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보수 텃밭’으로 통하는 영남권은 여전히 여당이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대구∙경북(TK)에서는 여당 후보의 강세 속에 일부 무소속 당선 가능성 등 미풍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부∙울∙경(부산∙울산∙경남)은 다르다. ‘낙동강 벨트’를 비롯해 일부 지역에서는 ‘정권 심판론’ 표심이 상당히 표출되고 있는 등 민심이 요동치는 분위기다. 주요 선거때마다 집권여당에 표를 몰아줬던 강원도 ‘동해안 벨트’ 민심 역시 국민의힘 후보들이 힘겨운 우세를 이어가는 형편이다.
총 40석이 걸린 부∙울∙경은 낙동강벨트를 포함한 일부 지역구에서 여야 후보가 초박빙 접전을 벌이고 있다. 전공의 파업에 따른 의료대란 장기화와 부산 수영구에서 터진 ‘낙하산 공천’ 탓이란 분석이 나온다. 본격적인 선거운동 시작 전 부산지역은 국민의힘이 18개 지역구 모두를 ‘싹쓸이’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다음주 총선을 앞둔 4일 현재 전망은 더불어민주당이 적어도 5석은 가져갈 것이라는 시각이 팽배하다. 특히 부산 낙동강벨트 6개 지역구 중 민주당은 4곳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다.
총선 부산 격전지 중 하나인 수영구는 민주당의 전략공천을 받은 ‘친명(친이재명)’ 유동철 후보와 막말 파문으로 공천 탈락 후 무소속 출마한 장예찬 후보, 국민의힘 정연욱 후보가 ‘3파전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수영구 주민인 50대 주부 김모씨는 “웬만하면 여당을 찍겠지만 이젠 분위기가 예전과 다르다”며 “민주당의 공약과 정책이 좀 더 현실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건설업체를 운영하는 박모(57)씨는 “엑스포 개최지 투표 결과가 너무 충격적이라 여당에 대한 실망감이 크다”면서 “정부가 가덕 신공항 적기 건설, 산업은행 이전 등을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고 했지만, 예정대로 추진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편의점을 운영하는 이모(45) 씨는 “장 후보가 당선돼 이재명 쫓아내는 속 시원한 공격수가 돼 달라”고 밝혔다.
총 10석이 걸린 부∙울∙경 최대 승부처인 ‘낙동강 벨트’에서도 혈투가 예고됐다. 국민의힘은 ‘거대 야당 심판론’을, 민주당은 ‘정권 심판론’을 내세우며 유권자들에 한표를 호소하는 형국이다. 경남 양산∙김해지역은 민주당 후보가 근소하게 앞서고 있다. 김해에 사는 강모(35)씨는 “양산∙김해에 나선 여당 후보들이 기존 지역구를 포기하고 낯선 지역에 출마해 반감이 상당한 것 같다”고 전했다.
울산도 표심이 분열하면서 민주당의 도전이 거세다. 국민의힘은 6개 모든 지역구 석권이 가능하다고 자신하고 있는 반면 민주당 또한 동과 울주, 북 3곳에서 당선될 수 있다고 기대하는 분위기다. 최대 격전지는 3선의 현역이 공천 탈락한 남갑이다. 자영업을 하는 이모(69)씨는 “정부 심판론이 주목 받고 있는데 의대 증원 문제까지 나오면서 야당 쪽으로 기우는 측면도 있다”고 전했다.
대구∙경북(TK)에서는 대구 중∙남구와 경북 경산에서의 투표 결과가 여야 성패의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중∙남구는 과거 5∙18 광주민주화운동 폄훼 발언으로 국민의힘 공천이 취소된 무소속 도태우 후보와 국민의힘에서 전략공천을 받은 김기웅 전 통일부 차관이 맞선 대구 최대 격전지이다. 시민 최모(여∙61)씨는 “고령층이 많은 지역 정서상 무소속은 당선이 어렵다”며 “윤석열 대통령에 힘을 실어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자영업을 하는 박모(55)씨는 “갑자기 나타난 여당 후보보다는 공천이 취소된 도 후보를 반기는 분위기”라고 반박했다.
경산에서는 용산 대통령실 행정관 출신 국민의힘 조지연 후보와 옛 친박(친박근혜)계 좌장 최경환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무소속으로 맞붙고 있다. 경산 주민 대부분은 최 후보에게 다시 일할 기회를 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중방동에 사는 시민 황모(49)씨는 “최 후보가 국회의원 할 때 KTX 정차 등 경산 발전을 위해 노력한 것은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힘을 실어 주기 위해서는 여당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직장인 유모(37)씨는 “4선의 최 후보가 무소속으로 당선되면 지역경제가 힘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구 유세 현장에서 ‘선거의 여왕’으로 불렸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등장도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여전히 TK를 비롯해 전통 보수층에 영향을 미치는 박 전 대통령이 12년 만에 보수 결집을 위한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강원 영동지역에서는 선거구 3곳 모두 국민의힘 현역 의원들이 수성에 성공하는 분위기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의 ‘외가’인 강릉의 경우 20대 대선에서 윤 대통령에게 몰표를 안겨준 곳이다. 이 때문에 선거초반까지만 해도 싱거운 싸움으로 끝날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으나 최근 들어서서는 민주당 후보들이 국민의힘 후보들을 바짝 따라붙는 모양새다. 강릉에서 직장을 다니는 윤모(39)씨는 “윤 대통령은 강원도를 연이어 두 번이나 찾아 민생토론회를 열고 다양한 약속을 했다”며 “지역 발전과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선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강원 영서지역은 혼조세다. 원주갑·을 지역구에서는 국민의힘과 민주당 후보가 오차범위 안팎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다. 가장 관심을 모으는 지역구는 춘천 수부도시이자 ‘강원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춘천·철원·화천·양구갑이다. 재선에 도전하는 민주당 허영 후보와 판사출신의 신인 국민의힘 김혜란 후보가 맞붙었다. 김 후보는 ‘춘천의 딸’이라는 구호를 앞세워 지지를 호소하면서 한때 허 의원을 따라붙었으나 성범죄 가해자를 변호했다는 논란이 터진 이후 지지율 차가 점차 벌어지고 있다.
강원도민들은 힘 있는 국회의원을 뽑아야 다른 지역에 비해 낙후된 강원도를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양양군 주민 오모(65)씨는 “강원도 발전이 더딘 이유 중 하나는 영호남에 비해 힘 있는 국회의원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대선까지 바라볼 수 있는 후보가 강원도에서도 나와야할 때”라고 말했다. 당정의 의대 증원 등 의료개혁을 지지한다는 의견도 있다. 춘천시민 이모(55)씨는 “정부가 의료개혁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는 만큼 이번만큼은 성공할 수 있도록 지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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