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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선 무슨 일이 일어날까.’ 전쟁이 처음 시작된 이래 인류는 전선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의 움직임을 늘 궁금해했다. 기술이 발달하기 전에는 망루를 세우고 스파이를 침투시켰으며, 산업혁명이 일어난 후에는 열기구와 비행기가 등장해 정찰에 투입됐다.

1957년 옛소련이 인류 최초로 쏘아올린 스푸트니크 1호 인공위성은 군사정찰 분야에서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카메라를 비롯한 감시장비를 추가하면 인공위성은 그 어떤 위협의 손길도 닿지 않는 우주공간을 이용해 상대국의 움직임을 샅샅이 살필 수 있었다. 많은 나라에서 어떤 형태로든 위성을 통한 정찰과 감시를 진행하려고 노력하는 ‘소리 없는 전쟁’이 벌어지는 것도 이 같은 장점 때문이다.

박수찬 외교안보부 차장

민간 관측 위성을 꾸준히 쏘아올리며 기술과 경험을 축적해온 한국도 지난해 말 군 정찰위성 1호기를, 지난 8일 2호기를 발사했다. 북한이 지난해 쐈던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압도하는 성능을 지닌 것들이다.

정찰위성 확보는 한국군에 북한을 바라보는 새로운 창을 제공한다. 기존에도 미국과의 정보 공유, 국내외 민간 관측 위성을 통한 영상 확보 등을 활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한국군의 수요에 맞춘 정찰활동이 어려웠고, 그나마도 충분한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군 정찰위성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핵·미사일 동향 등 북한 내 주요 움직임을 한국군의 시각에서 살필 기회가 생긴다. 미국 등 우방국이 제공한 정보와 비교하면서 북한의 움직임을 보다 면밀하게 확인할 수 있고, 우리 측이 찍은 위성사진을 우방국에 제공함으로써 외교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만들 수도 있다.

풀어야 할 과제도 남아 있다. 승용차의 종류까지 파악할 정도로 정밀한 해상도를 지닌 정찰위성을 가동해도 북한 핵·미사일의 실체를 완벽하게 추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북한도 위성 탐지를 회피하는 방법을 알기 때문이다. 위성 정찰 과정에서 발생하는 ‘빈틈’은 국방과학연구소(ADD)를 비롯한 기술 조직의 분석과 국방정보본부·정보사령부 등에서 수집한 북한군 동향 및 전략 정보 등을 종합해서 실체를 파악해야 한다. 일종의 퍼즐 맞추기다.

문제는 퍼즐 맞추기를 우리 군이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할 수 있느냐다. 퍼즐을 잘 맞추려면 예전부터 연습을 통해 기술을 익히고, 그림을 넓게 봐야 한다. 완성됐을 때의 모습을 머릿속에 그려보는 상상력도 필수다.

대북 정보의 융합과 분석에선 한 가지 요소가 추가된다. 확신이다. 다양한 출처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융합, 정보를 빠르게 생성해야 한다. 그렇게 만든 정보가 옳다는 확신을 갖지 못한다면 대외적으로 이를 발표하기가 쉽지 않다. 군이 침묵하면, 정보를 원하는 사람들은 군 대신 민간 전문가나 미국·일본·북한 등의 언급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려면 데이터를 융합해서 실체를 밝혀내는 능력을 지닌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 인공지능(AI) 등의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있지만, 최종 판단은 아직까지는 인간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 정찰위성 확보가 우리 군 정보능력의 정점이 아닌 시작인 이유다.


박수찬 외교안보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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