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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존엄사 ‘벼락치기’ 결정 개선, 사회적 공론화 서두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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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4-03 23:30:37 수정 : 2024-04-03 23:3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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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생 가능성이 없는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확대될 전망이다. 보건복지부는 그제 확정한 호스피스·연명의료 종합계획(2024∼2028)에서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시행하지 않거나 중단할 수 있는 연명의료계획서 작성 시기를 ‘말기’에서 이전 단계로 앞당기기로 했다. 암이나 중증질환 진단을 받았을 때도 연명의료 중단 여부를 결정해 많은 사람이 활용하도록 하자는 취지다. 만시지탄이다.

2018년 2월부터 연명의료 결정법이 시행됐으나 까다로운 규정 탓에 취지와는 달리 품위 있는 존엄사를 가로막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현행법은 심폐소생술,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등을 연명의료로 규정하고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만 이를 중단할 수 있도록 한다. 지난 5년간 25만여명이 존엄사를 택했는데 이 중 21만여명(83%)이 임종 직전 상태에서 ‘벼락치기 결정’을 내렸다. 가족 전원이 합의하거나 환자 의사를 추정해 연명의료를 중단하기 일쑤다. ‘웰다잉’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 웰다잉은 익숙하고 편안한 환경에서 사랑하는 가족과 지인의 배웅을 받으며 존엄과 존경을 유지한 채 고통 없이 지내다 죽음을 맞는 것이다.

환자는 마지막 순간까지 극단적인 고통에, 가족들은 경제적 부담에 시달리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올해 초 대구에서 치매를 앓던 80대 아버지를 8년간 홀로 돌봐온 50대 아들이 부친을 살해하고 극단 선택을 해 충격을 줬다. 이런 간병살인으로 한 달에 1.4명, 해마다 16명 이상이 숨진다고 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간병인 고용비용은 작년 월평균 370만원으로 7년 전보다 50%나 올랐다. 간병파산, 간병지옥이 사회문제로 비화한 지 오래다.

이제 인간답게 죽을 권리에 관한 사회적 공론화를 서둘러야 할 때다. 정부는 연명의료 중단 절차를 간소화하고 연명의료행위의 범위도 확대해야 한다. 임종환자의 고통을 덜어줄 호스피스 병상과 인력을 확충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차제에 연명의료 거부권리를 넘어 조력 사망 혹은 안락사에 관해 신중하고도 폭넓은 논의가 필요하다. 현재 스위스, 캐나다 등 10여개국과 미국 내 10개주에서 ‘말기 불치병 진단’ 등에 한해 조력 사망을 법제화하고 있고 프랑스, 영국 등도 최근 제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현재 스위스에서 조력 사망한 한국인이 최소 12명이고 희망자도 117명에 달한다. 생명존중은 더할 나위 없이 숭고한 가치이지만 그만큼이나 존엄한 죽음도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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