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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으로 ‘시간여행’ 장벽 허물 수 있을까

입력 : 2024-04-06 06:00:00 수정 : 2024-04-05 19:5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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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기반 가설 대중 언어로 해석
초광속 입자·양자터널링 현상 등
빛보다 빠르게 이동 가능성 주장
회전하는 원통·웜홀 이론도 언급
인류의 타임머신 실현 무한 확장

시간의 물리학/존 그리빈/김상훈 옮김/휴머니스트/1만6700원

 

‘세계 최장수 SF(공상과학) 드라마’로 불리는 영국 BBC의 ‘닥터후’에는 시간여행이 밥 먹듯 나온다. 등장 인물들이 원시 지구부터 우주의 끝까지 시공간을 넘나들며 모험을 겪는다. 그만큼 시간여행은 인류의 상상력을 자극해 왔지만, 현실에서는 실현 불가능한 몽상으로 여겨진다.

신간 ‘시간의 물리학’은 시간여행이 ‘SF에서나 가능한 공상이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진지한 과학 이론으로서 과학자들의 면밀한 검토 대상이 됐고, 그 가능성을 두고 진지한 과학실험이 이뤄진 적도 여러 번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맥스웰과 아인슈타인부터 최근의 다세계 모델까지 여러 이론을 동원해 시간여행의 가능성을 탐구한다.

 

시간여행을 하려면 먼저 ‘시간은 왜 한 방향으로 흐르는가’ 알아야 한다. 이는 현대물리학이 답을 찾지 못한 난제다. 원자나 소립자에서는 과거와 미래의 구분이 없다. 두 소립자가 상호작용했다가 서로 떨어지면 처음 상태로 돌아간다. 그러나 수많은 입자가 있는 복잡한 계(거시세계)에서는 시간은 미래로만 흐른다. 깨진 유리컵이 원래대로 다시 붙는 건 불가능하다.

과학계에서는 이를 설명하는 유력한 가설로 엔트로피의 법칙을 든다. 닫힌계(외부에서 에너지 공급이 없는 계)의 엔트로피(무질서도)는 언제나 증가하기에 시간이 한 방향으로만 흐른다고 본다.

미래로만 움직이는 시간을 거슬러 과거로 가려면 ‘빛보다 빠르게 이동’하면 된다. 물체가 광속을 넘을 수 없다는 것은 상식이지 않나. 저자는 빛의 속도 바깥에 존재하는 시공간을 가정한다. 이 ‘광속의 장벽’ 너머에 광속보다 조금 빠르게 움직이는 입자가 있다면 시간은 과거를 향해 천천히 흐른다. 이는 맥스웰 방정식에서 도출된 해이지만, 과학자들은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차방정식의 음의 해처럼 수학적 예외 정도로 취급했다. 1967년 미 컬럼비아대 물리학 교수 제럴드 파인버그가 논문 ‘초광속 입자의 가능성’을 통해 빛보다 빠른 물질인 ‘타키온’ 입자를 언급했지만 신뢰할 만한 관측 결과는 거의 없다.

광속의 장벽 너머로 가지 않더라도 ‘양자 터널링’ 현상을 통하면 빛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 가능하다. 양자 터널링은 입자가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순간적으로 이동하는 현상이다. 삼각 프리즘 두 개를 평행하게 떼어 놓으면, 빛의 일부는 첫번째 프리즘에서 반사되지만 일부는 두번째 프리즘을 뚫고 나온다. 이때 뚫고 나오는 광자들은 두 프리즘 사이를 시간 지연 없이 건너뛴다. ‘빛보다 빠르게’ 이동한 것이다.

이 현상은 1990년대 실험에서 측정됐다. 1994년 독일 쾰른대 귄터 니미츠 연구팀이 모차르트 교향곡 40번을 마이크로파로 기록해서 터널링 실험을 한 결과 마이크로파는 빛보다 4.7배 빠른 속도로 움직였다. 일부 정보만 전달된 터라 모차르트 교향곡의 음질은 나빴지만 감상할 만했다.

과거로 가는 또다른 방법으로는 ‘회전하는 원통’이 있다. 수학자 쿠르트 괴델은 거대한 물체가 회전할 때 주위 시공간을 함께 이끌며 회전함을 발견했다. 꿀단지를 저으면 회오리가 생기는 모습을 떠올리면 된다. 괴델에 따르면 닫힌 시간꼴 고리(CTL)에서는 시공간의 한 점에서 출발하면 폐쇄된 경로를 따라 이동해 마지막에는 출발했던 시간·장소에 도착할 수 있다. 출발점은 과거이니, 과거로 이동한 것이다. 다만 CTL을 만들려면 우주는 700억년에 한번 회전해야 하고, 이렇게 빨리 회전해도 가장 짧은 CTL의 길이가 1000억광년에 달해야 한다. 우주의 나이는 138억광년이다.

1973년 미 메릴랜드대 수리물리학 연구자인 프랭크 티플러는 물질을 압축하고 회전속도를 극대화하면 전 우주를 동원하지 않아도 CTL을 만들 수 있다고 봤다. 중성자별을 찾아내 CTL이 형성될 때까지 회전속도를 올리는 것이 한 방법이다. 티플러는 길이 100㎞, 폭 10∼20㎞에 질량은 태양과 맞먹는 원통을 우주에서 찾아내 밀리초당 두 번 회전시키면 타임머신을 만들 수 있다고 계산했다.

 

존 그리빈/김상훈 옮김/휴머니스트/1만6700원

저자는 또다른 ‘자연의 타임머신’으로 웜홀을 들었다. 웜홀의 문제는 불안정함이다. 웜홀의 입구는 지극히 짧게 열리고 웜홀 자체도 길게 존재하지 않는다. 저자는 이를 해결할 다양한 이론을 소개하며 타임머신의 가능성을 확장시킨다.

이 외에도 과거와 미래는 사진이 쭉 들어찬 정리함처럼 이미 정해졌다는 가설, 1957년 미 프린스턴대 휴 에버렛이 우주가 여러 갈래로 분기한다며 제시한 다세계 모델 등을 소개한다.

이 책은 비유를 동원해 시간여행의 과학적 가능성을 최대한 쉽게 설명한다. 수학에 기반한 방대한 가설들을 대중적 언어로 풀다 보니 수박 겉핥기라는 한계는 있다. 저자는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천체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과학저술가로 활동해 왔다. SF소설 팬이라, 책에는 시간여행에 각종 아이디어를 제공한 SF소설들이 종종 언급된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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