자 조목의 위패를 모신 사당 상덕사가 있다. 강학 공간은 전교당이라 하였으며, 전교당의 동쪽과 서쪽에는 박약재, 홍의재로 불리는 유생들의 기숙사가 있었다. 서원 건너편에는 낙동강 물길이 안동댐 건설로 호수가 된 곳에 섬처럼 우뚝 솟은 곳에 한 건물이 보인다. 정조 때 이황의 학덕을 기리며 영남 지역 선비들에게 특별 채용 시험을 실시한 것을 기념하여 세운 시사단(試士壇)이다. 영남 지역 선비들이 관직에 진출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한 정조의 포용적 인재 등용 정책을 볼 수 있는 역사적 현장이다. 이황의 대표적인 제자 유성룡(柳成龍)을 배향한 서원도 안동시 풍천면에 있다. 풍산 넓은 들이 마을 앞에 있고, 낙동강 물길이 굽어 돌아가는 하회마을 출신 류성룡의 생가 충효당(忠孝堂)에는 지금도 후손들이 거처하고 있다. 선생 사망 후 그의 학덕을 기리는 병산(屛山)서원이 세워졌다. 병산은 산이 병풍처럼 둘러싸여 있다는 뜻이다. 앞으로는 낙동강을 마주하고, 뒤로는 화산(花山)을 두고 있는 배산임수의 전형적 풍광이 돋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고 있다.

두보의 시 ‘푸른 병풍처럼 둘러싸인 풍경은 마땅히 저녁에 대할 만하다’라는 구절에서 이름을 딴 만대루(晩對樓)는 꼭 찾아보아야 할 곳이다. 강당인 입교당이 있고, 가장 북쪽에 선생의 위패를 모신 사당인 존덕사가 있다. 유생들을 돕는 일꾼들이 사용하던 화장실이 서원 아래에 있는 것도 흥미롭다. 문도 없고 지붕도 없이 돌담으로 둥글게 감아서 만들었는데 모양이 달팽이와 흡사하여, ‘달팽이 뒷간’이라는 명칭이 붙었다.

2019년 한국의 서원 아홉 곳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었는데, 소수서원, 도산서원, 병산서원은 세계유산에 지정되었다. 이들 서원 모두 1868년 흥선대원군이 단행한 서원 철폐령을 면한 47개 서원 중에 포함되었다. 그만큼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고 한국의 전통을 잘 표현한 건물임을 인정받아 세계유산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봄볕이 좋은 날 역사와 문화의 향기가 남아 있고, 주변의 경관도 아름다운 서원 답사에 나서볼 것을 권한다.

 

신병주 건국대 교수·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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