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도로 무너지고 곳곳 폐허
타이베이서도 강한 진동 느껴
3∼4일간 여진 이어질 가능성
3일 오전 대만 동부 화롄에서 발생한 강진의 여파로 대만 전역에서 피해가 확산하고 있다.
우젠푸(吳健富) 대만기상서 지진예측센터장은 이번 지진의 진앙이 육지와 가깝고 진원이 얕아 대만 전 지역에서 지진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3∼4일간 규모 6.5∼7.0 여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사상자와 재산 피해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대만 매체들은 전문가를 인용해 이번 지진이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 32개를 한꺼번에 터뜨린 수준의 엄청난 위력을 지니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강진이 직격한 화롄 지역은 건물들이 무너지거나 기울어지고 도로가 끊기는 등 도시 전체가 폭격을 맞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진앙에서 가까운 8층짜리 톈왕성 빌딩은 지진 직후 심하게 흔들리면서 45도까지 기울어진 뒤 붕괴 직전 멈춰섰다. 이렇게 기울어진 건물들은 자칫하면 구조 중 무너질 수 있어 구조 작업이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인근 고속도로와 터널은 산사태로 곳곳이 폐허가 됐다. 대만 소방 당국에 따르면 지진 사망자 중 다수가 지진으로 발생한 낙석에 맞아 변을 당했다. 고립돼 있는 사람 중에서는 약 60명이 화롄현 진원 터널에 몰려 있었다고 미국 CNN이 대만 내정부 소방서를 인용해 보도했다. 화롄현의 다칭수이 터널 안에도 15명이 갇힌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 당국은 이들에 대한 구조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번 강진으로 화롄과 150㎞가량 떨어진 수도 타이베이에서도 강한 진동이 느껴졌고 일부 지역에서는 정전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타이베이에 거주하는 한 교민은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대만 거주 동안 처음 느껴보는 강진이었다”며 “건물이 상하좌우로 모두 흔들렸다”고 말했다.
대만 중앙통신사는 대만 전역이 지진 영향권에 들면서 타이베이와 가오슝 지역의 도시철도(MRT)가 한때 중단됐고, 도로 붕괴로 고속도로 일부 구간도 통행이 금지됐다고 전했다.
타이베이의 한 직장인은 “출근 도중 갑자기 지하철이 흔들렸고, 지하철이 정지해 밖으로 나왔다”면서 “계속 흔들리는 통에 순간적으로 당황해서 어디로 나가야 할지 몰랐다”고 대만 EBC방송에 말했다.
지진 여파로 인근 일본 오키나와현에는 한때 최대 3m 높이의 쓰나미(지진해일) 경보가 내려졌다. 일본 공영방송 NHK는 정규 방송을 중단하고 주민들에게 해안에서 떨어진 곳으로 대피할 것을 촉구했다. 필리핀에도 쓰나미 경보가 내려졌으며, 중국도 해안지역에 가장 높은 등급의 쓰나미 경보를 내렸다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지진 발생 약 3시간 뒤 주의보는 잇따라 해제됐다.
대만에서 발생한 최악의 지진은 1999년 9월21일 난터우현에서 일어난 규모 7.7의 강진이다. 당시 2415명이 사망하고 1만1305명이 다쳤다. 이번에 지진이 발생한 화롄현에선 2018년에도 규모 6.4의 지진이 발생해 17명이 사망하고 291명이 부상한 바 있다.
대만은 지각과 화산 활동이 활발해 ‘불의 고리’라 불리는 환태평양 조산대에 속해 있어 크고 작은 지진이 잦다. 일본 열도, 미국 서쪽, 칠레 서쪽, 뉴질랜드 등이 불의 고리에 포함된다.
지각 변동은 판의 경계에서 가장 활발한데, 환태평양 조산대는 태평양판과 유라시아판 등의 지각판이 맞물리는 경계 지역에 있다. 태평양판이 다른 판과 충돌하거나 다른 판 아래로 들어가며 마찰을 일으키는 것이다. 전 세계 지진의 약 90%가 불의 고리에서 발생하며, 활화산의 75% 이상이 이곳에 몰려 있기도 하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