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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소환 불응' 허영인 SPC 회장 체포…특권 '싹 자르기'

입력 : 2024-04-02 18:54:57 수정 : 2024-04-02 22: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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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민노총 탈퇴 강요 혐의
건강 등 이유 4차례 불출석에
영장 발부받아 병원에서 압송

송영길·이재명도 재판 불응 도마
“유명인들 행태, 법치주의 훼손”

검찰이 네 차례의 소환 통보에 불응한 SPC그룹 허영인(사진) 회장을 2일 전격 체포했다. 허 회장이 건강 문제를 내세워 검찰 조사를 고의로 계속 미루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민주노총 탈퇴 강요’ 의혹 등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3부(부장검사 임삼빈)는 이날 허 회장에 대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로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검찰은 이날 오전 8시쯤 허 회장이 입원해 있던 서울 시내 한 병원에서 그를 체포한 뒤 서울중앙지검으로 압송해 조사를 벌였다.

 

앞서 허 회장은 총 네 차례 검찰의 소환조사 통보에 불응했다. 지난달 18·19·21일 세 차례 소환조사 통보를 받았지만 출석하지 않았고, 같은 달 25일에는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지만 가슴 통증을 호소하며 출석 1시간 만에 귀가했다. 검찰은 전날인 1일에도 허 회장에게 소환을 통보했으나 허 회장 측은 건강상 이유로 병원에 입원 중이라며 불출석했다. 허 회장 측은 “허 회장은 검찰 조사에 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의료진은 절대 안정이 필요하다며 적극 만류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구체적인 병명은 밝히지 않았다.

사진=연합뉴스

검찰은 허 회장의 소견서 등을 토대로 한 불출석 사유의 타당성과 혐의의 중대성 등을 고려했을 때 소환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허 회장이) 조사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판단했음에도 허 회장이 소환에 불응해 법원에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했다”고 밝혔다.

 

체포영장으로 최장 48시간 동안 허 회장의 신병을 확보한 검찰은 SPC가 그룹 차원에서 부당노동행위와 검찰 수사관과의 금품거래 사실에 관여했는지 또는 이를 지시 혹은 승인했는지 등을 추궁했다. 검찰은 허 회장의 조사 내용과 태도, 그간의 정황 등을 고려해 구속영장 청구도 검토할 전망이다.

 

저명 인사들이 일신상 이유를 들어 검찰의 소환에 불응하거나 재판을 거부하는 경우는 적지 않다.

송영길 소나무당 대표.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송영길 소나무당 대표는 이날 변호인을 통해 “보석청구기각 등으로 참정권을 침해당한 입장에서 저항권의 하나로서 재판을 거부하고 단식에 돌입한다”는 옥중 성명을 냈다. 그는 전날 ‘정신적 충격’을 이유로 들며 재판에 나오지 않았다. 자신의 보석 신청이 지난달 29일 증거인멸 우려 등의 이유로 기각된 데 대한 일종의 항의표시로 보인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검찰 조사와 재판 일정을 두고 신경전을 벌인 바 있다. 수원지검은 ‘쌍방울 그룹 대북 송금’ 의혹과 관련해 이 대표 측에 지난해 8월30일과 9월4일 출석할 것을 요청했으나 이 대표는 같은 달 11~15일에 출석하겠다며 두 차례 모두 불출석했다. 결국 이 대표는 같은 날 9일 소환조사에 응했지만, 단식으로 인한 건강 상태 약화 등을 이유로 조사는 약 8시간 동안 진행되다 중단됐다. 이 대표는 지난달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재판장 김동현)가 심리하는 대장동·위례·백현동·성남FC 의혹 재판에도 총선 관련 일정을 이유로 두 차례나 무단 결석했다. 이에 재판부가 ‘강제 구인’ 카드를 꺼내들며 경고하는 일도 있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 및 성남FC 뇌물 의혹' 관련 19차 공판에 출석하던 중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법조계에서는 사회적 영향력이 큰 정치인과 기업 수장의 이 같은 태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과거엔 사법과 정치의 경계가 명확해 법원의 결정을 존중하는 분위기였는데, 지금은 사법적 절차까지 정치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경향이 생겼다”고 진단했다. 그는 “개인의 권리 의식이 커지면서 검찰이나 법원의 결정을 무조건 따르기보다는 ‘(체포·구속)영장이 집행되지 않는 한 안 나가도 된다’는 의식이 생긴 것도 영향이 있다”면서 “어느 쪽이든 법치주의에는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유경민·이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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