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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호차량 오폭’ 비난·반정부 시위… ‘사면초가’ 네타냐후

입력 : 2024-04-03 20:40:17 수정 : 2024-04-03 22:0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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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 한목소리 규탄

바이든 “비극… 조사·책임 물어야”
사망자 포함 英, 이 대사 초치 항의
네타냐후 “재발 방지 노력” 인정
성난 민심도 나흘째 시위 이어가

가자지구 기아 위기 악화 우려
전쟁 발발 후 인프라 25조원 피해

국제사회가 2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국제구호단체 차량 오폭으로 구호요원이 사망하자 한목소리로 규탄하고 나섰다. 팔레스타인 이슬람 무장정파 하마스를 뿌리 뽑겠다며 가자지구에 대한 공격을 고집하고 있는 이스라엘 정부에 대한 반정부 시위가 나흘째 이어지면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국내외에서 사면초가에 빠졌다.

호주서 추모 시위 이스라엘군 오폭으로 숨진 구호요원 7명 중 호주 국적자가 포함된 사실이 알려지자 3일 호주 멜버른 빅토리아주 의사당 앞에서 시민들이 희생자 사진을 들고 추모 시위를 벌이고 있다. 멜버른=EPA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분노하고 가슴이 아팠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들은 전쟁의 한가운데서 굶주린 민간인들에게 음식을 제공하고 있었다”면서 “그들은 용감하고 이타적이었다. 그들의 죽음은 비극”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조사는 신속해야 하고, 책임을 물어야 하며, 조사 결과는 공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국은 자국 주재 이스라엘 대사를 초치해 직접 항의 메시지를 전달했고, “명백하게 규탄한다”고 밝혔다. 멜라니 졸리 캐나다 외무장관은 엑스(X·옛 트위터)에 “‘살인’에 대한 완전한 책임 추궁을 (이스라엘에) 기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제이 셰이나 폴란드 외교차관과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도 사망한 구호 활동가 7명의 유족에 대한 이스라엘의 책임을 강조했다.

희생된 구호요원은 국제구호단체 월드센트럴키친(WCK) 소속으로 영국인 3명, 미국·캐나다 이중 국적자, 호주, 폴란드 국적자 각 1명, 팔레스타인인 1명으로 확인됐다. 유엔에 따르면 지난해 10월7일 가자 전쟁 발발 이후 목숨을 잃은 인도적 구호단체 직원은 180여명에 달한다.

국제사회에서 비판 여론이 커지자 네타냐후 총리는 공습 발생 직후 오폭을 인정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을 약속하는 이례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츠하크 헤르조그 이스라엘 대통령도 “깊은 슬픔과 진정한 사죄”를 표명했다.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민간인 피해로 비난받은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0월13일에는 이스라엘군 탱크가 외신 종군 기자들을 향해 발포해 1명이 숨지고 6명이 크게 다쳤다. 지난해 12월에는 이스라엘군이 백기를 든 자국민 인질 3명을 오인 사살하는 비극도 벌어졌다. 지난 1월에는 어린 손자의 손을 잡고 백기를 든 채 대피하는 민간인이 총에 맞아 숨지는 영상이 공개돼 논란이 일었다.

구멍난 구호차량 가자지구에서 구호활동을 벌이던 국제구호단체 월드센트럴키친(WCK) 차량 천장이 이스라엘군의 오인 폭격으로 구멍이 뚫린 채 2일(현지시간) 도로에 방치돼 있다. 가자=로이터 연합뉴스

이스라엘군의 구호단체 차량 폭격이 의도적 공격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폭발물 전문가인 크리스 코브 스미스는 이날 CNN에 WCK 차량의 파손 정도 등을 분석한 결과 “이번 공격에 대단히 정밀한 드론 발사 미사일이 사용됐을 가능성이 크다”며 “이번 일이 오폭으로 인한 사고라는 것을 믿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국제구호단체 오폭 참사로 6개월 가까이 전쟁 중인 가자지구의 기아 위기가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가자지구에 하루 평균 15만끼의 식사를 제공해온 WCK의 협력 기관 ‘아네라’는 “가자지구에서 인도주의적 활동을 중지하는 전례 없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에 병상 140개를 갖춘 야전 병원을 운영 중인 국제의료단(IMC)도 구호 계획을 재검토할 것으로 전해졌다.

세계은행과 유엔에 따르면 지난해 10월7일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 발발 후 올해 1월 말까지 4개월간 인프라 피해액은 185억달러(약 25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와 가자지구의 2022년 국내총생산(GDP)의 97%에 달하는 규모다.

이란이 1일 벌어진 시리아 다마스쿠스의 자국 영사관을 폭격한 이스라엘에 대해 보복을 선언한 가운데 수십년간 이어져온 양국의 해묵은 갈등이 폭발해 결국 미국까지 전쟁으로 끌려들어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시리아 영사관 폭격으로 오랫동안 부글부글 끓던 양국의 ‘그림자 전쟁’이 위험한 새 국면으로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CNN방송도 이란이 이스라엘, 미국과의 전쟁으로 들어서길 꺼림에도 불구하고, 어떤 식으로든 대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상당수 전문가들은 이란이 이스라엘과 전면전에 돌입할 경우 미국의 개입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알고 있는 만큼, 대응 수위는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조성민 기자,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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