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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군수물자 운송·北 노동자 송출’ 도운 러시아에 독자 제재로 정면 겨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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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4-02 16:07:23 수정 : 2024-04-02 16:3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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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수물자 운송과 북한 노동자 송출에 관여한 러시아 선박 2척, 기관 2곳, 개인 2명에 대해 정부가 독자제재 대상으로 추가 지정했다. 북한의 경제 활동과 연계된 러시아 회사 등을 독자제재한 적은 있지만 군수협력이나 대러 노동자 송출을 정면으로 겨냥한 것은 처음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전문가 패널 임기연장 표결에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한 직후 나온 조치라 시기상 경고의 메시지로 해석된다.

 

유엔 안보리 결의는 모든 유엔 회원국에 북한과 무기거래 등 군사협력을 금지토록 하며, 자국 내 북한 노동자를 북한으로 송환토록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외교부에 따르면 제재 대상으로 지정된 선박 2척(레이디 알·앙가라)은 다량의 컨테이너를 싣고 러시아와 북한을 오가며 군수물자를 운송했다. 제재 대상 선박은 선박입출항법 및 그 시행령에 따라 별도의 허가를 받아야만 국내에 입항할 수 있다.

 

외교부는 “러시아가 북한의 대러 무기 수출에 대해 제공하는 대가가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거나 우리 안보를 위협할 가능성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필요시 추가 조치를 계속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기관 2곳과 각 기관의 대표인 개인 2명은 IT 인력 등 북한의 해외노동자 송출을 통해 북한 핵·미사일 개발 자금 조달에 관여했다.

 

인텔렉트 유한책임회사(LLC)와 세르게이 미하일로비치 코즐로프 대표는 북한 IT 인력의 러시아 내 활동을 위해 필요한 신원 서류를 제공함으로써 북한 국방과학원의 외화벌이 활동을 조력했다. 소제이스트비예와 이 회사 대표 알렉산드르 표도로비치 판필로프는 편법으로 북한 노동자의 러시아 입국·체류를 지원하는 등 북한 노동자 러시아 송출에 관여했다.

 

지난달 말 발간된 유엔 안보리 북한제재위 패널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약 2년간 러시아 고용주가 북한 노동자를 불법 고용한 혐의가 드러난 법원기록은 약 250건이다. 이 중 최소 4건에서 북한 노동자에게 노동허가가 발급됐다.

 

이번 제재는 러시아가 안보리 대북제재 위반을 감시·추적해 온 전문가 패널의 임기 연장을 거부권 행사를 통해 중단시킨 직후 발표됐다. 이 시점에 러시아 개인이나 단체에만 독자제재를 적용한 것이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와 관련성이 있느냐를 정부는 표면적으로는 부인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 러·북 무기거래 등 군사협력과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러시아와 북한 간 불법 협력에 대응하는 조치”라며 “정부가 제재에 대해 계속 검토를 진행해 온 사안”이라고 답했다.

 

실제로 제재조치를 취하는 데에 여러 기관 간 협의가 요구되는 등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 이후 바로 이행됐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또 다른 외교부 당국자는 “직접적으로 거기에 맞춘 것은 아니지만 안보리 패널 표결 결과 등이 나온 지금 상황에서 메시지 차원에서는 그런 것도 생각했다고 보시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가 북·러 협력과 관련해 러시아 개인이나 단체를 독자제재 대상에 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6월 한국계 러시아인 최천곤과 그가 설립한 러시아 무역회사 앱실론, 지난달에는 북한 국방성 산하 IT 회사인 진영정보기술개발협조회사와 연계돼 활동한 러시아 기업 앨리스(Alice LLC)를 독자제재 대상에 포함한 바 있다.

 

이번에 정부의 독자제재 대상에 오른 선박 레이디 알, 앙가라의 경우 이미 미국, 유럽연합(EU), 영국 스위스 등이 북한과 무기거래에 관여했다는 이유로 제재 조치를 한 바 있다. 정부가 그간 러시아와의 관계를 고려해 이 선박들에 독자제재는 하지 않고 있다가 패널 표결 결과에 대한 대응 조치로 이번에 포함시킨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과 연관된 불법 활동들에 대해 한국, 미국, 일본 등이 여러 겹으로 촘촘한 제재 조치를 취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조치 효과성을 높이려는 노력 차원으로 관측된다.

 

전문가 패널이라는 보편적인 제재 감시 수단이 사라짐에 따라 제재 위반을 차단하기 위한 한·미의 독자적 조치는 앞으로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러시아가 안보리 결의에 위반되는 군사협력 등 북한과의 일체의 불법 협력을 즉각 중단하고,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의무를 다할 것을 다시 한번 강력히 촉구한다”며 “국제사회와 함께 계속 엄정히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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