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정권 통틀어 일관했던건
평화적 방법으로 비핵화 모색
복잡한 문제 해결엔 시간 걸려
核개발과 핵무기 유지는 별개
北 경제규모로는 나라 거덜나
급한 건 북한이지 우리가 아냐
현직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에서 지난 2월 말 정치권으로 직행한 김건 전 본부장은 30여년 외교관으로 근무하며 북핵 협상 과장, 북핵외교기획단장 등을 거쳤다. 북핵 핵심당사국인 미국과 중국에서도 근무하는 등 북핵 문제에 잔뼈가 굵은 베테랑 외교관이다.
대북 강경론자인 김 전 본부장은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후보 6번을 받았다. 김 전 본부장은 9일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비핵화 실패’ 담론에 대해 “실패로 단정하기엔 이르다”며 “북핵 외교의 주도권을 가지고, 한·미 공조를 통한 강한 압박으로 핵포기를 위한 환경을 조성해 가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 전 본부장과 일문일답.

―비핵화 실패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실패로 단정하기엔 이르다. 모든 정권을 통틀어서 우리가 일관되게 한 것이 있다. 하나는 비핵화이고, 두 번째는 이를 평화적인 방법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복잡한 고난도 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은 시간이 걸린다는 뜻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 해결에 약 40년이 걸렸다. 미국 봉쇄정책도 50년간 유지됐다. 북핵 문제는 이제 30년 됐다. 국제사회가 절대 북한 핵 보유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면 결국은 해결되게 돼 있다.
너무 쉽게 비핵화 실패를 말하는 건 오히려 북한이 원하는 것이다. 유엔 제재도 실패했고, 비핵화도 실패했으니 (북핵 보유) 현실을 인정하고 대화를 시작하자는 것이다. 우리가 동의할 필요 없다.”
―북핵외교 방향성에 문제는 없는 것인가.
“쉽게 말해 30년간 어떤 결과가 있었나. 그때보다 지금 북한이 더 잘살고 있지 않다. 외교적으로도 다른 나라로부터 존경받기는커녕 완전히 고립됐다. 핵 개발로 북한 안보가 나아진 것이 있나. 핵 개발과 핵무기 유지는 별개 문제다. 보유한 핵무기를 유지하는 것은 그야말로 ‘돈 먹는 하마’다. 경제력이 강한 나라만 할 수 있다. 북한 경제 규모에서는 나라가 거덜 난다.”
―강한 대북제재로 계속 고립시키는 것이 답인가.
“지난 2년간 핵 확장 억제를 강화하고 한·미 안보 협력을 통해 북한이 핵 개발을 할수록 안보가 더 힘들어지도록 억지를 했다. 그다음은 북한이 핵 개발을 단념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돈줄 끊고, 안보리에서 이미 상당히 강력한 제재 조치가 돼 있다.”
―안보리 대북제재 전문가 패널 종료 영향은.
“러시아가 규탄받아 마땅하지만, 국제정치의 현실이다. 자기 일에 거추장스러우니 치워버린 것이다. 우리의 할 일은 패널 없이도 그 기능 할 수 있는 다른 메커니즘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중·러 없이 더 효율적으로 기능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패널 안에 있는 중·러에 손을 못 댔다. 새로운 메커니즘에서는 두 국가의 안보리 결의 위반에 대해 좀 더 조명할 수 있다. 국제적인 권위는 줄어들어도 내용 제한은 훨씬 없어진다는 것이다.”
―대북제재가 무력화되고 있는 게 아닌가.
“반대로 점점 더 강화되려고 하니까 러시아가 그렇게 나오는 것이다. 유엔 안보리 결의는 기존에 강한 게 있고 여기에 양자 제재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다. 그렇게 결의를 보강하는 방식이다. 조건 없이 비핵화 대화를 요구하지만, 북한이 안 나오는 것이고, 그 불이익은 누구한테 가겠는가.”
―버티는 것이 북한에 더 손해인가.
“북한을 대화로 끌어낼 뾰족한 방법이 그것 말고는 없다. 북한이 지금이라도 ‘핵을 포기하겠다’며 포기 의사에 값을 제대로 쳐달라고 한다면 당장 협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김정은은 그런 대화는 관심이 없다. 핵보유국 인정하에서만 협상하겠다고 한다. 우리가 받아들일 수 없는 명제인 만큼 그 단계까지는 버텨야 한다.”
―얼마나 시간이 더 필요한가.
“누구도 알 수 없다. 북한이 허장성세일 가능성도 크다. 10년간 이렇게 해도 우리가 꼼짝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줘야 김정은도 생각이 바뀌지 않겠는가. 북한 상황이 너무 어려워서 계속 이렇게 갈 수 없다는 게 모든 북한 전문가, 국제사회의 공통된 인식이다. 급한 건 북한이지 우리가 아니다.”
―우리가 한반도 문제에서 주도권을 잘 유지하고 있나.
“그렇다. 소위 3D(억지·단념·대화) 접근법을 상대국에 다 설명했다. 국제사회가 따라오고 있다. 북핵 외교는 우리가 제일 잘 알고 우선순위도 갖고 있다. 미국도 이만큼 관심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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